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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駞坤)-52 ( 제 1 부 끝)
다음날 아침
그날도 변함없이 소구는 혼자 궁시렁 대면서 연무장의 바닥을 쓸고, 식사시
간에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중의 밥그릇을 넘보며 침만 삼키다 연무장으로 걸
음을 옮겼다.
밤잠을 설친 혜지는 연신 하품을 하며 무승들에게 무엇을 수련할 것인지를
지시하다 어슬렁거리며 연무장 안으로 들어오는 소구를 발견했다.
" 그럼 여기 일은 자네들에게 부탁하겠네."
비장한 표정으로 혜지가 말하고, 다른 교두승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인 다음 혜지를 소구 쪽으로 떠밀었다.
소구의 눈은 자신과 비무란 것을 한다고 하다가 팔 다리가 부러진 무승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구에게도 양심이란 것이 눈곱만큼은 있어서 미안하다
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뿐이었다.
" 안녕!"
모여 있는 무승들을 향해 기운차게 웃으며 인사하는 소구의 모습을 보는 순
간, 거기 모여 있는 모두가 한순간 공포로 몸을 떨었다. 저 인사와 웃음 뒤에
항상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혜지가 소구를 대리고 어디론 가로 가버리자, 연무장 안에 남아 있던 모든
무승들이 두 손을 하늘로 뻗으며 만세를 부를 정도로 기뻐한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몰랐다.
연무장 안에 소구가 있으면 지난 열흘 사이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 부상을
입었다.
불과 여덟살에 불과한 어린 아이였지만 지닌바 내공이 너무 높은 상태였고,
거기다 몸은 금강불괴는 아닐지라도 돌이나 철처럼 단단한 아이였다. 게다가
구팔일방의 여러 비전 절기들의 구결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갓난아기가 진검을 그것도 바위를 두부처럼 가르는 보검을 들고 있는 것 같
은 상태가 현재의 소구의 상태였다. 아이가 잘못한다고 해도 갓난아이에게 화
를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구가 힘 조절을 못해서 누군가의 다리가 부러지
고 팔이 부러지는 일이 벌어져도, 전혀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당한 사람들 자
신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인 것이다. 거기다 소구는 그들
에게 사숙뻘 되는 신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끙끙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
듯 살아가던 교두승들의 결단은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들이 조금만이라도
일찍 소구를 연무장에서 쫓아냈다면 그들 전체가 모두 팔 다리가 부러지는 불
상사를 면할 수 있었을 테니---.
소두 전담 무술 교두 혜지는 소구를 대리고 무공을 연습하는 일을 하지 않았
다. 대신에 소림사의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구경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소림사 경내에 있는 탑림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오게 된 소구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고, 혜지의 얼굴에는 경건함이 가득 넘쳐흘렀다.
"소구 소사숙, 이곳은 역대 소림사의 고승들의 사리가 안치된 곳입니다. 얼
굴에 드러난 그 불만은 뭡니까? 어서 경건한 자세를 취하세요."
"쳇, 재미없어. 그러니까 여긴 소림사의 공동묘지 같은 데잖아?"
즐비하게 늘어선 탑들을 훑어보면서 내뱉은 소구의 말은 혜지를 경악시키기
에 충분한 말이었다. 고승들의 사리를 안치한 이 숭고한 장소를 공동묘지로 생
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고---공동묘지!"
기가 막혀 소리치던 혜지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행이 주위에는 아
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 자신이 소리친 말을 누군가 들었다면 어쩌면 참회
동에 갇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음 순간 그는 재빨리 소구를 옆구리에 낀 다
음 밖으로 달려나갔다.
누가 볼 새라 정신없이 탑림을 벗어나 달린 혜지의 몸은 소림사를 벗어나 있
었다. 더불어 소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림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 위로 올라온 상태에서 가쁜 숨을 몰
아쉬며 소구를 내려다보는 혜지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한 마디로 지금 혜지의 기분은 엄청나게 더러웠다.
" 소사숙, 어딜가서도 탑림을 공동묘지라 표현해서는 안돼는 겁니다."
아직도 혜지의 옆구리에 끼어 있는 소구는 혜지의 동그란 얼굴과 여름날 햇
빛에 반짝이는 민대머리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하얀 조각구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응."
전혀 성의 없는 대답이 흘러나오고 혜지는 소구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구는 냉큼 나무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서 혜지를 바라보았다.
"하여튼 무술 수련 시간이니 오늘은 나한권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시고 있다가 제 동작을 따라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거 오래 걸려?"
"별로 오래 안 걸려요."
그렇게 말하며 평평한 자리를 골라 가서 선 혜지는 한가지 자세를 잡고 말했
다.
"이것이 혼원일기세(混元一氣勢)입니다. 따라하세요."
"그거 나한동에 있는 금불 할아버지들한테 이미 다 배운 거야."
소구는 말을 하는 동시에 냉큼 바위에서 뛰어내려 혜지가 서 있는 장소에 가
선 다음 소리치면서 나한십팔수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하앗, 혼원일기세(混元一氣勢)! 선장추운세(仙掌推雲勢)! 삼반락지세(三盤
落地勢)! 양수경천세(兩手擎天勢)! -------."
소구의 입에서는 기합과 함께 나한십팔수의 동작을 하나하나 부드럽게 연결
하며 혜지의 앞에서 시전 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 꼬마의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팡 팡 하는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산중의 공터를
울렸다.
혼원일기세(混元一氣勢) 선장추운세(仙掌推雲勢) 삼반락지세(三盤落地勢) 양
수경천세(兩手擎天勢) 염화탁엽세(拈花托葉勢) 담전고후세(膽前顧後勢) 선원적
화세(仙猿摘花勢) 투천환일세(偸天換日勢) 영미호뇌세(靈 護腦勢) 추창심월세
(推 尋月勢) 검조장봉세(劍爪藏鋒勢) 맹호박식세(猛虎搏食勢) 회풍발수세(回風
潑水勢) 도해배산세(倒海排山勢) 쌍봉삽운세(雙峰揷雲勢) 흑호찬심세(黑虎 心
勢) 독관삼합세(獨貫三合勢) 한계독보세(寒鷄獨步勢)의 열여덟가지 나한십팔수
의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시전한 꼬마는 혜지가 서 있던 곳을 돌아
보았지만 혜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지?"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소구는 게거품을 물고 나무 아래 쓰러져 있는
혜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왜 누워 있지?"
혜지의 옆에 쪼그리고 앉은 소구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때는 태양이 이
글거리는 한낮이었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옆에 있었다. 낮잠자기에는 참으로
좋은 날씨였다. 더군다나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구는
혜지의 옆에 나란히 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혜지는 머리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소구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흔들
었다.
" 내가 미쳤지---, 무슨 무공을 가르치겠다고----."
혜지는 울고 싶었다. 소구 소사숙이 무공에 관한 한 천고의 귀재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은 적이 있었다. 나한십팔수는 소림의 대표적인 무공이었고,
불과 여덟살 밖에 안돼는 소구 소사숙이 그것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시전 하는
광경을 보아서 감탄했다. 그래서 넋 놓고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눈앞
으로 웬 시커먼 것이 날아왔다. 혜지는 황급히 그것을 두 손으로 막았지만 그
대로 뒤로 날아간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었다.
아직도 지끈거리는 뒤통수를 어루만지는 혜지의 손에 뒤통수에 불거진 혹이
느껴졌다.
초식을 시전하기에 열을 올리던 소구 소사숙의 발이 날아오고 혜지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발에 실린 경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천근의 경력이 실린
발을 피하지 않고 막은 그의 몸은 뒤로 날아서 나무에 뒤통수를 부딪치고 의식
을 잃었던 것이다.
소림사에서 어리고 젊은 무승들을 가르치는 교두승들은 더 이상 소구라는 이
름의 악마를 가르치는 일을 포기했다. 그로써 소구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돌아다니면서 전에는 못 보던
것을 보는 일은 재미있었지만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놀고 싶었지만 그들은 친구가 될 수 없
었다. 소구는 그들의 소사숙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있었기에, 소구 또래의 소림
사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 중 소구를 친구로 받아주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소구가 선택한 것은 잠이었다. 소구는 심심했고 아무도 같이 있어주려 하
지 않으니 잠이나 자는 수밖에 없었다. 자고 있으면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으니
까---, 자고 있다 보면 언젠가 아버지가 찾아 올 것이라고 소구는 생각했던 것
이다.
천하에서 가장 가르치기 힘든 아이라는 명성(순전히 소림사 안에서 만이지
만)을 등에 업고 소구는 날마다 숭산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낮잠 자기 좋
은 장소만을 찾아 헤맸다.
구정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노인은 자신의 은거지에서 참으로 긴 시간동
안 잠(?)을 자고 있었다. 전에 소림사 아래의 숲에서 칼부림을 일으키던 무리
들을 처치한 것은 좋았지만 누군가 아주 고약한 것을 그 순간 공기 중에 살포
했던 것이다. 한참 뒤에야 자신이 독에 중독된 것을 알고 곧장 은거지로 돌아
와 운공조식을 해서 몸속의 독을 몰아낼 수는 있었지만 노인은 무념무상의 세
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
"에이, 고약한 것들! 도대체 운기를 얼마동안이나 한 거지? 참으로 지독한
독이로다----."
그렇게 못마땅한 소리를 내뱉으며 밖으로 나온 노인의 눈은 기가 막힌 표정
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한달 정도로 생각한 운공(運功)이 해가 바뀔 정도로 오래 걸렸나?"
만산홍엽(滿山紅葉)---.
노인이 머물고 있는 계곡 주위에 보이는 모든 나무가 가을을 알리는 울긋불
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광경이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
"허, 과연 마교의 독(毒)이 독하긴 독하구나---, 계절이 바뀔 정도로 운공을
해야 겨우 독을 몸 밖으로 밀어 낼 수 있었으니----."
구정문의 몸은 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사문이 원하는 경지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까마득한 그였지만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그의 몸은 대자연과 동
화되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등봉현으로 날아가는 노인의 모습은 신선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무림인들이 노인을 보았다면 어풍비행이라는 말을 외쳤을 것이다. 무림인들 사
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경공의 경지가 바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었
고, 그것은 어풍비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었기에.
등봉현의 관아는 시끌시끌하고 거리는 장사치와 행인들로 북적거리는 그곳에
서 그는 꼬마의 모습을 찾는 대신 밑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자신이 무아
지경에 빠져 있는 사이 무려 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는 것을 알아냈
을 뿐이었다.
" 도대체 이놈의 꼬마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투덜거리면서 노인의 발걸음은 이번에는 소림사로 향했다. 그 아이가 가진
무술의 재능이라면 결코 소림사의 중대가리들이 다른 곳으로 가게 만들지는 않
았을 것이다.
소구는 오늘도 소림사의 산문을 벗어나 시끄러운 염불 소리와 무승들의 요란
한 기합성이 들리지 않는 장소를 찾아 산 속을 돌아다녔다.
" 미쳤어? 내가 왜 중이 돼?"
투덜거리는 사이 소년의 몸은 소림사가 보이지 않는 숲 한 가운데로 들어갔
다.
양반다리를 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은 소구는 꼬깃꼬깃 구겨진 편지 두
장을 꺼내들었다. 하나는 양평 사형이 보낸 것이고, 하나는 소식 없던 아버지
가 보낸 것이었다.
"사부님하고 사형은 나만 때어놓고 동영으로 놀러갔고, 아버지는 이십세가
될 때까지는 소림사에 있으라고---, 크아! 나 보고 진짜 중이 되라는 거야 뭐
야?!"
일년 전에 받은 편지들이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심술궂은 아이를 더욱
심술궂게 만드는데 단단히 한 몫 한 편지들이었다.
소구의 시선은 붉게 물든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벌써 삼년이라는 시간을 소
림사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아직도 소림사에서 벗어나려면 까마득한 시간이 남
아 있었다.
하는 일없이 날마다 낮잠만 자는 것이 소구의 하루일과가 되어버리면서 게으
름과 욕심만이 소구라는 아이의 몸에 배어 들어갔다. 소구를 지도하고 가르칠
사람은 소림사에 지금 없는 것이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베개를 하고 풀밭 위에 누워 있던 소년은 화들짝 놀라
눈동자를 크게 뜨고 나무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
다.
'저 위로 쭉 찢어진 눈과 뾰족한 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더러운 표정은
---.'
누워 있던 소구의 몸은 벌떡 일어서서 그대로 소림사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려고 자세를 잡는 순간 바로 소구의 눈에는 갈색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사람의 가슴이 보였다.
" 헤 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소구는 헤픈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고개를 숙인 소구의 머리 위로 노인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그 순간 소구는
앞으로 고꾸러지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이놈이, 노인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도망치려 들어!"
개구리처럼 땅바닥에 넘어졌던 소구는 낑낑거리며 일어섰다. 그날의 교훈을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소구였다.
'오늘은 얌전히 방 안에 있을 걸, 괜히 이쪽으로 나와서 이 노인을 만나다니
----.'
소구는 눈물을 삼키며 일어섰다. 다시 이 노인을 만나다니 정말 재수 없는
하루였다.
얼굴에 흙먼지가 가득한 채로 몸을 일으켜 세운 소구는 한 손의 소매로는 얼
굴의 먼지를 닦아내고, 한손으로는 뒤통수에 불거져 나오는 혹을 만지며 아픔
을 참아냈다. 아프다고 하면 엄살 피운다고 한 대 더 맞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소구는 아직도 눈앞에서 별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았지만 용케도 꾹꾹 눌
러 참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밤새도록 맞고 맞고 또 맞던 그날의 일을 소구
는 아직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흠, 전에 보다는 조금 나아졌구나."
노인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하고 뒤돌아 서서 말했다.
"가자."
소구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가는데요?"
구정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뒤로 돌려 소구를 노려보았다.
불길이 일어나는 것 같은 노인의 눈을 본 순간 소구의 머리는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그리고 바싹 쫄아 버린 소구는 고개를 땅바닥에 쳐 박은 채 노인의 몸
이 움직이는 대로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기도(氣道)라고 하는 것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살인을 할 수도 있다는 경지
를 무형살인(無形殺人)을 이루었다고 말해진다. 그리고 이미 그 경지를 초월한
구정문의 눈길을 받고도 무사할 수 있다면 이미 일류고수라 칭해도 무방한 경
지 일 것이다. 불과 열살의 소년이 견디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눈길이었기에,
소구는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노인의 뒤를 무작정 따라갔다.
한참을 걸어 자신의 은거지에 도착한 구정문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정
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자신이 걷기만을 기다리고 멍하니 서 있는 소년의 모습
이 구정문의 눈에 들어왔다.
" 다 왔다."
노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 정신을 차린 소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작은 초가에 나 있는 마루에 앉은 노인은 소구를 향해 말했다.
" 이제 나에게 구배를 올리거라."
"저 이미 사부가 있는데요?"
"그 딴 놈이 어떻게 네 사부냐? 제자를 가르칠 생각도 안하고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 놈이! 그리고 넌 말이다----."
잠시 말을 끊은 구정문은 잠시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혼천문의 후예니 당연히 혼천문의 제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네? 혼천문요?"
"그래, 넌 절대쌍천이라 불리는 혼천문의 후예란다. 그러니 당연히 집안의
무공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
"형하고 누나들도 있는데---."
소구는 어떻게든 이 노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형과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걔들은 혼천문의 무공을 배우기에는 재능이 모자라! 그 녀석들 중 하나라도
네가 가진 재능의 반만 가졌어도 나도 너 같이 못된 녀석을 대리고 오지 않았
을 거란 말이다!"
소구는 눈앞의 구정문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무척이나 화나 있다는 것을 알아
챘다. 한번만 더 그때처럼 두들겨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힌 소구는 황급히 제자가 사부를 맞이하는 의식 즉 구배지례를 올리기 시작
했다.
한 번, 두 번 소구가 말없이 절을 하는 광경을 쳐다보면서 구정문은 복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혼천문은 전설로 내려지는 문파였고 자신이 혼천문의 제
자가 되는 순간의 감동을 구정문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혼천문의
무공을 익히게 되면 얻는 수 많은 능력들---, 정말 한 사람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혼천문의 무공이었기에, 후인을 고르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한다는 것을 돌아가신 사부에게 누누이 듣던 말이었다. 이제
선택은 이루어졌고 가르치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아홉번의 절을 끝마친 후 소구는 이제 사부가 된 노인의 바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사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 혼천문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 되었구나---, 천년 전 무에 있어서 하늘이라
불리는 사람들 여섯이 있었느니 그분들이 우리 문파의 시조가 되는 분들이란
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넌 봉황의 후예이지."
"봉황요?"
"너는 네 어머니와 누나들이 추는 춤을 본 적이 잇느냐?"
"네."
"원래의 절기가 단지 춤으로 변해 아직까지 후손들에게 이어질 줄은 나도 생
각지 못한 일이었지. 그것은 원래 봉황파천무라 불리는 무공이란다. 너는 진짜
봉황파천무를 배우게 될 것이다."
"남자가 춤을 배워서 뭐하게요?"
"후---, 이건 단순히 춤이 아니라 우리 혼천문이 추구하는 경지 혼천경에 이
르는 하나의 관문일뿐이다. 부드러움과 조화 그리고 가벼움을 깨우치는데 이보
다 더 완벽한 무공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혼천경?"
"그래, 술(術)이 극에 이르면 예(藝)에 이르고, 예가 극에 이르면 도(道)에
이른다. 그리고 그 도의 극에 이르렀을 때 혼천문이 추구하는 최후의 경지 혼
천경(混天境)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생사를 초월한 입신지
경(入神之境) 즉 진짜 신의 경지에 한발 들이밀게 되는 것이다."
소구는 인간이 신이 된다는 소리에 입을 따악 벌리고 방금 사부가 된 노인을
쳐다보았다.
도를 닦아 신선이 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신이 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
는 소구였다.
그렇게 소구는 열 살이 되던 해의 가을 날 혼천문에 입문하게 되었다.
<제 1 부 끝>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너무나 좋으신 글 감사히 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ㄳ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가 시작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