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남연우
울지 않겠다
하늘이 거기 있음을 알기에
흐린 날에도 배시시, 노란 웃음이 괸다
꽃병을 깨고 나온 노숙 생활 이 거리에서
다만, 고개를 수그리고 서서
자신의 사랑을 반성한다
가까이 더 가까이 발돋움한 뒤꿈치를 내려놓고
오늘은 온종일 서서
비바람이 때리는 아픈 벌을 받는다
목덜미에 파고드는 폭우 속 빗방울이
태양의 눈물방울임을
머리를 숙이고서 알게 되었다
해 질 녘 노을이 피멍 든 애간장임을
먼발치에 서서, 알게 되었다
핏대를 세우고서 음성과 문자를 남발하는
사랑은 얼마나 직설적인가
그리움을 모른 채, 다가서기만 하는
우리의 사랑은 얼마나 몰염치한가
ㅡ 『시와문화』(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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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는 꽃을 피울 때까지 온종일 서서 기다림을 배웁니다
밑둥치를 튼튼하게 만들면서 비바람도 견딥니다
태양에 대한 그리움으로 긴 시간 동안 꽁꽁 동여 맨 피멍이 씨앗으로 자리잡습니다
사람들은 해바라기 사랑을 동경한다면서도 참을성이 부족합니다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서 문자와 음성으로 '사랑한다'를 남발합니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머리를 숙일 생각도 않습니다
그저 곁에 두려고만 하지 물러 서서 기다릴 줄을 모릅니다^*^
첫댓글 편지 한장 보내 놓고 초승달이 보름달이 될 때까지 기다렸던
그 정서를 배운다면 해바라기기의 삶이 이해가 될 듯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