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은 1989년 OST 앨범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녹음할 때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 5집 앨범을 발표할 당시 의사가 '술을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죽는다'라고 경고할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하루는 신촌블루스 방송공연을 준비하던 아침, 객원보컬로 활동한 한영애가 김현식에게서 술냄새가 나는걸 알고 "현식아, 아침부터 술을 마셔?? 방송공연 연습하는데!"라며 다다다 쏘아붙이자 김현식이 한영애를 멀거니 쳐다보다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몸이 떨려서 마이크가 입에 닿질 않아, 누나..."라고 했을 정도로 얼굴이 붓고 복수가 가득 찬 아픈 상태에서도 펑퍼짐한 옷으로 복수가 찬 배를 가리고 공연을 이어갔다. 이에 한영애는 쏘아붙인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 김현식은 자신의 집에서 술과 담배로 오랜시간을 밥도 먹지 않고 지냈다. 마지막 6집 앨범을 낼 때에는 그를 이전부터 아끼던 동아기획의 김영 사장을 만나서 "언젠가 술 먹다가 죽고자 했는데..."라는 식의 말을 할 정도였고 후에는 간경변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입원한 서울스투디오 근처 동부이촌동 금강아산병원에서도 자주 탈출을 하여 지방까지도 공연을 다녔고 술을 마시고 앨범 녹음을 했다. 녹음할 때 "형, 술을 그만 좀 마셔요"라는 후배에게 술을 안마시면 아파서 소리가 안나와서 마셔야 한다고 얘기했을 만큼 고통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생명을 소진하며 노래하였다. 그래도 그에겐 언제나 기타가 들려 있었고 병실에서도 항상 노래소리가 끊임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1990년 11월 1일에 자신의 자택 서울시 용산구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에서 간경화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누나인 김혜령이 임종을 지켰다. 동아기획 김영 사장은 전날 각혈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세상을 그리 빨리 뜰 줄은 몰랐으며 당일 불과 2시간 전에 김현식이 전화로 "사장님, 저 괜찮으니까 오늘 퇴원해서 내일 녹음에 들어가야겠어요."라면서 밝게 얘기해서 전혀 짐작도 못했다고 한다.
다음 날 그의 누나에게 "갔어요."라고 한 마디로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이때 김현식은 겨우 32살이라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2010년 김현식 20주기 기념 다큐멘터리에 나온 김영 사장이 회상하길, 전화를 받고 믿기지 않아서 "그럴 리가 없어! 어제 겨우 두 시간 전에 현식이가 나한테 밝게 전화하면서 내일이라도 녹음 들어간다고 했다고! 그런데 현식이가 죽었단 말이야?"라면서 소리쳤을 정도로 충격받았다고 한다.
사후 그는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 후 한 줌의 재로 돌아가 경기도 성남시 야탑3동에 위치한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된다. 그의 묘비에는 1집 앨범에 수록된 '당신의 모습'의 가사와 '할머니'란 가사가 적혀있다. 유작인 '내 사랑 내 곁에'를 제외한 실질적 유작인 5집 앨범 '넋두리' 앨범이 바로 이때 병원에서 외출을 다녀오다시피 해서 간신히 만들어진 것이다. 김영 사장이 포기하자는 말에도 각혈을 하면서 죽어갈 때까지 엄청난 유작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추억만들기>는 김현식 마지막 앨범 6집에 수록된 노래...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 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먼 일 같았지만, 세월이 흐른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름대로 좀 살다 보니, '뜨거운 내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가 아주 슬프지만도 않다. 망각도 없이 누가 부재한다는 슬픔에 시달리는 건 아마 추억이 아닐런지도... 거기 그렇게 누워 있다 생각하고 돌아서려니 사실 발걸음이 안 떨어지기도 하지만, 언젠가 나도 갈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또 편안해진다.
린
김현식(병상에서)
김현식
춘수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 하는
내 맘은 너무 아파요
그대 떠나는 뒷 모습에
내 눈물 떨구어 주리
가는 걸음에
내 눈물 떨구어 주리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첫댓글 김현식씨 노래는 다 친근하고 좋은 곡이던데요
저의 18-6번
잘 들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