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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1.12.16
[가족 클리닉] "며느리 품에 빠진 아들에게 배신감 느낍니다"
지나친 집착은 모두를 불행하게…
A 부인은 현재 예순 살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아들을 의지하고 집착하며 살았다. A 부인은 결혼하고 35년 동안 시부모를 모시고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다. 시어머니의 구박에도 남편은 무심했다. 그래도 돈이라도 잘 벌어 준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녀에게 유일한 낙이자 의지처는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나니, 자기 마누라 품에서 싸여 자신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저희 아버지와 똑같다는 생각에 분노감을 감추기 어렵다.
의존심은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을 비굴하게 만들기도 한다. A 부인은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고 의존할 사람을 찾았다. 그녀의 의존심은 아들에게 집착하게 만들었고, 결국 아들의 인생도 불행해지고 말았다.
현재 마흔 살을 앞두고 있는 아들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운영은 아내가 전담하고, 그는 백수건달처럼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 A 부인은 아들의 뒷바라지는 부모가 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들도 자신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여지없이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A 부인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건강하지 못하다.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의지처를 잃어 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녀의 집착은 아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살 수 있는 계기를 빼앗고 말았다.
아들이 결혼하고 며느리를 맞이하면서 고부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A 부인이 보기에 며느리는 집안도 부족하고 학력도 좋지 못했다. 그녀는 그런 며느리에게 말끝마다 "너희 집안에선 그렇게 가르쳤느냐"며 질타했다. A 부인은 무의식적으로 며느리를 질투하고 있었다. 그 질투심은 며느리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의존이란 그렇다. 의존은 우리를 이렇게 추악하고 포악하게 만든다. 부부 혹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서로 마음을 의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강한 의존이어야 한다. 건강한 의존이란 스스로 자기 자신의 마음을 책임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다.
내면에 존재하는 힘을 키워가는 것, 부모로서 자녀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 그것은 자신의 감정 또는 어린시절에 받은 상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진다.
'내가 불안하구나! 어린 시절 부모의 갈등으로 부모에게 안심하고 의지할 수 없었구나!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두렵고 외롭구나!'하는 식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위로의 시간을 거치면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고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아픔과 상처는 회복되는 것이다.
상처에 대한 이해와 노력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용기를 내는 것이 장차 미래에 다가올 불행한 삶을 감당해야 하는 무게에 비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노해 부부가족상담센터(051-332-58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