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만 해도 나일론이 나오기 시작했고
다른 합성섬유는 나오기 전이었다.
옷은 대부분이 무명천으로 만든 것이었고 부잣집에서나
실크제품을 입을 수 있었다.
옷이나 양말도 기워 입는 경우가 많았다.
미싱은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집안의 보물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등잔불밑에서 대개 바느질을 했다.
배를 타면서 외국에서 사오는 물품중에는 일본에서는 일제 미싱, 일제TV
미국에서는 미제 제니스 TV, 가스레인지, 미제 싱거미싱들이었다.
싱거미싱은 우리 윗대에서부터 내려오는 튼튼하고 고장 없는 미싱이었다.
한번 사면 3대까지 사용한다는 말이 있었다.
미국제품이 대개 그렇듯이 디자인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야무지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너무 튼튼하니까 고장도 나지 않으니 회사로서는 매출이 늘지 않아 결국은 문을 닫게 되었다.
물론 합섬이 나오자 옷을 기워 입는 경우도 없어지고 보니 가정용 미싱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일제 미싱은 고장 인터발을 짧게 잡아서 자주 바꾸도록 하였다.
10여년전에 심야에 전기가 남아돌아간다고 심야보일러를 설치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하여
심야보일러를 놓았다. 처음에는 기름보일러보다 깨끗하고 전기료도 심야전기로 할인을 받으니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심야전기료가 올라 지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며칠전 대신동집 전세 살던 사람이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심야보일러가 작동이 안된다고 하여 가봤더니 콘트롤 판넬에 error 메시지가 떴다.
메이커에 연락했더니 오래된 제품이라 콘트롤박스가 단종이 됐다면서 새 것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사소한 부품 한두개 때문에 콘트롤 박스 전체를 바꾸라는 말이었다. 비용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40만원 안팎이라는 것이었다. 물건 팔아 먹을 때는 언제고 A/S 하는 것은 고사하고 덤태기를 씌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별 도리가 없다. 업주는 그런 점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