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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일어나란 말이다!"
사부의 고함은 계곡 안을 쩌렁 쩌렁 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꿈속에서 무엇을 먹고 있는지 쩝쩝거리면서 자고 있는 제자는 그렇게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결코 일어날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사부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음냐 음냐 하면서 꿈나라를 헤매는 소구라는 이름의 소년은 옆에서 화산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단잠을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소년으
로부터 사부라고 불리는 노인은 너무 열 받아서 머리 위로 김이 오르고 있었
다.
" 첫날부터 이 모양이란 말이지---, 으드득."
이빨을 갈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부는 두 소매를 걷어 붙였다.
사부라 불리는 노인의 손은 소구의 왼쪽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뒤돌아서 계곡 안에 아담하게 만들어진 노인이 살고 있던 작은 오두막을 벗어
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부의 손에 발목이 잡혀 있는 제자의 몸 역시 땅바닥에 질질 끌리며
오두막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지끈, 쾅!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제일 먼저 부서진 것은 소구가 누워있던 작은 침
상이었다.
침상이 부서지고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지만 여전히
소구는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문턱에 머리가 걸려서 또 한번 쿵, 오두막에서 계곡 안의 한 가운데 있는 푸
른 호수까지 가는 동안에도 자잘한 돌멩이들에 부딪치면서 콩, 콩, 콩-----,
그래도 꼬마는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획!'
하는 소리가 터지고 땅바닥에 누워 있던 제자의 몸은 연못 한 가운데로 날아
갔다.
"풍덩!'
하는 물소리가 터지고 작은 물기둥이 치솟았다.
제자를 하나 두면서 편안한 나날을 상상하던 구 노인이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제자는 사부의 속을 빡빡 긁어놓고 있었다.
" 으---, 독종이로고-----, 여기까지 질질 끌려오는 동안이라면 깨어나도 벌
써 깨어나야 마땅하건만-----."
탄식을 토하며 질린 얼굴로 연못을 바라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제자가 물
밖으로 뛰쳐나올 것이다.
수십번 머리가 돌맹이가 부딪치고 울퉁불퉁한 땅바닥에 몸뚱아리가 끌렸건만
이 제자라는 놈은 깨어날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깨어나
도 벌써 깨어났을 것이다.
이제 물 밖으로 제자가 깨어나서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는 일각
이각 시간이 지날 때마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와야 될 시간에 나오지 않는
제자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설마----?"
사람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수 없는 법이었다. 물 속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
면 익사라는 말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구 노인의 몸도 제자처럼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햇빛은 물 속으로도 들어와 연못 속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 노인의 눈앞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오가고 연못의 바닥은 수초들이 나풀거
리고 있었다.
그리고 구 노인은 수초 속에 드러누워 있는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질리다 못
해 경악해야 했다.
금강불괴라는 경지에 이르면 입과 코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피부로 호흡하
게 된다는 말이 있고, 거의 금강불괴에 가까운 몸을 가지게 된 소구는 물 속에
서도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수중에서 소구의 피부 위로 작은 물방울들이 뽀글뽀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피부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있는 수중의 물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었지만 소구에게는 그 차가움조
차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수화불침 도검불침의 몸을 가지고 있는 제자를 바라보는 사부의 눈에는 심술
이 도졌다.
구정문 역시 금강불괴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구처럼 어린 나이에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은 백여년에 가까운 수행의 끝에 얻게 된 신체를 아무
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제자를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는 점점 심술
이 도져갔다.
몸을 단련한다면서 사부에게 쉬지 않고 맞아가면서 수행을 쌓아야 했던 일이
떠오른 구정문의 주먹은 불끈 쥐어졌다.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계곡 속의 호수는 언제나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고 있
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미친 듯이 요동치면서 파도가 일어나고 물기둥이 치
솟아 올랐다.
뽀글뽀글 일어나는 물방울이 물 밖으로 솟아오르고 소구의 얼굴도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금방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해는 하늘 높이 떠오르고 아침이 지나고 점심이 지나고 해는 다시 저물어갈
무렵이 될 때까지 물속의 요동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엉금엉금 기어서 물 밖으로 나온 소구는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닥에 엎어
졌다.
" 크--윽!"
작은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손 끝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지만 다시 몸을 뒤
집어 얼굴을 하늘을 향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빨갛고 파란 멍자국과 부풀어오른 볼을 하고 있는 얼굴이 하늘로 향했다.
"헥 헥, 미친 영감탱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구의 눈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빨갛게 변해서 산너머로
지고 있는 해가 보이고 있었다.
아픈 건 아픈 거였고, 배에서는 '쪼르륵'하는 소리가 요동치고 있었다.
소구의 눈은 호수쪽으로 돌려졌다.
바로 어제 사부가 된 미친 영감이 물 위로 솟아올랐다.
허공에 둥둥 뜬 상태로 직선으로 소구를 향해 다가온 사부는 말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사부님, 밥은 안 줘요?"
"밥은 없다. 늦게 일어나면 식사는 없다. 알아서 일찍 일어나도록."
말을 끝마친 사부는 그대로 오두막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소구는 사람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귀신을 사부로 둔 거 아녀?'
'이놈아, 경공이 절정의 경지를 뛰어넘으면 나처럼 이렇게 발을 땅에 대지
않고 떠다닐 수 있어! 누굴 보고 귀신이라고 하는 거냐?!"
소구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양 귀를 틀어막았다. 소림사에 있을 때 사
자후는 여러 번 들어서 고막이 얼얼할 정도의 큰 소리에 익숙해 있었지만, 지
금 들려온 전음 소리는 귀에서 너무 크게 울려 퍼져서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귀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사부의 고함을 들으면서 소구는 생각했다.
'귀신 맞잖아,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도 듣고-----.'
그것이 마지막 생각이었다.
물 속에서 하루종일 사부의 주먹 세례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다 나온 소구
였다. 물 속에서 하루종일 두들겨 맞는 수업을 받고 간신히 밖으로 기어 나왔
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음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졸도한 것이다.
기절해서 잠든 제자를 바라보며 구정문은 중얼거렸다.
"그래 일단 자거라. 네 안의 공포와 마주 대할 수 있을 때 이 수업은 끝이
날 것이다."
소구는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하늘은 어둡기는 했지만 먼동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이 이름 모를 계곡에 끌려와서 처음으로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뜬 것이다.
"휴우---, 오늘은 물 속에서 깨어나는 일은 없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마다 물 속에서 사부에
게 두들겨 맞으면서 잠에서 깨어나야만 했던 소구였다.
'쪼르륵'
벌써 사흘이나 굶은 배는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 오늘은---, 먹을 것을 먹을 수 있겠지?"
소구에게 필요한 것은 먹을 것이었다.
항상 호숫가의 모래 위에 누어 있던 소구가 깨어나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구
정문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사부님, 나오셨어요?"
오두막에서 구정문이 나오자 바로 일어선 소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었
다.
" 오냐, 이제 내가 안 깨워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나보구나."
"다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이지요."
"그래, 그래. 일단 배가 고플 테니 식사부터 하자꾸나."
"네!"
소구의 입에서는 기운찬 대답이 흘러나오고 머리 속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
르는 밥을 떠올리고 있었다.
침을 삼키며 먹을 것을 기다리는 제자를 바라보며 구정문은 말했다.
"따라오너라."
항상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사부가 웬 일로 땅에 발을 대고 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신이 나서 쫓아간 소구였다.
오두막에서 이장 정도 떨어진 절벽 아래에 세 개의 동굴이 뚫려 있었고 사부
는 그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동굴로 들어갔다.
소구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흰색의 알약 같
은 것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이게 뭐예요?"
"벽곡단, 하루에 이거 한 알이다."
"에?"
소구는 소림사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밥과 고기반찬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사흘을 내리 쫄쫄 굶으면서 기다
린 것은 오로지 밥과 고기반찬이었지만 손에 들린 것은 이 벽곡단 한 알뿐인
것이다.
" 배고프지 않으면 이리 다오."
"아니오!"
황급히 소리치면서 소구는 그대로 손에 들린 벽곡단이라는 것을 입안에 집어
넣었다.
식사 같지 않은 식사가 끝나자 사부는 다시 소구를 대리고 호숫가로 대리고
갔다.
소구의 얼굴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두들겨 맞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었다.
"사부님---, 설마?"
"아직 물속에서의 수련이 끝나지 않았으니, 어서 들어가자."
"사부님, 오늘은 일찍 일어났어요. 물속에서 두들겨 맞는 일은-----."
"허허, 소구야. 내가 널 미워해서 하루종일 물 속에서 널 두들겨 팼다고 생
각하는 것이냐?"
사부의 입에서는 모처럼 인자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혼천문의 무학을 배우려면 몸과 마음과 혼이 그 무엇에도 깨지지 않을 정도
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안된단다."
"그게 제가 두들겨 맞는 것과 무슨 상관이죠?"
"내가 널 두드리는 것은 강한 검을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가 검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이치야. 너의 몸은 현재의 상태로도 단단하기는 하지만 혼천문의 무
학을 익히기에는 아직 부족하지. 소구야 금강불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
"네, 소림사에 있는 스님들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네 몸은 금강불괴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러 있지만, 금강불괴는 아니지."
"그러니까 사부님 말은 제가 두들겨 맞아야 금강불괴가 된다는-----."
"옳거니---, 바로 그거다!"
"그런데 왜 물 속이죠?"
"소구야, 이 호수는 무척 차가운 물이란다. 그래서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그
런 곳이지--. 그런데 너 이 속에 들어가서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니?"
소구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 몸이 단단해지는 대신 네 몸의 감각 기관은 너무나 퇴화했더구나. 단순히
몸이 단단해지는 것을 금강불괴라고 하는 게 아니란다. 이 일은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네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작업도 같이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
거라. 나도 사람인데 내 유일한 제자를 날마다 두들기는 일이 좋을 리는 만무
하지 않겠느냐?"
구타(毆打)와 금강불괴(金剛不壞)와의 상관 관계에 대해 소구는 이해 할 수
없었다.
" 그래도 사부님의 주먹은 너무 아파요."
"아픔을 느끼지 않고서는 너의 몸은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
지 인석아. 그리고 넌 하루의 반나절 이상은 이 물속에서 머물지 않으면 안
돼."
"네?"
"제자야, 넌 몸이 터져 죽는 게 나으니 아니면 한 반년동안 나한테 맞아서
오래오래 사는 게 좋으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림사의 돌중놈들이 네 몸을 고친다고 해 놓고서는, 그렇지 않아도 양기가
폭발직전인 네 몸에 더 많은 양기를 쏟아 부었거든. 세상만물이 음양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고 사람의 몸도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서 살게 되는 것인데---."
"좀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살아있는 사람의 몸은 양이 6이요 음이 4가 되어서 조화를 이루어야 살 수
있는 것이지. 여자의 경우는 음의 비율이 약간 높아진다만 대체적으로 그런 비
율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그런데 네 몸의 비율은 양이 7이요 음이 3이었다.
소림사의 돌중들이 네 몸을 발견하고 임시 처방으로 네 몸을 일단 살려놓기는
했는데, 더 많은 양기를 퍼부어서 양이 8 음이 2의 비율이라고 생각하거라. 사
람의 몸이 병이 나고 아프게 되는 것은 음양의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서 생기는 것인데--, 넌 죽었어도 벌써 오래 전에 죽었어야 할 몸이 살아 있는
것이지. 이대로 간다면 아마 네 나이 이십 때쯤이면 몸 속에 숨어 있는 기운이
발작해서 넌 몸이 산산조각 나서 죽게 될 거야."
소구는 사부의 말을 들으면서 몸이 떨려왔다.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하고 저절
로 몸이 터져 죽는 다는 소리를 듣게 된 탓이었다.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사람의 마음속을 읽는 신선 같은 능력을 지닌 사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맞아야 되요?"
"글쎄다---, 앞으로 한 삼 년 동안은 계속 이 수행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싶
구나. 네가 이 물의 차가움을 느끼고 물속에서도 운신이 자유로워졌을 때, 그
때 이 수업이 끝날 것이다."
소구는 고요한 먹빛의 호수를 쳐다보았다.
" 이 물이 그렇게 차가운 물인가요?"
"그래, 보통 사람은 들어가는 순간 얼어죽을 만큼 차가운 물이지. 넌 이 정
도의 차가운 물에 들어가서도 차가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이 엉망인 상태
지. 모르긴 몰라도 나보다 먼저 널 제자로 삼은 정각과 그의 제자 양평은 너의
병을 고칠 약재를 찾기 위해 소림을 나간 것일게야."
"그런 게 있나요?"
"천하는 넓으니 어딘가 있긴 있겠지."
소구는 이제서야 정각 사형과 양평 사형이 바다 건너 이국 땅인 동영까지 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사부와 사형이 사라진 후 혼자만 남겨두
고 떠났다고 나태한 생활을 하면서 소림사의 다른 중들에게 심술만 부리고 다
녔던 것이다.
'두 분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소구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정각 사부와 양평 사형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지 생각해보았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감
좋은 글 잘 읽어네요..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