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깃든 삶,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크리스티나 로세티(1830∼1894)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지:
그러나 나뭇잎들이 흔들릴 때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거지.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니지:
그러나 나무들이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거지
◦ Who Has Seen the Wind?
Christina Rossetti (1830-1894)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n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이 시를 보고 아하! 감탄한다면 당신은 아직 순수를 잃지 않은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바람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다.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들은 ‘이브의 딸’이나 ‘노래’처럼 대개 우울하고 어두웠는데, 그녀의 시 세계는 넓고 깊어서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처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귀여운 시가 꽤 있다.
‘Who Has Seen the Wind’는 훗날 노래로 만들어져 영국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가 되었다. 로세티의 이 유명한 시를 차용해 오노 요코가 작곡한 노래도 있다. 1절의 가사는 로세티의 시와 똑같지만 2절부터 노래가 심오해진다. “누가 내 사랑을 보았나” “누가 당신의 꿈을 보았나”에 이르러 나는 탄식했다. 바람. 사랑. 꿈.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잡히지 않는 그것을 눈에 보이는 생생한 시로 만든 시인의 재능에 찬사를 보낸다.
크리스티나 조지나 로제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 1830~1894)는 영국의 여류 시인이다.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1830년 영국 런던의 샬럿가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이탈리아에서 런던으로 정치 망명한 이탈리아 시인 가브리엘레 로제티였고 모친은 바이런과 셸리의 친구이며 내과 의사이자 작가인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여동생 프랜시스 폴리도리였다.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로제티 오빠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는 빅토리아조 후기 예술가들의 문예 운동인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를 결성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화가이자 시인이었고, 또 다른 오빠 윌리엄 마이클 로제티와 언니 마리아 프란체스카 로제티는 작가였다.
주로 낭만적인 시, 종교적인 시, 동시를 쓴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어려서부터 문학에 조숙한 감상력을 나타냈으며, 열두 살인 1842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빠 단테는 일찍이 그녀의 천재성을 인정해 시를 발표하도록 권고했는데, 열여덟 살인 1848년에 그녀는 ≪아테나 신전(Athenaeum)≫에 첫 번째 시를 발표했고, 그 후에는 “엘렌 앨런”(Ellen Allene)이라는 필명으로 라파엘 전파가 간행하고 오빠 윌리엄이 편집을 맡은 문학잡지 ≪기원(The Germ)≫에 여러 편의 시를 발표했다. 그리고 서른한 살 때인 1862년에는 그녀의 첫 시집이자 가장 유명한 시집인 ≪고블린 시장과 기타 시들(Goblin Market and Other Poems)≫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많은 비평적 찬사를 받았으며 그녀를 당대 주요 여류 시인으로 확고히 서게 해 주었는데, 1861년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이 죽고 그 이듬해에 나온 이 시집은 곧바로 그녀를 엘리자베스의 계승자로 열렬한 환호를 받도록 했다. 또한 환상적인 시, 동시, 종교시, 설교문, 논설문에 뛰어난 재주를 보인 그녀에게 홉킨스, 스윈번, 테니슨 등도 찬사를 보냈으며, 후에 암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테니슨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1870년대 초부터 그녀는 그레이브스병,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생전에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 동물을 실험에 이용함으로써 학대하는 것, 미성년자를 창녀로 이용해 노동 착취하는 것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출처: 2022년 10월 10일(월) 〈최영미의 어떤 詩(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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