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31·기아)은 담담했다. 지난 95년 데뷔 후 세 번째 트레이드. 면역(?)이 될 만도 했다. 하지만 가슴 한쪽은 아렸다. 오는 23일 출산을 앞둔 부인 이재원씨 때문이다. 결혼 후 팀을 옮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광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심재학은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밝아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팀분위기 적응은 어디서든 문제가 없다. “기아에는 장성호 등 학교 후배들이 있어 적응하는 데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심재학의 말. 문제는 가족이다. 심재학은 “만삭인 아내가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져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제일 힘든 시기에 아내에게 큰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평소 애처가로 소문난 심재학은 “아무래도 당분간 아내와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달에는 서울에서 훈련을 하고 1월 이후에는 혼자 광주로 가서 팀훈련에 합류할 것이다. 3월 이후에나 가족과 광주에서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출산과 산후조리 등으로 힘들 아내를 조금이라도 배려해주고 싶은 게 심재학의 마음이다.
심재학이 내년 시즌 부활해야 하는 이유는 3가지다. 1년 후 그는 FA자격을 갖는다. 새로운 팀적응에 보란 듯이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책임감 있고 든든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절실하다. 심재학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뛰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심재학은 12일 FA 조규제,진필중의 보상선수로 지목된 손지환 등과 함께 입단식을 갖는다. 이에 앞서 11일 잠실구장에 들러 유니폼 등 짐을 정리하고 코칭스태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광주로 내려가 기아 관계자를 만났다. 심재학은 10일 트레이드 직후 김인식 전 두산 감독에게 작별전화를 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