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 나눠쓰기' 25년 관행,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참사 불렀다
안상현 기자 | 2018/04/07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6일 마무리했다. 작년 12월 이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4명 연쇄 사망의 직접 원인은 오염된 영양제를 주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환자 위생에 대한 의료진의 무신경과 잘못된 의료 관행, 비용 절감을 위한 병원의 탐욕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의료감염 관련 표준예방지침)에는 '주사제는 1인 1병을 쓴다'고 나와 있다. 이대목동병원에는 영양제 한 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쓰는 관행이 1993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 25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번에 그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다.
이 관행이 처음 시작된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당시 건강보험이 환아 1인당 일주일간 주사제 두 병까지만 보험 처리를 해주자, 주사제 사용을 아끼려 했다. 보건복지부는 1994년 규정을 바꿔 모든 주사제에 보험 수가를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사제 나눠 쓰기'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2010년부터 처방전에는 '1인 1병'으로 표기했지만, 간호사들은 계속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투약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인 조수진(45) 교수 등은 이런 관행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이대목동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주사제를 1인당 한 병씩 사용하는 것으로 부당 청구해 왔다. 사건 당시엔 영양제 한 병을 신생아 5명에게 투약했다. 이 중 4명이 숨졌다. 사용 영양제 '스모프리피드'는 한 병당 2만672원이다. 전액 보험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병원은 4병, 8만2688원의 부당 이익을 남기게 된다. "10만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신생아 4명이 희생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경찰은 심평원에 부당 청구한 주사제 수와 금액 등이 나오는 대로 의료진에 대해 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잘못된 관행은 또 다른 관행을 낳았다. 담당 간호사들은 투약 몇 시간 전에 미리 주사기를 준비해놨고, 남은 영양제는 상온에 보관했다. 주사제를 나누는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다 보니 미리 준비한 것이다. 원칙은 '개봉 즉시 투약, 남은 영양제는 냉장 보관'이다. 또 일부는 중환자실에서 김밥 등 야식도 먹었다.
앞서 의료계에선 "의료진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 온 병원장이나 보건복지부를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병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주사제 나눠 쓰기' 관행을 미리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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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치의가 위생교육도
안챙기고 살인을 저질렀다
시크 님
수고 많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