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에서
[김사인]
잎
넓은 감나무 가로수길 되도록 천천히 걸어
바람과
초가을볕에 흠뻑 젖을 일.
읍사무소
뒤켠 그늘 얌전한 아무 식당으로나
슬쩍
스밀 것.
객방은
정갈하고
다만
올갱잇국,
햇정구지도
향기로운 올갱잇국을 한그릇 주문하는 것.
먼저
내온 버섯무침을 맛보며
올갱이
잘 줍던 평복이 누나 영숙이 누나,
푸근하던
웃음과 눈매 떠오르고, 올갱이 줍던 그 희고 통통하던 종아리들 생각나고,
저녁상
물린 뒤 삶은 올갱이 옷핀으로 빼먹던 생각 나고
이빨로
올갱이 꽁지 뚝 땐 다음 단번에 쪽 빨아 먹던 형님들 생각나고
나도
따라 해보다가 이 아파 쩔쩔매던 생각도 나다가
올갱잇국
오고
그
쌉싸름한 맛에 마음 다시 아득해져
꼬지지한
염생이 수염 몇올과 퉁방울눈의 윤 아무개가 있어
막걸리라도
한잔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창밖으로
문득 눈이 가는데,
감들은
나무에 편안히 잘 달려 계시고
길
건너 자전거 안장 위에 초가을 햇살도 순하고 다복하시고
간간이
지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다 조금씩 먼저 간 그를 닮았다는 것, 아아.
* 아직
여름의 흔적들이 남아서 초가을의 기분은 나지 않지만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찾는 어정쩡한 때이다.
이른바
환절기이다.
중학교때
수학여행을 가면서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길을 지나며
수많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걸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그
길을 지나가게 된다면 정말이지 어느 허름한 올갱이국밥집에 들어가
후루룩 한그륵
비우고 싶다.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지나가는 감나무 가로수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고 다들 잘 있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으니
아,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 인사드려야 할 사람들,
만나야 할 사람들이
부추가 아닌
정구지 같은 정감으로 다가온다.
다슬기
한그릇이 아닌 올갱이 한그륵으로 다가온다.
첫댓글 부추 아닌 정구지, 오래 오랜동안의 부재를 딛고 문 열고 들어왔습니다.
추석 인사 미리 올립니다.
헐, 누구신가 했어요.
페북으로 이민 가셔서 블이나 카페는 안하시는줄 알았는데......
암튼 반갑고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빅토리아님.^^*
올갱이 맛을 추억하기 좋은 날이네요...
괴산에서 올갱이 잡던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기가 어딘지 기억이 나질 않아 가볼 순 없지만요.
올갱이국은 참 맛있습니다.^^*
올갱이 초록빛나는 지는 10여년 전에 충대 연수 갔다가 올갱이국이라는 간판이 있어 뭔 지 했더니만 다슬기 ㅋㅋㅋ
어릴 땐 `소플'이라 해서 소 먹는 걸 어떻게 안 먹다가 철들고 맛있게 먹었던 정구지 몽골에서 수입하더만요 올갱이
정구지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올갱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언제 한그륵 같이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