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마르크스랑 니체 책을 사서 읽어보려는데 초반부터 헤겔에 관한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헤겔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일단 덮어놓았습니다. 그러고나서 깨달은게, 아, 철학책은 그냥 아무거나 꼴리는 거 잡고 읽는 것보다는 수학처럼 일정한 순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게 편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읽은 적이 있는 데니세 데스페이루의 '좋아하는 철학자 있으세요?'라는 책을 참고해서 제 나름대로 읽을 순서를 대략 짜보았는데요.
홉스 '리바이어던', 데카르트 '방법서설' → 스피노자 '에티카', 로크 '통치론' → 헤겔 '정신현상학' → 마르크스 저서들, 니체 저서들
이 순서대로 읽으면 좀 이해가 잘 될까요?? 혹시 위의 책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읽으면 좋은 고전들이 있을까요??
또 그외에 아리스토텔레스 저서들, 보부아르 '제2의 성', 루소 '에밀', 밀 '자유론'도 읽어보고 싶은데 이것들도 이해하려면 다른 고전들을 선행해서 읽어보는 게 좋나요? 예를 들면 밀의 책을 읽어보기 전에 벤담의 책을 읽어보는 게 좋다던가.
참고로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철학책들은 플라톤 '국가', 마키아벨리 '군주론',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도입니다. 국가는 그냥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에 배운 거 생각하면서 그냥 저냥 읽었고, 군주론은 크킹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아요. 짜라투스트라는 훈련소 때 시간이 남아서 어려워도 꾸역꾸역 읽었는데 완전히 이해하면서 읽었다기 보다는 겉핥기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첫댓글 사견이지만 고전의 선행은 다른 고전이 아니라 그 고전을 설명해주는 전문가의 서적인 것 같네요. 고전을 직접 읽는 건 좋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가요?? 믿을만한 전문가를 추려낼 능력이 없어서 혹여나 이상한 사람 책 읽고 잘못 배울까봐 걱정돼서요. 저번에 강신주가 스피노자에 대해 쓴 책을 읽어봤는데 재밌게 읽다가 뭔가 이름이 익숙하다싶어서 인터넷에 쳐보니까 그 사람 욕이 엄청 많이 보이길래 무서워요.
저도 사견입니다만은 아무리 해설이 뛰어나다고 해도 고전을 쓴 작가보다 못한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고전을 직접 읽고 판단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멸치로이드 어떤 전문서적을 읽을지 고르는 것은 어떤 고전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실용적이고 그만큼 절실히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Grundrisse 철학에서 고전은 엄밀히 말하자면 연구대상의 영역에 가깝다고 봅니다. 자연과학에서 자연, 사회과학에서 통계, 역사학에서 1차문헌, 고고학에서 발굴현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걸 훈련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전혀 엉뚱한 독해를 해서 니체 빠는 히틀러 꼴이 나는 경우도 많이 전해들었습니다.
철학서는, 특히 고전에 들어가는 1차 텍스트는 단순 교양서적이 아닙니다. 추천서적 목록에 무책임하게 고전을 올려놓은 교육자들이 많지만, 고전은 날 것 그대로 읽는다고 해도 독자에게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생의별빛 가령 대한민국의 국가이념을 알고 싶어서 다짜고짜 헌법 원문을 읽는다고 쳐보죠. 헌법은 그나마 현대의 언어로 적혀있으니까 치명적인 오독은 하지 않겠지만, 헌법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를 온전히 100%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까요? 학부생 이하 레벨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일 겁니다.
그럴 땐 헌법학자의 설명서를 옆에 끼고 봐야죠. 필요하다면 두세 권을 동시에 끼고 비교대조해가면서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원문 텍스트를 아주 읽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려운 단계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선행해서 받아야 한다는 얘기죠. 망원경의 도움 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봤자 성운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의별빛 역시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다양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읽어보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떄 훨씬 큰 도움이 되겠군요
최근의 철학자부터 거꾸로 가도 좋을 듯합니다 더 현실과 밀접하고 그러니 더 와 닿을 듯해요 철학도 그 시대를 알아야 좋거든요
그렇군요. 최근 책 중에 이해하기 쉬운 책을 찾는 게 낫다는 말씀이죠?
그냥 무조건 유명한 사람 찾는 게 아니라 인터넷 뒤져보면 철학자마다 심취하여 연구한 대상이 달라요 주체에 대해 탐구한다던가 정의를 따져보기도 하고 어쨌든 살펴보고 궁금했던 거나 끌리는 주제에 먼저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거죠
@전영진 그러면 저한테 흥미롭게 읽혔던 고전부터 그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서적을 찾아보는 것도 기초를 다지고 흥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군요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자신한테 재미있는 것부터 읽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그 책에서 언급하는 다른 철학자에 대한 비판이나 찬양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직접 알아보는 거죠.
또 반대로 읽은 책을 비판하는 후대의 철학자가 있으면 그 철학자의 저서를 읽어보고 그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하는 거죠.
건조하게 교과서 읽고 외우는 식으로 철학서를 읽기 보다는 이렇게 철학자들 사이의 아가리파이팅(..) 현장으로 읽는 것이 낫습니다. 실제 철학사가 그렇기도 하고요.
그리고 철학자의 주장에 찬성이든 반대든 한쪽 입장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주 옳은 말씀이군, 근거도 훌륭해' 아니면 '이게 뭔 개소리야? 이유가 뭔지 들어나 보자'
이 둘 중 하나여야 계속 읽어나갈 힘이 생기지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주장했구나' 이래서야
지루하고 나중에 잘 기억도 안 나겠죠.
@Grundrisse 제가 생각했던 방법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철학사적 맥락에 따라서 읽어나가는 것이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하다고 봅니다.
사상의 흐름이란 문제제기의 흐름이기 때문에 그 흐름을 알아야 그 질문의 필요성과 시대와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지요. 되도록이면 왜 그 질문을 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시대별 개관서를 읽는 것이 낫습니다. 처음부터 난해한 서적을 읽는 것은 추천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대의 문제제기가 왜 이루어졌는지, 근대의 문제제기는 왜 이루어졌는지, 현대의 문제제기는 왜 이루어졌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지, 누가 뭘 얘기했고 어쩌고 저쩌고는 우리가 최소한 그 시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왜 그 문제에 메스를 들이댔느냐는 생각해볼 가치가 충분하고 그 속에서 철학적 사유의 기본소양을 일구어 나갈 수 있습니다.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그냥 적당히 읽을만한 두께의 외산 개론서를 읽어보는 것이 제일입니다. 개론서 쓰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게 생기초거든요...
@europasi 생각해보니 개론서를 읽어볼 생각을 못했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호메로스부터 시작하세요 가장 확실합니다
문학이 철학보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인가요?
러셀 서양철학사와 힐시베르거 서양철학사 돌려서 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추천 감사합니다
역순으로 읽기가 아예 불가능 한가 보네요?
이 작자가 비판하려는 사상이 뭔지를 모르겠으니까 답답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