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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라 차림으로 연습실을 돌고 있는 여자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던 박무달이
슬그머니 강승혜의 눈치를 살폈다.
"고 선배한테 부탁해 볼까요?"
"뭘?"
"아무래도 전 여러 가지가 찜찜해요. 선배님, 제 육감 틀린 적 있었나요?"
"육감 좋은 여자가 내 맘을 그토록 애타게 만드나?"
박무달의 말에 강승혜가 깔깔거리고 웃었다.
하지만 강승혜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그들의 염려와는 달리 변강호에게 변양수의 죽음은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았다.
죽은 변양수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배다른 형이었다.
집안의 명절이나 제사 때에 참석해 본 적이 없는 변강호이다 보니 그들과 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
회사에서도 변양수는 변강호에게 일체 눈길을 주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미운 정조차 없었다.
변강호는 씁쓸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 모든 일들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남의 집 일처럼 느껴졌다.
변강호는 그 동안 강릉 동해 건설의 오주영을 만나러 다녔다.
한번은 점심을 먹었고 한번은 마포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헤어진 게 전부였다.
대일 전자의 다른 직원들은 물론 이천 지사의 직원들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다간 1년이 아니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일 전자가 쓰러질 지도 몰랐다.
변강호는 마지못해 뉴타운 건설업자들을 팬으로 가지고 있다는 선영을 찾아 갔다.
"홍대입구역에서 5분 거리라…."
클래식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여느 술집들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아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와 카운터가 길게 자리 잡고 있었고 안쪽으로 무대를 중심으로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선영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절반쯤 자리를 메운 손님들이 그녀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나른하면서도 목을 휘어 감는 듯 끈적한 목소리의 노래가 홀을 떠다녔다.
선영이 변강호를 발견하곤 큰 입으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변강호는 일단 바에 앉았다.
만나기로 한 임달호와 숙희는 보이지 않았다.
"영자 언니 손님이세요?"
바에 서있던 여자가 변강호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여자가 손가락으로 선영을 가리켰다.
선영은 가명이었던 모양이었다.
"영자라는 이름도 괜찮은데…."
변강호가 쿡 웃었다.
"전, 혜정이라고 해요."
혜정이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짧은 커트 머리에 큰 입, 늘씬한 키. 글래머였다.
그녀도 성량이 풍부한 가수 같았다. 잠시 후 임달호와 숙희가 나타났다.
서울이라 그런지 임달호는 변강호의 오른편에 숙희는 왼편에 앉았다.
선영은 클래식의 사장이었다.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괜히 그녀가 미더워보였다.
"실은 선영이보다 여기 혜정씨가 노래를 더 잘해요.
노래가 끝난 혜정이 같이 어울렸다.
'실은 나보다 혜정이가 건설업자들 팬이 더 많거든.'
선영이 변강호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뭐, 여자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변강호도 싫지 않았다. 잘 익은 선영과 아직은 풋풋한 혜정이 각각 변강호의 팔짱을 꼈다.
변강호는 금방이라도 영업 실적이 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세 사람은 거리를 활보하며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반면 임달호와 숙희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어느 순간 임달호와 숙희가 사라졌다.
"변 대리님, 빌트 밥 그거 대박 나겠네요. 나중에 언니 몰래 저 찾아오세요."
혜정이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후 농담처럼 말했다. 그녀도 이내 자리를 떴다.
선영은 자연스럽게 변강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변강호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영씨. 실은 오늘 그냥 놀러온 거 아니에요."
"알아요. 그렇다고 대놓고 업자들 소개해 줄 수도 없잖아. 그 사람들 놀러오는 시간에
혜정이 보고 전화하라고 할게. 그때 총알 같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혜정이가 그런 거 잘해요."
선영은 이미 알몸으로 변강호 앞에 섰다. 한번 관계를 맺었을 뿐인데 그녀는 스스럼없었다.
변강호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나는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가게는 혜정이한테 거의 맡기거든. 그리고 나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혜정이를 남자들이 좋아할 테고. 강호씨도 그렇지 않아?"
선영이 변강호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변강호의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난 물건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이천에서 몇 시간 살을 비빌 때 그녀가 했던 말이었다.
그때는 그게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인 듯했다.
"그리고 혜정이가 정치력이 좀 있어. 잘 꼬드겨 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전 선영씨 뿐입니다."
"하이고,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세요.
난 이렇게 가끔 아주 가끔 쓸쓸할 때 만나주기만 하면 돼."
선영이 변강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변강호와 중심을 맞대고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비벼댔다. 바뀐 체위 때마다 변강호는 열심히 허리를 놀렸다.
"이 소리가 아닌데…."
"네?"
"자세 좀 한 번 더 바꿔 봐"
선영은 엉덩이를 들어 또 한 차례 자세를 바꿨다.
"자꾸 왜 그래요?"
"아이 참. 이 소리도 아냐."
"무슨 소리요?"
"허리 좀 리드미컬하게 돌려 줘."
변강호는 별 여자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엔 내숭을 떤 거야? 이 소리가 아니오, 저 소리도 아니오가 뭐야?'
예식장 앞으로 비틀거리며 달려간 선영이 술병을 꺼냈다.
"흠, 그래야 너 답지. 너한텐 남자가 어울리지 않아. 술이 어울리지."
손을 부들부들 떨던 숙희는 술병을 도로 장식장 안으로 집어넣었다.
"당신 이렇게 유치했어요? 건달치고는 대학까지 나와서 당신 멋있게 봤는데 이 정도 밖에 안돼요? 그리고 당신은 바람 피워도 되고 나는 왜 안 되는 데요?"
양동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피라미 새끼 같은 놈이나 만나려고 애들한테 소홀했던 거야?"
"그 사람, 당신보다 백배는 순수해요."
"이 년이!"
양동탁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내 꼴 보기 싫으면 이혼하면 되잖아. 왜 이혼을 안 해주는 거야!"
"내 사전에 이혼이란 없다고 했지. 그 놈 밤 길 조심하라고 해."
"당신도 잘 들어. 만약에 달호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땐 내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아빠한테 당신 얘기 하나도 안했어. 당신 기반 우리 아빠한테서 나온 거라는 거 잊지 마."
백두산은 한 눈에 봐도 꽤 우직한 사람이었다. 대일 전자가 다시 살아나려면 그런 직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비록 사비를 들이긴 했지만 변강호는 그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변 대리님, 이제 일 다 끝나셨나요?"
신정하에게 괜히 미안했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말로만? 그럼 술 한 잔 사요."
신정하의 눈이 야릇하게 빛났다. 변강호도 긴장이 풀려 그런지 몹시 갈증이 났다.
포장마차에 가서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신정하는 차를 몰고 골목골목을 누볐다.
그때 변강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저, 미스 민이예요."
"실례지만 누구…."
변강호는 미스 민이 누군지 얼른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대구 공장의 민성희예요."
그녀의 목소리를 확인한 순간 변강호는 방파제 길에서 나누었던 격렬한 몸부림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녀가 갑자기 어쩐 일이지. 변강호는 불현듯 스포츠 신문에서 본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여자로 인해 울고 웃으리라.
변강호는 신정하가 신경 쓰였다. 신정하는 술집 찾기에만 몰두하느라 변강호를 의식하지 않는듯했다.
"아, 미스 민이군요. 안 그래도 내가 먼저 연락 할 참이었는데… 근데 이거 어쩌죠?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
나중에 제가 이 번호로 전화할게요."
변강호는 겨우 미스 민을 떨쳐냈다. 신정하는 그런 변강호를 모른 척했다.
"하긴 변 대리님 정도 되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겠지."
신정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신정하는 골목을 누빈 후 실내 포장마차로 변강호를 안내했다.
"신정하씨는 이런 데 잘 안 오잖아."
"전 이런데 오면 안 되나요? 사실 전, 변 대리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도대체 이 여자가 무슨 꿍꿍일까. 변강호는 내심 긴장이 되었다.
변강호는 신정하에 대해 연구해 보기로 했다. 일단, 재미있는 여자라는 건 확실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 감동도 잘 하고 반대로 삐지기도 잘 하는 스타일이었다.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이런 사람들이 창의력이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공주병은 여전했다.
신정하가 소주와 닭발을 주문했다. 의외였다. 생전 닭발 같은 건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닭발이 나오자마자 맨손으로 닭발을 뜯었다. 게다가 소주도 잘 마셨다.
변강호는 화장실에 간다며 포장마차를 나와 민성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단 공장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녀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그러셨군요. 그럼, 전 서울로 올라가기 힘든 상황인가요?"
그녀의 목적이 본사로의 진출뿐이었을까. 변강호는 내심 섭섭했다.
일찍 포기하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기다릴게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용서해달라며 빌 줄 알았던 여자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자 양동탁은
내심 당황스러웠다. 숙희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소리 나게 닫았다.
양동탁이 재떨이를 들어 그녀가 사라진 방의 방문을 향해 던졌다.
"창녀 같은 년. 지가 나한테 협박을 해?" 양동탁은 다시 손가방과 옷을 챙겨 집을 나왔다.
'그런 하찮은 놈이 뭐가 좋다고…. 강 회장만 아니면 나도 너랑 당장 이혼이다.
다 깨끗이 정리하고 정희와 정식으로 결혼하면….'
강 회장은 숙희의 아버지였다. 그는 지하 경제의 큰손이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발이 넓었다. 강 회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양동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차를 돌려보낸 터라 양동탁은 택시를 잡았다.
"삼성동!"
그는 회사로 향했다. 행선지를 말한 후 이강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재야, 그 놈 정리 좀 해봐. 깔끔하게!"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임달호라고 하는 놈 말이야."
"깔끔하게라면 명줄을 따라는 말씀이신지…."
"숙희 옆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겁만 줘."
통화를 끝내자마자 변장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양동탁은 주저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선 소식이 없나?"
"아직…."
변장수는 양동탁에게 변양수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도록 지시를 했던 것이다.
"지시한 게 벌써 일주일이 지난 줄로 아는데. 요즘 양사장이 많이 바쁘신 모양이군."
"그런 게 아니라 은밀하게 조사를 하려다보니…."
양동탁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변양수가 죽은 지 한 달 가까이 흘렀다. 계열사는 물론 지사나 본사에서도
더 이상 변양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은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었다.
강승혜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강승혜는 작은 소반을 들고 내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내실은 다시 거실과 침실로 나뉘어져 있었다. 거실 소파에 고수행이 앉아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국제유가의 상승, 원자재 값의 급등 등의 악재로 서민은 물론
기업들마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1970년에 일어났던 오일파동보다 더 큰 사태가 빚어질··· 경기가 불황인데도 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강승혜가 마주앉자 고수행이 텔레비전을 껐다.
"오나가나 경제 이야기군요."
"다들 힘드니까. 궁은 괜찮지?"
강승혜가 테이블 위에 술상을 차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익부빈익빈은 더 심화되지만 궁은…."
"궁이 그럼 부유한 술집이라는 건가요?"
"안 그런가?"
고수행이 술잔을 들었다. 강승혜도 잔을 들었다.
"그나저나 이런 술 마셔봐야 써 먹을 데가 없는데…."
"이젠 농담도 잘 하시네요."
강승혜의 눈이 잔잔하게 빛났다.
"이번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던데, 그런 것도 아닌가 봐요."
"시간이 걸리겠지, 경제란 게 정부 혼자 몸부림친다고 해서 잡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강승혜는 한 순간도 고수행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제와 묻는 건데 왜 결혼 안 했어요?"
"그냥… 바쁘게 살다보니까…."
고수행이 말끝을 흐렸다.
"강호는 잘 컸더군."
강승혜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고수행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당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아름다워."
"정말 농담이 많이 느셨어요."
고수행이 강승혜를 기습적으로 끌어안았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그의 품에 안겼다.
수 십 년 동안 고행하듯 남자를 멀리하고 살아온 강승혜였다.
돈과 권력에 성공한 남자들이 강승혜에게 목을 매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몸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고수행에게만은 맥없이 안겼다.
"28년만이지?"
"그리고도 4개월만이네요."
고수행의 입술이 강승혜의 입술을 덮쳤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고수행의 입술을 받았다.
이미 오래 전에 식은 줄 알았던 화산이 두꺼운 용암을 깨고 분출하기 시작했다.
고수행은 강승혜의 몸을 전부 빨아먹기라도 하려는 듯 전신을 강렬하게 핥았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열락의 문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걸 강승혜는 느끼고 있었다.
"왜 이제야 오셨죠?"
강승혜의 입에서 원한과 열락의 한숨이 섞여 흘러나왔다.
고수행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볼을 비볐다.
"한국으로 들어올 수 없었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을 너를 볼 수 없었어."
"강호에게 법적인 아버지가 필요했을 뿐이에요."
고수행은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강승혜의 몸 구석구석을 강하게 애무했다.
굳게 닫혀있던 강승혜의 입이 벌어지며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강승혜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40대 후반이지만 곡선이며 탄력,
뜨거움까지 20대 부럽지 않은 몸을 지니고 있었다.
"너와 처음 잠자리에 들었을 때의 그 기분 그대로야."
고수행이 강승혜의 배 위로 올라갔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천정을 향해 봉긋하게 솟은
유방이 고수행을 올려다보았다.
"다른 여자와는 한 번도 자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사실이야."
"거짓말하지 마세요. 여자는 잘 참아도 남자는 생리적으로 참기 어렵다는 거 잘 알아요.
지금 당신의 혈기왕성한 물건이 그걸 증명해 주고…."
고수행의 남성이 강승혜의 여성을 향해 돌진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난 오늘 이 순간만 꿈꾸며 살아왔어."
강승혜의 손이 고수행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꿈에 그리던 남자.
그 남자와 살을 맞대고 있었다. 근 30년 만이었다.
같이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승혜는 자지러질 것만 같았다.
지금은 궁의 무섭고 냉정한 여사장이 아니며, 오로지 아들 잘 되기를 바라는
자상한 어머니 또한 아니었다. 한 남자를 사랑했던 한 여자일 뿐.
"믿을게요. 그럼 이제라도 제게 오시나요?"
"…다음 정부 때까지 기다려줘."
"역시 똑같은 소리군요. 옛날에도 저보고 기다리라고 하셨죠. 고지식한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술집 여자였던 저를 받아들이지 못하셨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삶이 때론 내 의지완 상관없이 굴러가잖아. 내가 홀로 사는 거, 그게 너 때문이라는 건 사실이야."
강승혜는 알몸을 그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두 사람은 거실 바닥의 카페트가 흠씬 젖도록 땀을 흘린 후에야 떨어졌다.
"알아 보셨어요?"
"감쪽같아. 사고 현장은 깨끗이 정리가 됐어. 사고를 냈다던 말레이시아 인부들도 찾을 수 없었어.
한국 직원들도 모조리 바뀌었더군. 한국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다른 외국 지사로 발령을 받아 나갔어.
대일 입장에서는 수순에 따른 당연한 발령이겠지."
"정말 사고였을까요?"
강승혜는 고수행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민성희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민성희 문제는 대충 일단락을 지은 듯했다.
통화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신정하는 홀로 소주를 반 병이나 비운 상태였다.
작정을 하고 소주를 마시는 사람 같았다.
"전, 사실 변 대리님과 이런 데서 술 한번 마시고 싶었어요"
소주를 2병 째 비웠을 때 신정하는 이미 취해 있었다.
"내일 일도 있고 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끝내죠."
변강호가 계산을 하고 돌아와 보니 신정하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변강호를 올려다 본 후 그녀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그를 유혹했다.
"변 대리님, 너무 취해서 바로 집에 못 들어가겠어요. 우리 좀 쉬었다 가요, 네?"
쉬었다 가자? 공주 같은 여자의 입에서 그 말이 그처럼 쉽게 나오리라곤 상상해보지 않았다.
변강호는 즐거운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살을 찌푸렸다.
모텔로 들어온 변강호는 신정하를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취한 듯 미동도 없었다.
변강호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무방비 상태의 여자를 상대로 섹스를 할 순 없었다.
"왜 이렇게 더워!"
신정하가 자신의 방인 양 스스럼없이 블라우스를 벗어던진 후 치마까지 벗어버렸다.
삽시간에 반라의 몸이 변강호의 눈앞에 펼쳐졌다. 단단히 취한 모양이었다.
신정하는 눈을 감은 채 잠결인 양 다리를 활짝 벌리기도 하고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기도 했다.
변강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신정하를 낱낱이 살펴봤다.
'한번 하자는 건가?'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변강호를 선뜻 침대로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말 많은 신정하의 꾐에 빠져 넘어갔다간 사내에 어떤 소문이 날지도 몰랐다.
변강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모든 게 다 보였다.
겨우 중심만 가린 치골 팬티와 가슴을 반쯤 드러낸 브래지어.
변강호가 눈을 떴을 때 신정하가 바로 눈앞에 있어 깜짝 놀랐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신정하는 그대로 변강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신정하씨,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
변강호의 말을 신정하가 입으로 막아버렸다.
도무지 신정하의 심사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변강호는 이런저런 계산을 하다가 아무런 결론도 못 내리고 결국 신정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젊은 청춘남녀가 하룻밤 즐기겠다는 데 뭐가 잘못됐나요?"
그제야 변강호는 그녀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녀는 천조가리 같은 속옷을 모두 벗어던졌다. 늘씬한 몸이 변강호 눈앞에 드러났다.
변강호가 입은 셔츠 단추를 다급하게 푸는 폼으로 봐서 신정하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이럴 땐 리듬을 타야한다. 셔츠 벗기는 건 신정하에게 맡기고 변강호는 바지를 벗었다.
속옷을 벗으려는 변강호를 신정하가 끌어안았다. 여느 여자들보다 그녀의 몸은 더 뜨거웠다.
그녀의 손이 더듬더듬 변강호의 중심을 향해 내려왔다. 순간 변강호는 긴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사이즈가 문제였던 것이다. 변강호는 신정하가 자기 물건을 잡지 못하게 손을 붙잡았다.
바로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신정하는 변강호가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끌어안았다.
끊어졌던 휴대폰 벨이 다시 이어졌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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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즐독
왜 정하가 온몸으로 강호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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