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차단된 공간 안에 머물고 있는 소년은 사부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
았다. 두들겨 맞아야만 고쳐진다는 병 때문에 그 동안 계속 두들겨 맞아야 했
기에 방금 전에 사부가 한 말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두들겨 맞
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좋아했다니 더 지독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네? 뭐라고요?"
최초의 반항이었다. 차라리 날마다 맞아가면서 지내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잠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놈아, 이제 밤에 자는 일은 그만하고 방금 알려준 구결을 외우면서 호수
속에서 밤을 보내란 말이다!"
"차라리 맞고 말래요!"
제자는 소리치고 사부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정말 맞고 할래 그냥 할래?"
"맞아도 안 해요!"
제자의 입에서도 사부의 입에서도 고함이 터져 나왔다.
"퍽!"
"우웩!"
닫혀진 공간 안에서 잠시 후 그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쓴 물을 게워내며 배를 잡고 제자는 땅바닥에 엎드리고, 사부는 호수를 손으
로 가리켰다.
그런 사부을 바라보며 제자는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다시 '퍽' 그리고 '꽤액'.
두들겨 맞는 소리와 비명성이 번갈아 가며 계속 그 정적뿐인 공간을 뒤흔들
었다.
구정문은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지금까지 제자를 구타한 것은
정말로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 때린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반항하는 제자
를 길들이는 방법은 그리고소구라는 이름의 이 하나뿐인 제자가 가진 똥고집을
아는 이상 사부의 입장에서 취할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말 안 듣는 제자에게
매가 약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같이 노한 사부의 구타는 그날 밤새도록 계속되고 소구는 밤이 새도록 두
들겨 맞아야했다. 그래도 소구는 다른 건 양보할 수 있어도 잠만은 절대 양보
할 수 없었다.
소구의 유일한 낙이 자는 순간이었다. 자고 있는 동안이면 꿈속에서라도 소
구는 자유로울 수 있었고, 보고싶은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잠을 자지
말라는 사부의 말은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지독한 녀석---."
먼동이 떠오르는 아침이 될 때까지 제자를 두들겨 팬 사부 구정문은 까무러
친 제자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고통은 지속되게 하되 기절
은 하지 못하게 때리려고 하였지만 노화가 너무 치밀어 그만 실수한 것이다.
"이놈아, 네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 누
가이기나 해보자. "
기절한 제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구정문은 잠시 자신의 오두막 앞
에 있는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서 제자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렇게 지독한 고집쟁이와 고집쟁이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사부에게 반항하는 제자에게 구정문은 아낌없이 매를 선사했다. 날이면 날마
다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물도 안 마시고 벽곡단이라 불리는 하루 한번의 식사조차 거른 채 열흘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보통사람이라면 죽어도 벌써 죽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이 사
부와 제자에게 열흘쯤 식사를 거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
고 있었다. 사부인 구정문은 이미 선인의 경지에 올라서 있어 식사를 안하고도
천지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식사를 대신할 수 있고, 제자인 방소구 역시
어느 정도는 한달 정도는 먹지 않고 기(氣)을 이용해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갖
추고 있는 상태였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쉬지 않고 그렇게 열흘 동안 계속 맞아야 했던 소구였다.
소구는 살며시 눈을 뜨고 사부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계속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미친 사부는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두들겨 패고, 기절했다 깨
어나면 불문곡직하고 이 미친 사부는 기절할 때까지 무조건 두들겨 팬 것이다.
'기회를 잘 잡아야 되, 소구야. 또 말할 틈을 놓치면 진짜 죽을 지도 몰라-
-.'
소구는 머리 속으로 자기자신을 타일렀다. 사부가 미쳐 있다는 것을 생각하
지 못하고 개긴 것이 잘못이었다. 잠을 못 잔다는 일은 소구에게 죽으라는 소
리와 똑 같이 들렸다. 그래서 이곳에 와 처음으로 반역을 도모했지만, 사부의
무서운 주먹 앞에 약한 제자 소구는 바로 다음날 항복한 상태였다. 두들겨 맞
고 기절하고 깨어나고 기절했다 깨어나고를 반복하면서 소구는 하루도 못 가
항복한 상태였다. 사부에게 잘못했다고 빌고 시키는 대로한다고 말하려고 했지
만 말할 틈이 없었다. 기절했다 깨어나는 순간 바로 사부의 주먹이 날아와 말
을 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무려 열흘이나 지속되었다.
열흘이 흐르고 나서야 구정문 역시 흥분된 상태가 가라앉고 이제 마음의 평
정을 되찾고,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동되면서 제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구정문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밤이었다.
"냉큼 호수로 들어가!"
아직도 누워 있던 소구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냉큼 호수를 향해 달려갔
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또 악몽이 시작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첨벙!"
물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구정문은 뒷짐을 지고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옮겼
다.
"진작 말을 들었으면 편했을 것을--- 쯔쯔---."
혀를 차면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사부의 말은 소구에게 들리지 않았다.
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소구는 생각하고 있었다.
'탈출할거야! 반드시 탈출하고 말겠어!'
소구는 미친 사부로부터 반드시 탈출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황산의 광명정에 마교의 중원총타가 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대답하는 그런 장소였다. 마교를 세상에서 없애야한다
고 떠들어대는 정파인들 중에 실재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소림사
와 함께 마교 역시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외부
의 세력에 점령당하지 않은 무림의 문파를 뽑으라면 정파에는 소림사가 있고,
마도에는 마교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 적대적인 세력이나 인물이 침공해도 소
림사는 부처를 모시는 승려들이라 될 수 있으면 살생을 자제하지만, 마교는 악
마를 숭배하는 집단인지라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재수 없으면 악마를 모시
는 제사에 산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죽는 것만도 못한 꼴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알아도 모른척하는 정파인들이 태반이고, 굳이 조용한 마교에
시비를 걸 인물이나 문파는 없었다.
소림사에 있었던 구파일방의 수뇌들의 회담은 흐지부지 결론 없이 끝나버리
고, 소림사에서 한때의 승려들이 우르르 마교의 총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
산을 향해 달려갔다. 뒤늦게 그 소식을 들은 다른 구파 일방에서도 사람들을
광명정 아래로 보내고, 그래서 잔뜩 겁에 질린 정파의 후예들이 한 자리에 모
여들었다.
"씨발--, 욕 나오네. 이런 일은 장로들이 나서야 하는 거 아냐?"
개방의 젊은 거지인 흑룡(黑龍) 왕질악은 쌍소리를 뱉어내며 높기만 한 광명
정 꼭대기를 쳐다보았다. 거기 마교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
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다른 구파일방의 제자들이 차례로 줄을 지어 서기 시
작했다.
백팔명의 승려들이 달려간 황산의 광명정이라 불리는 봉우리 아래로 속속들
이 구파일방의 정예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한 전주님, 준비한 현수막을 펼까요?"
"그래라."
방오 대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광명정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펄럭'
거대한 천이 펄럭이면서 거기 적혀 있는 글자가 들어 났다.
< 소사숙을 돌려달라!>
마교의 교주는 폐관에 들어갔고, 교주를 대신해서 교를 운영하는 책임을 지
고 있는 염혼은 그날도 할 일이 없어서 늘어지게 낮잠만 자고 있는 중이었다.
교주는 폐관에 들어가면서 교의 모든 대외활동을 폐쇄할 것을 명령했기에, 먹
고 자는 일만 하고 있는 염혼이었다.
"부 교주님, 큰일났습니다!"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며 그의 잠을 깨운 것은 마교의 사대호법 중의 하나인
마라왕이었다.
"시끄럽다!"
만사가 귀찮은 상태인 염혼은 몸을 돌리고 자려고 할 때 귓가를 때리는 요란
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소구를 돌려달라!"
엄청난 함성이 그의 귀를 부딪쳐 잠을 완전히 깨워버린 것이다.
"뭐야? 정파 놈들이 쳐들어 온 거냐?!"
화들짝 놀라 잠을 깬 염혼은 황급히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그-- 그게---, 일단 구룡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밑을 보시지요."
마라왕의 둥글넓적한 얼굴 위에 곤욕스런 빛이 어려 있는 것을 보면서 마교
의 건물 중에서도 가장 높은 구룡탑을 향해 염혼은 달려갔다. 건물의 꼭대기에
올라가 창 밖을 내려다 본 염혼은 어이없는 얼굴이 되어 광명정 아래를 쳐다보
다 고개를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마라왕에게 돌렸다.
"정파 놈들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저도 잘---."
"하여튼 저놈들 때 거지로 모여서 쳐들어오면 골치 아프니까 암흑전사단하고
비마대를 준비 시켜라."
"부맹주님, 그건 좀---. 암흑전사단은 아직 훈련이 덜 끝났고, 비마대는 지
금 교주님을 따라 묘강의 흑목애로 가 있지 않습니까?"
"끄응, 골치야. 그럼 현재 교에 남아 있는 교도들은?"
"당장 준비할 수 있는 인원은 빙혼전에 빙혼수라대와 독황전에 독인들이 있
습니다."
"하여튼 그들이라도 준비시켜 이따 어둠이 깔리면 저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
려야지. 저것들이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저 따위 짓거리야?!"
투덜거리는 염혼의 눈에는 살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싸워서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밖에서 진을 치고 농성이라니---, 전혀 무림인답지 않은 짓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독 입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