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의 가을 언저리
북악산의 가을숲에서 맑은 공기와 향기를 마음껏 마시고,곧바로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또 다른 볼거리의 매력을 선사 해준다.
지난 해 갔던 때와는 계절이 주는 분위기탓인지,아마도 늦가을의
정취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
가을 끝자락의 산은 왠지 고즈넉한 쓸쓸함을 주었지만,삼청동 거리는
근사한 카페,갤러리,음식점등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쉴새없이 오고
가는 조금 북적거리는 곳이다.
지나다 들려오는 일본인들의 말소리,젊은 연인들,중년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다니는 모습들도 쉽게 볼수 있었다.
도로위에 나뒹구는 은행잎들이 차가 지나갈때마다 이리저리
가고 싶은대로 흩날렸다.
예쁘게 물든 은행나무가 있어 더 근사해보이는 카페들...
"서울에서 두번째로 잘하는집" 이라는 상호를 갖고있는 이집은
단팥죽 전문집이다. 수십년째 한가지만을을 고집, 그 전통을 이어
가는 집으로 삼청동에 와서 이집의 맛을 못봤다면 반드시 들러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양에 비해서 단팥죽 값이 비싼편(5500\) 이지만, 한번 맛보면 그맛에
반할수밖에 없다. 찹쌀경단과 얇게 저민 밤, 은행, 콩등 견과류를 고루
넣고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서 단팥의 달콤한맛과 함께 잘 어울린다.
지나다 원색의 눈에 띄는 그림이 벽면을 장식..색상이 워낙 밝아서
주변을 환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거리엔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중년여성들이 오히려 더 이곳을 즐겨
찾는것 같다. 백화점 쇼핑보다야 정서적으로 보나, 잠자고 있던
감성도 깨울만큼 이곳만의 운치와 추억을 불러 들이니 좋다.
아주 오랜만에 경복궁 돌담길을 걸어봤다.
평일이라 그럴까, 오가는 사람들이 별루 눈에 안띄었다. 좋다......!
걷다보면 갑자기 우두둑~소리가 나서 바닥을 보니 수없이 많은 은행알이
떨어져서 사정없이 밟히고 있었다.
아이구~아까운것, 행인들이 밟고 지나간뒤 은행 특유의 냄새가 풍긴다.
은행을 구워서 먹으면 맛이 좋은데 생것을 터뜨리면 그다지 좋지않은
냄새로 인해 은행만의 기품을 떨어 뜨리는것 같다.
키큰 은행나무들이 좁은 도로 양쪽에 가로수로서 단단히 제몫을
하고 있어서 아늑한 느낌마져 준다.
하얀건물의 카페앞에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와 하얀 벤치...
이동네를 걷다가 다리 아프면, 잠시 앉았다 가도 좋을듯 하다.
당신을 위해 자릴 비워 두었어요...하며 넌즈시 불러 들일것처럼.
청와대 들어가는 입구에도 곱게 물든 나무들이 이가을을 아쉬워 하는듯....
성미 급하게도 이미 잎새들을 다 떨군채 겨울을 맞이하려는 나무도
있었다.
삼청동은 그 어느 계절이나 다 좋은곳이다.
그러나, 가을에 찾아 가기에 더없이 좋은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와서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의 명소로 알려 져서 다소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질된 감도 있지만, 좀 더 우리것을 살려서 한국의
정서가 담긴 문화적인 장소로 잘 다듬어 졌으면 좋겠다.
그 주변으로는 북촌과 우리의 고궁도 함께 있으니 얼마든지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시킬수도 있을 것이다. 곳곳을 돌아보고 구석구석을 뒤져보면
정말 이런곳이 있었나 할만큼 색다른곳도 많다.
인공적으로 잘 가꾼 현대식 건물보다는 예스러운 풍취가 묻어나는게
점점 더 끌리듯이 옛것의 문화를 잘 살려서 우리만의 아름다움을 승화
시켰으면 좋겠다.
아!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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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단풍이 이른 2주전에 연짱3일을 한옥마을, 삼천공원,고궁으로 두루 가슴으로 가득 담아 왔답니다.
서울은 아름다운 곳들, 보물이 가득하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