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천(混天)이란 무엇인가?
세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태초(太初)의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의 상태로 몸을 되돌리고 정신의 영역을 우주와 동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혼천문의 무공이 추구하는 바이다.
제자야, 세상의 만물은 음(陰)과 양(陽)의 조화 속에 탄생한 오행(五行)의
의해 움직여지는 것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사람의 몸도 이 음양과 오행의
조화에 의해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고로 혼천의 무학을
익히려면 너는 바로 너 자신을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부의 뜬구름 잡는 강론은 끝나고 소구는 투덜거리며 계곡의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혼천문의 무학 중에서 지금 소구가 익힌 것은 단 하나 내공
심결인 혼천일원공(混天一元功)뿐이었고, 그나마도 이해하기도 힘든 심결의 풀
이는 해지기 직전의 한 시진뿐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소구에게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사부의 정신적 고문이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오전과 오
후 내내 바위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달리기만 내내 하는 고문이 끝
나면,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가 없는 뜬구름 잡는 말로 사부는 하나밖에 없는
제자 소구를 괴롭히는 것이다.
성격 더러운 사부가 웬일인지 날마다 소구를 쥐어 패는 일을 그만 두기는 했
지만 차라리 맞고 있을 때가 속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육체적 고통
대신에 이번에는 날마다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사부였다.
'으, 돌겠군. 도대체 먼 소리지? 무념무상무아(無念無想無我)의 상태로 몰입
하라고 하고서는 자신의 본질을 깨달으라니--, 으악! 도대체 뭔 소리여?!'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만을 늘어놓는 사부의 정신 공격은 소구를 반쯤
미치게 만들기에 족한 것이었다. 사부의 괴상한 말로부터 도망치는 순간은 호
수 밑바닥에서 내공을 수련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소구는 그대로 호수 한 가운
데로 몸을 던졌다.
"첨벙!"
"으악! 시끄러워!"
염혼은 탁자 위에 놓인 애써 그려 놓은 꽃 그림을 찢어내며 소리쳤다.
"소구를 돌려달라! "
"소구를 돌려달라!"
광명정 아래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염혼은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한판 붙으며 원이 없겠구먼---. 저놈들이 미쳤나, 자기
들이 잃어버린 것을 왜 여기서 찾아?!"
괴성을 내지르는 염혼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된 상태였다. 벌써 일년 가까이
저 괘씸한 정파의 떨거지들이 마교의 총단이 있는 광명정 주위에 몰려들어 신
경 곤두서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참다못해 막상 부하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면 이 한심한 정파놈들은 무림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것이다.
괜히 애꿎은 나무만 작살내고 다시 교의 건물로 들어와 한숨 자려고 하면 다
시 몰려든 정파놈들이 저렇게 고함을 지르고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벌써 일
년 가까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맹주의 집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사검 진승은 직속 상관인 염혼의
괴성을 듣자마자 황급히 부하들이 모여 있는 전각을 향해 달려갔다. 괜히 화풀
이 대상이 되어 상관의 주먹에 맞을 생각이 전혀 없는 진승이었다. 염혼이 나
서기 전에 먼저 자리를 피하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정파의 정신병자들을 한
시라도 빨리 공격하러 나가는 것이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는 일이었다.
마혼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전각 아래에는 이미 무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백여명의 마교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 저 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시도 때도 없이 저게 무슨 지랄이야?!"
거기 모여 있는 마혼전 소속의 추혼혈영대 전원의 입에서는 그런 소리가 얼
굴 가득 묻어 있는 짜증과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출동이다!"
달려온 대장 사검 진승의 입에서는 그런 고함이 터지고 마교의 중무장한 무
사들이 광명정 아래를 향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간 것은 바로 잠시 뒤의 일이
었다.
"정파의 잡놈들아! 이번엔 도망치지마!"
"한대는 맞아 줄 테니 거기 서 있어!"
소리를 질러대며 광명정이라 불리는 봉우리 아래로 달려가는 마교의 무사들
의 입에서는 그런 고함이 터지고 있었다.
"으악! 나온다!"
"도망치자!"
밑에서 고함을 내지르고 있던 구파일방의 제자들의 입에서는 그런 고함이 터
져 나오고, 들고 있던 깃발을 팽개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벌써 일년 가까이 계속 되고 있었다.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마교의 신경만 긁을 뿐, 결코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리
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이구! 속 터져!"
천막과 깃발이 널려 있는 광명정 아래의 공터에선 사검 진승은 바로 발 밑에
있는 깃발을 마구 짓밟으며 소리치고, 애써 달려온 보람도 없이 멀거니 공터에
서 있게 된 추혼혈영대 전원은 신경질적으로 이빨만 갈아대고 있었다.
마교의 본거지인 묘강의 흑목애로 폐관수련에 들어간 교주는 마교의 총단 즉
광명정에 머무르고 있는 마교도들에게 광명정을 벗어나지 말 것을 명한 상태였
다. 그래서 그들은 마교의 앞에서 농성을 버리는 무리들을 속시원하게 쫓아가
죽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출동하면 작은 중소문파는 한순간에 몰살시킬 전력을 가지고도 끽해야
한둘의 피 맛만을 간신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는 쌓인 울화와 짜증을
마교의 그 누구도 풀 수 없었다.
개방의 흑룡 왕질악은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졸졸졸 뒤를 따라오는
몇 명의 인물들은 모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흐이그--, 내가 못 살어!"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소리친 왕질악은 다시 고개를 돌려 광명정에서 멀리 떨
어진 구룡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화났나보다."
화산파의 뺀 질이 남명이 바로 옆에 있는 무당파의 석두 임지한에게 속삭였
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남 사형, 사숙님들이 그랬다구요, 여기서 살아 남
으려면 무조건 개방의 왕 사형 뒤만 쫓아다니라구요."
그 둘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의 구파일방의 제자들 다섯이 왕질악의 뒤
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마교의 총단이 있는 이 광명정 아래 파견 나온 구파일방의 제자들 중 흑룡
왕질악이 가장 고수였다. 각 문파의 이대제자 중에서 문파의 애물단지로 분류
된 자들만이 이곳에 남아서 문파의 웃어른들이 명한 대로 미친 짓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교의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미친 짓을 벌이는 동안 하나둘
옆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이제 남아 있는 자들은 경공 실력이 가장 좋은
자들만 남은 셈이었다. 그래도 마교의 고수들을 경공만으로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개방의 불타는 개차반 왕질악의 성질이 아무리 더럽다고 알려져 있어도 죽는
것만은 나았기에 이들은 이렇게 왕질악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무림오룡 중 이 황산의 광명정 아래에 나온 것은 개방의 흑룡 왕질악 뿐이었
다.
왕질악은 멀리 광명정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황산의 봉우리가 보이는 구룡봉
의 위로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휙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다람쥐나 원숭이 같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위
로 올라가고 있는 왕질악의 머리 속에는 자신을 이곳에 보낸 사부, 현 개방의
방주직을 맡고 있는 취문설개가 한 말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제자야, 우리 정파를 대표한다는 구파일방의 많은 절기들을 머리 속에 기억
하고 있는 소구라는 아이는 실종된 상태다. 이 중원 땅에서 조사하지 못한 곳
은 단 한곳 마교 뿐이라고 하더구나. 너 가서 거기 그 꼬마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봐라.'
마교를 침투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주위를 맴돌며 마교의 동정
을 살피는 일은 가능했지만 안으로 침투해서 동정을 살피는 일은 흑룡의 실력
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천하에 마교의 제자가 아니라면 안으
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왕질악은 단지 광명정 근처에 몰래 잠복해서 마교를 드나드는 자들이
나 관찰할 생각이었다. 아직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죽고 싶다는 생각은 눈곱만
큼도 없는 왕질악이었다.
"그런데-- 으 그런데---- 그 쪽팔리는 깃발이라니-----."
어느새 절벽을 다 올라와 봉우리의 한 평평한 바위 아래에 등을 기대고 앉은
왕질악은 광명정 쪽을 쳐다보며 그 끔찍한 장면이 떠올라 고개를 흔들었다.
무림인이라 불리는 사람이라면 제정신으로 그런 짓은 절대로 못할 것이다.
무림은 칼로 말하는 것이지 깃발 위에 글자 나부랑이나 적고 고함을 질러대며
농성을 벌이는 그런 짓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왜 나냐고? 다른 놈들도 많건만 왜 나를 보내서 이리 창피를 주는 거야
?!"
사부 취문설개에 대한 불만이 이 일년동안 쌓이고 쌓여 왕질악의 뾰족한 턱
과 어우러져 더욱 그의 얼굴을 험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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