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일 화요일 주님 봉헌 축일
교회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곧 2월 2일을 주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한다. 예루살렘에서는 386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으며, 450년에는 초 봉헌 행렬이 여기에 덧붙여졌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여,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았다. 이에 따라 교회는 해마다 맞이하는 이 축성 생활의 날에 수도 성소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고, 축성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권고한다.
한편 한국 교회는 ‘Vita Consecrata’를 ‘축성 생활’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봉헌 생활의 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바꾸었다(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9년 12월 2일).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2-40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36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오래 묵은 쑥으로 살 것인가?
고등학교를 아주 힘들게 다녔습니다. 나는 지금도 잊고 싶은 시간들이 많이 있는데 그 시간 중에 고등학교 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그 시간들입니다. 가난한 생활보다도 힘든 것은 내 인생을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은 책을 읽고, 기도하고, 열심히 농사일도 하고, 학교에서 온실을 관리하는 일도 해서 장학금도 받아야 하고, 아이들에게 과외 공부도 해서 학비도 벌어야 하고, 성당에 가서 하느님께 매달려 사는 것뿐이었습니다. 대학은 갈 수도 없고,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상아탑(象牙塔)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도대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매일 한문책을 읽으며 혼자 자신을 다독이느라고 애를 쓰면서 혼자 괴로워할 때 삼년지애(三年之艾)라는 말이 언제나 나를 아프게 하였습니다. 사제로 살 것인가? 오래 묵은 쑥으로 살 것인가?
삼년지애(三年之艾)란 말은 맹자의 말입니다.
금지욕왕자(今之欲王者),
유칠년지병(猶七年之病),
구삼년지애야(求三年之艾也).
구위불축苟爲不畜),
종신부득(終身不得.)
‘지금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7년이나 앓는 묵은 병에 3년이 된 묵은 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 진실로 미리 갖춰두지 않으면 평생 얻지 못하리라.’
7년간 앓는 병은 쉽게 낫지 않은 고질병을 가리킵니다. 이 고질병을 낫게 하려면 보통이 아니라 특별한 약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3년간 잘 묵혀놓은 쑥입니다. 그해에 갓 채취한 쑥을 갑자기 3년 묵은 쑥으로 만드는 비결은 없습니다. 3년간 묵혀놓은 쑥은 고질병이 나기 이전부터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이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 다각도로 점검해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나씩 하나씩 해둬야 하는 것입니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긴 안목을 갖고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 황금과 같은 고등학교의 시간 내내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시간이 너무 한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에 들어가 수사신부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키워주시며 아버지처럼 지도하시던 신부님은 그 선택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대신 동생을 신학교에 보내고, 동생들과 부모님을 돌보라고 나에게 삼년이 아니라 삼십 년을 묵히고 숙성되어야 하는 쑥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겨를도 없이 아홉의 동생들과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실제적인 가장이 되어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과 같은 ‘봉헌생활의 날’을 맞으면 나도 봉헌생활을 한 60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내가 수도원에 가서 수사신부님이 되고 그렇게 50년을 잘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동생들을 잘 돌보고 아버지 대신 아버지 역할을 잘 한 봉헌 생활을 살았는가? 그것은 지금도 잘 모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 축성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활 내내 모든 사람들의 기도가 아니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묵은 쑥’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동생 신부님이나 동생들은 내가 참으로 성실하고 훌륭하게 아버지 역할을 했다고 나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그렇게 살았다고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처를 받은 가족들이 더 많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평생을 가난에 쪼들리고 산 나를 아이들이나 아내는 불만에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나도 평생을 마음 편하게 돈 만원을 써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봉헌생활을 한 내 삶을 주님께서 예쁘게 보시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그래서 내 삶도 축성생활의 60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2,14-18
14 자녀들이 피와 살을 나누었듯이,
예수님께서도 그들과 함께 피와 살을 나누어 가지셨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 곧 악마를 당신의 죽음으로 파멸시키시고,
15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을
풀어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6 그분께서는 분명 천사들을 보살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보살펴 주십니다.
17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8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야고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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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사셨으니 하늘에 쌓은 보화가 크리라 믿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 의탁하고 사시니 참으로 복되십니다.
감사합니다. 수산나 자매님
그냥 주어진 삶을 산 것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