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현장메모] 잔치에 주인공이 없다
골든글러브는 한 시즌을 정리하는 야구인들의 뜻 깊은 행사다. 사실상 한 해를 넘기는 연말에 열리는 데다 현역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동료 수상자를 축하할 수 있는 유일한 이벤트라서 그렇다.
당연히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주인공들이 한껏 멋을 낸 의상을 입고 나와 시상식장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11일 오후 서울 강남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배 2003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그렇지 못했다. 후보에 오른 40여명의 선수와 그들의 동료인 10~20명의 선수만 자리를 채웠다.
오히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구단 관계자와 언론 종사자, 팬들이 1000여개의 좌석을 빼곡하게 메웠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들은 466명이다. 그러니 10%를 간신히 넘긴 선수들만이 잔치에 나섰고, 나머지 90% 가까이가 불참해 시상식을 '후보자들만의 이벤트'로 만들었다.
따라서 동료들이 무더기로 나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참석자라면 누구라도 짙게 느낄 아쉬움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와 골든글러브 역사도 어느덧 22년째가 됐다. 성년의 나이를 넘긴 만큼 이제 현역 선수들도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 걸맞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멀리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선수들의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시상식장에서 국내 프로야구가 자칫 몸만 비대한 기형아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 것도 그래서다.
국경선기자 gut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