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보다
못이 많았다 [박
준]
그해 윤달에도 새 옷 한 벌 해 입지 않았다 주말에는 파주까지 가서 이삿짐을 날랐다 한 동네
안에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의 방에는 옷보다 못이 많았다 처음 집에서는 선풍기를 고쳐주었고
두
번째 집에서는 양장으로 된 책을 한 권 훔쳤다 농을 옮기다 발을 다쳐 약국에 다녀왔다 음력
윤삼월이나
윤사월이면 셋방의 셈법이 양력인 것이 새삼 다행스러웠지만 비가 쏟고 오방(五方)
이
다 캄캄해지고 신들이 떠난 봄밤이 흔들렸다 저녁에 밥을 한 주걱 더 먹은 것이 잘못이었다
는
생각이 새벽이 지나도록 지지 않았다 가슴에 얹혀 있는 일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 시를
쓰는 사람도, 시를 읽는 사람도
박힌 못이
많은 건 확실하다.
못 박힌
적 없는 시인은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이것은
사견이니까 시인들이 피켓을 들 필요는 없다.
시를
열심히 읽는 시민들도 류시화급이거나 용혜원급의 낭만시를 읽는 건
아니다.
못 박히고
가슴에 얹혀있는 것들을 확 풀어버리려고
마음에
와닿는 그 한 줄을 찾고자 함이다.
박힌 못을
빠루로 빼버리고
얹힌
가슴을 활명수처럼 트림내게 하고 뚫어주는 것이다.
시는
영혼이 헐벗은 이들에게 고쳐주고 약을 발라주고 박힌 못을 빼주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니 홍정순시인이 생각난다.
못과
빠루의 대명사니까.
첫댓글 나는 영혼이 헐벗은 사람이 아닌가 봐요...시를 읽어도 내게 박힌 못이 빠지지 않아요...ㅠ
영혼까지 부대해지면 어쩌지요? ㅠㅠ
ㅎㅎㅎ 누님께서는 너무 지경이 넓어서 웬만한 시로는 박힌 못이 안 빠지는 것일 겁니다.
시가 시시해지면 안 되는데 요즘 다들 심드렁한 것 같습니다.
누님의 넓은 지경을 저희들도 밟고 싶습니다.
부대찌개 잘 하는 집에 한번 모여야 하잖을까요.^^*
10월중에는 죽을 시간도 없어요...ㅠㅠ 11월이라면...
시월에는 못을 빼러 여기저기 다니시는군요.ㅎㅎ
그저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누님.^^*
부대찌게라는데...웬 그리움이 왈칵....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