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경주에 있습니다.^^ KTX시간이 남아서 숙소에서 짐정리하면서 글을 올리고 있네요^^
경주에 벚꽃을 보려 왔는데 생각보다 벚꽃이 많지 않아서 실망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보문단지쪽은 좀 남아있는데, 제일 유명하다는 불국사와 안압지의 벚꽃은 완전 전멸 상태였습니다..ㅠ.ㅠ
특히 불국사..갈때 택시기사분이 보문호보다 북쪽이라서 더 많이 남아있어 지금이 최고일 것이라고 한참 바람을 넣으셨는데, 정작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니 벚꽃은 하나도 없고 푸르른 잎만 울창^^하네요...ㅎㅎ 나올때 주차장앞에 하나 남았더군요...거참..ㅋㅋㅋ
어제 안압지를 가서 불국사를 만회하려 했는데, 역시 이곳도 완전 종결이었죠... 금년 저와 벚꽃은 인연이 없었나봅니다... 서울은 만개했는데..ㅋㅋ
그래도 91년 수학여행때 처음오고 20년만에 찾은 안압지...많이 변한것은 없어도 그래도 반가운 감정이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건물을 나올때보니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향해 바라보고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고 있더군요.
저도 고개를 들어보니 밝은 태양만 보여 뭘 보는 거야 했는데...살짝 눈을 내려보니 태양 주변에 둥글게 무지개가 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카메라를 하늘높이들고 마구 사진을 찍었습니다..
둥근 그 무지개 전체를 담고 싶은데 워낙 빛이 강해서 태양을 가리고 반정도만 겨우 담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20년만에 안압지를 찾을걸 환영하기 위해 제 머리위로 이런 환상 무지개를 내린것이 아닐까하는 망상^^까지 하게 되었네요..ㅋㅋ 참 그 타이밍이 무척 좋았네요^^
그냥 다른 곳에서 만나는 것보다 경주 안압지에서 이런 광경과 마주하니 정말 신비롭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런 무지개가 생기는 이유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옆에서 좀 아시는 분이 대기중에 일시적으로 수증기가 생겨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데..... 그날 구름도 별로 없는 아주 화창하고 건조한 날이었거든요...ㅎㅎ
살짝 누각의 처마로 태양을 가리고 찍어보니 이 무지개의 둥근 모습이 상상되네요.. 사실 저도 이날 둥근 전체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눈이 너무 부셔서요....
카메라를 향하면서 렌즈가 타버리는 거 아닌지 내심 불안도 했고요..
금방 사라질 줄 알았는데 한 30분정도 지속된 것 같습니다.. 안압지..즉 임해전지에서 다 떨어진 벚꽃에 실망하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무지개가 제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곳 20년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더라고요.. 조금 더 복원을 해서 예전 신라의 화려함을 더해주었으면 좋을텐데... 들어나있는 주춧돌이 좀 아쉽네요...
건물군을 지나서 정원쪽으로 들어서니 아주 약간 남은 벚꽃을 배경삼아 주변을 담아보았습니다... 몇일 전이면 이 가지마다 화려한 벚꽃으로 꽉 차 있었을텐데...너무 아쉽더라고요...
딱 구도는 나오는데..앙상한 가지가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도 버티고 있는 꽃이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벚꽃을 자락을 잡고 안압지에 좋은 추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좋은 벚꽃을 볼 수 있겠죠...벚꽃도 정말 운이 있어야 만개하는 그 시점을 담을 수 있는가 봅니다...ㅎㅎ
금주가 지나면 이제 벚꽃의 흔적은 사라지고 연두빛 잎들이 돋아나는 봄의 마지막으로 치닫을 것 같습니다. 이제 여름이 오겠죠... 그래도 우울한 가운데의 봄여행...너무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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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본 교토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Merya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