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일락 교수의 따뜻한 잔소리 교육법 아이돌 그룹 '비스트' 손동운 아빠 글로벌 매너 분야의 스타 교수인 청주대 손일락 교수가 최근 청소년들의 꿈을 다룬 책 한 권을 펴냈다. 전공과 상관없는 책 같지만,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학생들에게 항상 꿈의 중요성을 말해왔던 교수로서,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로 성장한 ‘비스트’ 멤버의 아버지로서 하고 싶은 당부를 담은 것. 그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신의 분야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주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 몸담고 있는 손일락 교수는 일주일에 3일은 청주에서, 나머지는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새학기라 정신없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스타 교수’라 더욱 바쁘다. 전공, 교양 수업을 두루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손일락 교수가 개설한 교양 수업인 ‘현대인과 국제매너’는 인기가 대단하다. 지금은 사이버 강의로 바꾼 이 강의는 한 학기에 4000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인기 덕분에 전국의 다양한 대학에서 벤치마킹해 가기도 했다.
기업과 관공서 등에서 글로벌 매너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에티켓을 먹고 매너를 입어라] [굿 매너 굿 라이프] 등의 관련 저서도 집필했다. 그런 그가 청소년들의 꿈을 조명한 책 [별을 꿈꾸다]를 펴낸 것은 그동안 청춘들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또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생각해 온 것들이 있었기 때문. 책은 출간되자마자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 랭크됐다.
“청소년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학교 선생으로서 아이들과 고민을 나눴던 것, 또 ‘비스트’의 멤버인 둘째 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들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꿈을 가진 사람은 그 꿈에 가까운 삶을 삽니다. 그런데 요즘은 꿈 자체가 없는 아이가 많아 안타까워요. 꿈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나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28세에 강단에 서다 손일락 교수는 항상 새학기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대학생들에게 ‘꿈’의 중요성부터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인생 경험 때문이다.
“제 어렸을 적 꿈은 ‘박사’였어요. 학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척척박사’ 이런 게 되고 싶었죠(웃음). 그리고 어른이 되면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꿈과 목표를 세운 뒤에는 한번도 한 눈을 팔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여서 어쨌든 (경영학) 박사가 됐고, 남들보다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됐죠.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스스로 세운 꿈 덕분이었어요.”
손일락 교수는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강단에 섰다. 호텔리어 등을 했던 실전 경험과 다방면의 독서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 대한 비전을 살피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대학 가는 것’이 꿈이 되어서는 안 돼요. 제가 대학교수이긴 하지만 지금은 대학만 가서는 별 수 없어요. 자신만의 꿈이 있어야죠. 학생들은 ‘꿈’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데, 그건 꿈에 대해서 오해하기 때문이에요. 꿈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체적이고, 확실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음악하고 싶다’ ‘그림 그리고 싶다’ 등의 막연한 생각도 꿈인 거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죠.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인데 ‘각곡유목(刻鵠類鶩)’이라고, 고니를 새기는 노력을 하다 보면 실패해도 집오리는 만들 수 있어요.”
그는 꿈을 지니고 살다가 자신의 분야에 성공한 인물로 유명 작곡가인 ‘신사동 호랭이’를 예로 들었다. ‘신사동 호랭이’는 티아라의 ‘Bo Peep, Bo Peep’, 비스트의 ’픽션’ 등을 써 히트시킨 작곡가. 고졸 출신이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가’라는 꿈을 갖고 길거리 행상, 조리사, 밴드 등의 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한다.
“물론 부모가 보기에 아이들의 꿈은 허황돼 보이죠. 하지만 아이가 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그것이 조금 미덥지 않아 보일지라도 한발 물러서 지켜봐줘야 합니다. 부모 마음이란 게 위태로워 보이는 자녀를 그냥 보고 있기란 어렵지만, 제가 경험해보니 여러 과정을 거치며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운 아이는 어떻게든 꿈에 가까이 가게 돼 있더라고요.”
아들을 톱 아이돌 가수로 성장시키기까지 손일락 교수의 둘째 아들인 손동운(24)은 ‘비스트’의 막내이자, 잘생긴 외모로 주목을 받아왔다. 어릴 때에도 뛰어난 외모 때문에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았고, 아들 역시 자연스럽게 가수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일락 교수는 처음에는 아들의 꿈을 반대했다. “재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는 아들의 재능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 “가요계가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이긴 했지만, 그곳에 대해 잘 모르고 걱정스러웠기에 반대했죠.”
그런데 아들은 유명 기획사의 보컬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응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더니 연예계 생활은 자신과 맞지 않을 것 같다며 그만두겠다는 거예요. 전문가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적성도 잘 맞고, 재능도 있다고 하는데 안 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수밖에요. 그때 아들과 갈등이 굉장히 심했어요. 여느 가정처럼 말 안 듣는 아들에게 의절하자고 하기도 했죠(웃음).”
확대보기 가수를 꿈꾸던 둘째 아들은 ‘재능을 키우는 교육을 하자’는 아버지의 교육 철학 덕분에 한류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로 성장했다. 사이좋은 부자는 지금도 서로의 꿈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하지만 손일락 교수는 서로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해병대 캠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보통, 부모가 자녀를 보내는 것에 반해 그는 자신이 먼저 캠프에 들어갔다.
“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진 거죠. ‘다 내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캠프에 다녀온 뒤에 아이와 아내에게 권해 같이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등 소통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아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오케이, 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해서 아들이 다시 공부를 하게끔 도왔어요. 자기가 내린 결정이라서 그런지 그땐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하더라고요.”
하지만 끼와 열정은 숨길 수 없는 것인지,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가수의 길을 택했고 곧 데뷔를 했다. “물론 데뷔한 이후에도 늘 걱정하며 살았죠. 몰랐는데 연예인이란 게 ‘패밀리 비즈니스’더라고요. 가족들이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죠. 지금도 어떤 연예인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면 남 일 같지 않고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그래도 일찍부터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 온 덕분인지 앞가림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춘은 잠재력, 그 자체다 비스트는 유럽, 아시아 등을 돌았던 ‘월드 투어’에 이어 올해는 ‘재팬 투어’를 하고 있고, 4월 중에는 새 음반도 발표할 계획이다. 손일락 교수는 아이돌 문화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하면서도 개선돼야 할 점들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요. 사실 팝 문화가 탄생한 본고장인 영국, 미국 등에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들이 공연을 하고 인기를 끈다는 것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는 거죠. 이런 경쟁력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200만 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등 큰 수요가 있기 때문이고, 또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 덕분이기도 하죠.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합숙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받는 문화는 다른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미성년자들의 안전과 교육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개선시켜 나가야 하죠. 그리고 아이돌로 성공한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하고요.”
확대보기 요즘 아이돌들이 그렇듯 손동운 역시 그룹 활동뿐 아니라 개별 활동도 늘려가고 있는데, 뮤지컬 무대에 선 것에 이어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에서 MC를 맡게 됐다고 한다.
“지금 아들의 나이가 스물네 살인데 진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요즘 아이돌들은 자신의 인기가 계속될 거란 자만심보다는, 언젠가는 인기가 떨어질 거라는 걸 알고 준비하더라고요. 저 역시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라고 권해요. 뮤지컬 출연 제안이 왔을 때도 해보라고 했어요. 물론 프로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계속 도전하다 보면 실력이 늘겠죠. 청춘은 잠재력,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꿈은 현재 진행형,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다 손일락 교수와 아들의 두터운 사이는 비스트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아들은 자신의 고민을 아버지에게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손일락 교수는 자녀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 밥상머리 교육 덕분이라고 말했다. 식사 예절뿐 아니라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등 배려의 기술을 가르쳐 온 것. 가족들 사이에서도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다 보니 네 살 터울의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집에선 큰소리 한번 나지 않았단다.
“저만의 교육법은 칭찬을 많이 하되, 잔소리도 많이 하는 거죠(웃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앞세운 잔소리가 아니라 배려를 담은 ‘따뜻한 잔소리’여야 한다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합숙을 하느라 떨어져 지냈던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시간이 없으니까 편지를 통해 따뜻한 잔소리를 건네기로 했죠.”
이런 따뜻한 잔소리 덕분에 아들은 바쁜 활동 중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소녀시대 윤아와 수영의 열애 소식으로 떠들썩한 요즘, 아들에게 연애에 대한 코칭을 따로 해주진 않았을까.
“아들과는 연애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제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도 됐고, 지극히 사생활적인 부분이니까요. 아들이 먼저 얘기하면 모를까 일부러 관심을 갖지는 않고 있어요. 연애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아이돌들도 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많은 관심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게 우려되죠. 다행히 많은 아이돌 가수가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식이 성숙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연애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생각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도 강하죠.”
손일락 교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게 하는 아들을 보며 배울 때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책 집필에 골몰하고 있는데 다음 책의 주제는 ‘개념 회복 프로젝트’다.
“기본적인 예의, 예절을 갖추지 않는 개념이 없는 사람이 많잖아요?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남들 눈 신경 쓰지 않고 진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커플도 많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개념의 상실이 극단적으로 가면 은둔형 외톨이, ‘인간관계의 미숙아’ 등을 만들 가능성이 있죠. 관계를 회복시키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거든요(웃음). 꿈은 ‘완성형’ ‘현재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