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살이에 하루가 다르게 영어 낱말이 늘어나고 있다.
‘웰빙’(well-being)도 그 한 가지다.
웰빙족을 위한 웰빙 아파트, 웰빙 가전, 웰빙 야채, 웰빙 예금 등의 상품이 나오고 있다.
‘잘먹고 잘살기’를 이르는 말쯤으로 쓰는, ‘웰빙’은
대체로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그러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그 말부터 귀에 설고 낯설다.
정말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별난 먹거리와 값비싼 ‘명품’으로 뽐내는 삶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함께 보살피며, 여가를 즐기는 생활 방식을 찾는다고 한다.
국어연구원은 ‘웰빙’을 ‘참살이’라 다듬고, 백기완씨는 ‘넉넉살이’를 제안하였다.
‘넉넉살이’ 쪽에 한 표 던지고 싶다.
넉넉한 살림에, 넉넉한 마음씨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바로 넉넉살이이고, 웰빙일 터이니 말이다.
넉넉함을 나타내는 우리말에 ‘가멸’이 있다.
한자 ‘富’(부)를 새김으로 ‘가멸 부’라 하였다.
그림씨(형용사)로는 ‘가멸다, 가멸하다, 가멸지다, 가멸차다’가 있다.
*든든한 ‘가멸’이 그의 뜰을 채우며.(최남선·가을)
*잘난 이 ‘가멸한’ 이/ 옹기옹기 모인 채로.(최남선·시중을 굽어보고)
*청산을 보는 나는/ 언제나 한껏 ‘가멸하다.’(김동리·청산)
*대와 동백나무는 전라남도 농촌 풍경을 ‘가멸게’ 하는 보배이다.(한창기: 한국의 발견)
‘가멸다·가멸지다·가멸하다’는
‘풍부하다, 풍성하다, 풍요롭다, 풍족하다, 부유하다, 유족하다, 충분하다’ 같은
한자말의 뜻을 아우르는 토박이 말이다.
올 가을엔 육당의 말처럼 든든한 ‘가멸’이 이 나라를 채워 주기를 바라면서 ….
조재수/사전편찬인 - 한겨레(8/12)
* 제가 사는 김천에는 '부곡동(富谷洞)'이 있습니다.
이 부곡동을 일컫던 옛 이름이 '가며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이제 얼마 없습니다.
우리는 늘 '가며실', 가며실 했답니다.
'가며실'을 한자로 쓰면 바로 '富谷'이랍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는데 '잘 사는 마을'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랍니다.
첫댓글 우리 것이 없다면 우리 민족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사 과목이 수업에서 자꾸만 제외 되고 있다는 안좋은 소식이 들리네요--;
김천의 부곡동(富谷洞)이 예전엔 "가며실"로 불렸다는 걸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습니다.우리말 우리글은 글쓰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말이 됐으면 참 좋겟습니다.
아, 내가 사는 곳이 가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