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 호가 상승세가 장난이 아니다. 가격 상승세는 서초동 삼성타운 주변 등 다른 호재지역 오피스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용산 오피스텔 값은 그동안 도심권이나 강남권에 비해 낮았다. 각종 개발재료는 풍년을 이뤘지만 주변 대규모 업무시설이 부족해 오피스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 발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대규모 업무시설이 들어서면 오피스텔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는 장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한강로 2가 파랑새공인(02-793-8100) 이미혜 실장은 “여름부터 오피스텔에 투자문의가 급증하더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개업소마다 10여개씩 쌓여 있던 매물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8월 이후 평균 4000만∼5000만원 올라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당 242만원(평당 800만원)에 불과했던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 매매가는 요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당 272만원(평당 900만원)을 웃돈다.
두 달 전 ㎡당 270만원(평당 892만원)을 부르던 용산구 한강로 3가 대우트럼프월드Ⅲ 오피스텔 92㎡(28평형)는 최근 ㎡당 303만원(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56㎡(17평형)는 한 달 전에 비해 23% 가량 오른 ㎡당 285만원(평당 941만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 주영공인 관계자는 “추석 전 ㎡당 290만원에 매물로 내놨던 오피스텔 주인이 갑자기 303만원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일대 오피스텔 몸값이 개발 호재와 임대 수요 증가 등에 힘
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입주한 용산 한강로 파크자이
오피스텔 전경.
인근 한강로2가 대우디오빌한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76㎡(23평형)의 경우 두 달 전 ㎡당 200만원(평당 660만원)에도 매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 ㎡당 224만원(평당 739만원)을 주겠다고 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
용산지역 전문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알용산의 홍장희 대표는 “8월에 비해 오피스텔 값이 평균 4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주변 호재에 비해 저평가됐다' 인식 많아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주택에 비해 가격이 아직 저평가됐다고 보는 이유가 크다.
현재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다세대 주택 값은 ㎡당 최대 6000만원(5㎡짜리 지분 기준, 평당 2억원)이다. 지난해 7월 ㎡당 1000만원(평당 3300만원)에 비해 6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오피스텔은 ㎡당 242만원(평당 800만원) 대면 살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그나마 전세를 끼고 투자할 경우 66㎡(20평형) 대 소형은 5000만∼6000만원이면 가능하다.
이러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오피스텔에 돈을 묻으려는 투자자들이 돈보따리를 싸들고 용산지역으로로 몰리고 있는 중이다.
파랑새공인 이실장은 “그동안 비싼 집값 때문에 용산 투자에서 소외됐던 소액 투자자들이 국제업무지구 등의 개발 효과를 기대하고 오피스텔에 돈을 묻으려 한다”고 말했다.
수요는 토끼걸음, 공급은 거북이걸음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오피스텔 가격도 투자수요를 끌어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용산지역 전문 업체인 알용산 통계에 따르면 용산 오피스텔 값은 ㎡당 평균 242만원 수준이다. 인근 여의도·마포권(243만원), 도심권(269만원), 강남권(280만원)보다 가격이 낮다.
최근 싸고 좋은 새 오피스텔을 찾는 도심권과 강남권 수요가 늘면서 용산지역 오피스텔의 공급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은 21개 단지 4100여실로 강남권 등에 비해 공급량이 적은 편이다.
한남동 동아공인 이대섭 사장은 “KTX 등을 통해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면서 오피스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신규 공급은 크게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규제 반사이익으로 이점 커 인기
주택시장 규제의 영향도 크다. 거래·세금·청약 등에서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주택과는 달리 오피스텔시장은 ‘규제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이런 점을 노리고 일부 투자자들이 각종 개발재료가 풍년인 용산지역 오피스텔시장을 기웃 거린다.
대출에 있어서도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해 자금 마련이 수월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오피스텔은 소득수준 등과 상관없이 시세의 50∼60% 선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산 오피스텔은 총 투자비용 규모 측면에서도 아파트에 비해 적은 자금으로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용산 홍 대표는 “66㎡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을 받을 수 있어 대출 이자 부담이 적어 용산 오피스텔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