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경남 의령 정암루 안개 낀 새벽 라이딩, 웃음 나올 정도로 상쾌 | ||||||||||||
새벽 일찍, 나는 또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즐겁고 기분이 상쾌하다.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달리는 여행은 더 신난다. 특히 안개 낀 새벽길을 뚫고 달리는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 안다. 이번에는 1592년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휘하 17장령과 수천의 민중이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으며 벽산 안희제 선생 중심의 항일운동 진원지이기도 한 경남 의령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함안과 의령의 경계지점이면서 중부내륙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의령의 관문이기도 한 의령 9경 중 제5경에 속하는 ‘정암루’(鼎巖樓)가 있다 정암루는 조선 중기 때 지은 취원루가 있었던 자리인데 취원루는 소실돼 없어졌고 1935년 이 고장 유림과 유지들이 그 자리에 정암루를 지었다. 정암루 아래에는 정암나루가 있었는데, 그곳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이끄는 의병이 쳐들어오는 왜군을 격퇴해 대승을 거둔 전적지로도 유명하다. 정암철교는 정비를 잘해 놓았다. 기차는 못 다니고 자전거와 사람들만 다닐 수 있었다. 남강이 유유히 흐르는 정암철교 위를 자전거로 달렸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맛이 있었다. 저 멀리 의령관문과 홍의장군 곽재우 동상이 보였다. 의령관문공원이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치고 있었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남강 한가운데에 ‘정암’ 또는 ‘솥바위’라고 부르는 솥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바위 밑 부분은 솥단지의 다리처럼 3개의 발이 달려 있다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솥바위 중심으로 반경 8㎞ 이내에는 부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해 부자 되게 해달고 정성껏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솥단지에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었다. 그날도 몇몇 아주머니들이 촛불을 켜놓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홍의장군이 생각났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위해 싸운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암루는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주변 관리도 부실했고 설명해 놓은 안내판도 내용이 부실했다. 그러나 남강 풍경은 좋았다. 정암루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늦은 오후였다. 의령은 ‘망개떡’이 유명하다고 해서 정암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망개떡을 사먹었다. 어릴 적 포항 송도해수욕장에서 놀 때 아저씨들이 ‘망개떡 사려’ 하고 팔던 그 떡이었다. 그때 먹던 맛과 똑같았다. 망개 잎 향기도 배어 있어 더 맛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추억의 망개떡 맛에 피로도 싹 가셨다. 맛있는 것 먹으며 놀다 보니 날이 저물고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너무 먼 거리라 돌아갈 때는 버스에 몸과 자전거를 실었다. 이번 여행도 의미 있고 즐거웠다. 정암루와 아름다운 남강을 보았고, 어릴 적 먹었던 달콤한 ‘망개떡’도 먹었다. 빨간 옷을 입고 왜적을 무찌르던 홍의장군의 충절도 느껴보았다.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먼 길을 오가는 동안 아무 사고 없이 다녀온 것도 감사할 일이다. 망개떡 먹고 싶으면 또다시 가봐야지.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