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가게의 필요성
시금치를 다듬고 데친 후 무침을 만든다. 콩나물을 다듬고 데친 후 무친다. 그 옆에는 무를 손질한 후 고등어를 넣고 끓이는 찌개가 한참 준비 중이다. 집안에서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대략 얼마쯤일까?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반찬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선 상당히 부지런하지 않고선 힘들다. 그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나온 반찬 가게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후 4시 무렵이 되면 전북 전주시 서신동 일대의 노점상에 반찬 가게들이 들어서고 그 시간에 맞춰 반찬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노점 반찬가게(음식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랩으로 싸고 음식을 판 후 바로 랩을 덮는다.)
▲ 대형마트 반찬코너(깔끔한 진열과 철저한
위생관리를 보여준다.)
김진환 군(21, 대학생)은 국 종류로 육개장과 밑반찬으로는 콩나물잡채를 샀다.
시골에서 전주로 유학 온 그는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혼자 음식을 해 먹었는데 하는 요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한 번 먹고 나면 잘 먹지 않는 습관으로 버리는 음식이 많아지자 반찬 가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트에 가서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사다 데워먹는 수준이었죠. 그것도 지겹다 싶으면 나가서 외식도 했는데 비용을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지금은 입맛에 맞는 반찬 가게를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반찬을 사갑니다.”
**대형마트와 일반 반찬가게
▲ 대형마트 반찬코너 조옥주 조장
전주 이마트 반찬코너에서 근무하는 조옥주씨(52, 한식부 조장)는 “보통 30가지의 반찬을 구비해 놓고 있다. 현재 25~26가지 반찬을 팔고 있으며 양념깻잎 김치가 가장 잘 나간다. 매출은 작년에 비해 10% 정도 줄었는데 불경기 탓으로 여기고 있다. 주로 30~40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노령층은 어쩌다 찾는다. 젊은 사람들은 김치류를 선호하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젓갈류를 원한다.”고 밝혔다. 매장 내 마트 준법관리자는 위생관리와 유통기한에 철저히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그에 반해 정애자씨(45, 노점 반찬상인)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면서 찾는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 노점상 : 콩나물무침과 시금치나물이
봉지에 들어있는 모습. 한 번 사면
1인이 서너 번 이상 먹을 수 있다.
“오후 4시쯤 대략 30가지 이상의 반찬을 준비해서 들고 나와 저녁 무렵까지 판다. 20대는 국과 밑반찬류가 주류라면 주부들은 젓갈류가 대세다. 각 반찬 가게마다 주력상품이 있어서 그 메뉴를 사려고 줄을 서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엔 겉절이 김치와 간장 게장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주부들이 원하는 게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이라 대부분의 반찬들이 김치를 제외하곤 넣지 않는다. 네 사람이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음식을 만든다. 음식은 일일이 랩으로 싸고 비닐장갑으로 담으며 나름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임을 강조했다.
**고객들 반응
박진호 씨(48, 회사원)는 “아이들과 아내를 해외로 보낸 기러기 아빠라 혼자 밥 사먹기도 그렇고 해서 반찬을 사러 나왔다. 국과 몇 가지 반찬을 사면 한 주가 그냥 지나간다.” 김미옥 씨(72)는 “나이가 나이니만큼 요리하는 게 싫고 귀찮다. 기초생활 수급자들은 도시락배달도 해주지만 어중간한 계층이라 음식을 날마다 만든다는 게 기력도 딸려 반찬을 사러 나온다. 그 전에 며느리나 딸이 반찬 사다 먹는다고 하면 불호령을 내렸는데 요즘 그런 말 할 처지가 안 된다. 이 나이엔 짭짤한 젓갈이 구미를 당기지만 겉절이 김치를 선호한다. 반찬 가게 있어서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고 웃었다.
강영미 씨(36, 회사원)는 “일하다 지쳐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해주기가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든다. 이곳에 와서 카레 한 국자 사 가면 그날 저녁이 편하고 신경 쓸 일이 없어 좋다. 지금은 김치 종류나 밑반찬류가 대세지만 점차 생선구이나 생선찜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나왔으면 좋겠다. 생선 굽는 것도 일이다.”면서 메뉴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함을 말했다.
최진수 씨(32, 회사원)는 “줄 서서 기다려 산 음식도 때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 가게를 찾는 게 급선무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는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누구나 요리를 해야 하고 끼니 해결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결혼하더라도 집에서만 꼭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릴 시점이다. 대형 마트는 반찬 가격이 비싸고 양을 정확히 저울에 달아주기 때문에 야박한 느낌이 들어 한 동안 이용하다가 좀 더 저렴한 반찬 가게로 눈을 돌렸다. 어느 가게의 어떤 음식이 괜찮다는 팁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반찬가게별 메뉴 목록을 적어놓은 개인 노트를 보여줬다.
**편리함과 여유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나온 반찬 가게는 젓갈류와 김치, 조림류로 시작했다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수요 계층도 다양하다. 적절한 반찬 가게의 이용은 생활의 편리함과 시간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힘이다.
글&사진 | 위민기자 유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