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정치인 관련 논평을 자주 발표하고 있다. 음주운전방지법을 입법발의한 이용주 국회의원이 음주 단속에 걸려 처벌을 요구해야 했고, 이제는 청와대 의전비서관 처벌까지 요구하게 생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새벽 인근 도로에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과음상태로 음주운전하다 적발되었다 한다. 공직자나 공인들의 음주운전은 특히나 그 폐해가 크기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 공분하고 강력처벌을 원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 반응에 더해 청와대 해명이 대리기사로서 몹시 마음에 걸린다.
좋은 일하려다 지옥 가는가?
언론에 나온 청와대 해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 비서관은 1차 식사 장소에 차를 주차한 뒤 2차로 이동했고, 2차가 끝난 뒤 대리운전 기사를 1차 식당으로 불렀다. 대리운전 기사가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자 김 비서관이 1차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대리운전 기사를 맞으러 간 것이다.'
해명인 즉, 김 비서관이 대리기사를 부르고 기다리다 대리기사 있는 장소까지 음주운전했다는 것이다. 마치 대리기사를 배려하다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대리기사가 뭔 죄래? 청와대 해명에 괜히 맘 불편한 대리기사들
대리기사들은 주로 심야에 이동하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심야에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멈춰서고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런 현실에서 대리기사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고객의 출발지까지 너무 멀거나 힘들어서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만취한 손님에게 차를 몰아 자기를 맞이해달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리기사가 뭔 죄래?
고객이 자기 집 근처에 까지오면 운행기사의 어려운 입장을 배려하여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손님들의 그런 배려에 뒤에 남은 대리기사들은 고마움과 자기 업무의 소중함에 보람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번 김보좌관의 처신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8년차 대리기사인 나로선 좀처럼 겪기 힘들고 시도해본 적도 없는 기괴한 일이다.
'대리기사가 늦게 와서...', '대리기사가 안와서...' 등등, 음주단속에 걸려 툭하면 대리기사를 핑계 삼는 세태 속에서 청와대라고 다르지 않는 걸까? 대리기사라는 핑계거리가 없었다면 청와대는 정말 어떡할 뻔했을까? 음주운전을 방지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며 시민의 안전한 이동과 귀가를 책임지는 대리기사들, 알고봤더니 이제는 청와대까지 살려주게 되다니...
대리기사들 참 어마어마한 역할을 하는 걸까?
실제, 만취 상태에서도 여러 어려움 겪는 대리기사를 배려하다가 실수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청와대의 그런 해명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대리기사들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현장의 대중단체인 전국대리기사협회가 이런 일로 청와대와 정치인을 거론해야하는 것도 결코 유쾌할리 없다.
음주운전,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여러사람을 힘들게 한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