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 고영민
우리 몸에는 검게 타다만 자국이 있다. 아직도 불씨를 숨긴 채 타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생명 에네르기가 표명된 것이다. 에네르기는 신체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다.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의 기초 개념으로, 이드(id)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특히 성적 에너지를 지칭한다. 융은 이를 생명의 에너지로 해석하였다. 불은 거웃이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리비도 즉 성(性)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성욕은 성기(性器)와 성기의 접합을 바라는 욕망과는 다른, 넓은 개념이다. 일생을 사는 동안 사람은 정신적으로 집착하고 짝을 추구한다. 그 집착하는 정신적 사랑을 프로이트는 리비도라고 했다. 아기들은 어머니에게서 리비도를 찾고 일곱살 쯤 되면 친구에게 리비도를 찾는다. 그러다가 사춘기에 이르면 리비도가 이성으로 옮겨가고 자녀가 생기면 자녀에게 옮겨가고 자녀가 장성하면 손자에게 옮아간다. 이 리비도의 주기나 짝이 걸맞지 않으면 다른 짝을 찾거나 애완동물에 빠지거나 하여 변칙으로 리비도의 공백을 메우려 든다. 짝을 잃거나 하여 리비도의 단절이 생기면 우울증이 생기고 죽고 싶으며 식욕이 없고 몸이 여위는 등의 리비도 결핍증이 생긴다. 이 증상은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북극곰은 암놈이 죽으면 숫놈은 죽은 암놈에의 리비도를 가눌 길 없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절식을 한다고 한다. 북극여우도 짝이 죽으면 깡마르고 모피에 윤기가 없어진다. 리비도는 나무에도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가 죽어 없어지면 맞보던 수나무에 단풍이 빨리 들고 갈색반점이 생긴다. 리비도에 대한 욕망이 억제되거나 충족되지 않을 경우 리비도는, 중도에서 발달이 중지되기도 하고, 완전히 발달했다가 거꾸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리비도는 대상에 주입(注入)되어 축적되기도 하고 자아(自我)에게 주입된 리비도는 나르시시즘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모든 리비도는 에로스(영원의 결합을 구하는 본능)라고 하여 죽음의 본능, 즉 삶을 파괴하려는 본능과 대립한다. 주인의 억제에 의해 잠깐 꺼져 있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계속 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