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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04
#1. 병원 복도
세진, 정신없이 뛰어오고 있다. 기준, 뒤따라 뛰어오고.
#2. 수술실 앞
세진, 뛰어와 멈추며 가픈 숨을 고른다. 기준, 와서 세진의 어깨를 위로하듯 감싼다.
이때, “세진씨!” 하고 부르는 소리 들리고, 운전기사, 세진 앞으로 온다.
세 진 : 아저씨! 우리 아버지 어떻게 된거예요?
기 사 : 한시간 전에 수술 들어가셨는데...중태랍니다.
세 진 : 어떡하다 차에 치신 거예요? 아버지같이 조심성 많은 분이 어떡하다...
기 사 : 글세, 그게...술 한잔 하시고 싶다고 포장마차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난데없이 차 한 대가 나타나서...
세 진 : 번호판도 못 보셨어요? 아버지 옆에 계셨다면서요?
기 사 : 봤습니다. 근데...그게 도난 차량이라구...
세 진 : (기가 막힌다. 암담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선다)
이때, 삐삐음 들린다. 기준, 삐삐 확인해 보더니 난감한 표정 짓고.
기 준 : 병원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야. 세진아. 나 좀 가봐야 될 거 같은데...
세 진 : (힘없이 고개 끄덕인다)
기 준 : (세진의 손잡으며) 미안하다. 전화하께.
세 진 : ......
기준, 세진을 걱정스럽게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발걸음 돌려 간다.
벽에 등을 대고 있던 세진, 힘없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복도에 주저 앉는다. 막막한 표정.
잠시후, 수술실 문 열리고, 세진부를 실은 스트레치카 나온다. 중상을 입은 듯 머리에 붕대가 감겨 있고, 인공 호흡기 끼고 있다.
세진, 벌떡 일어나 세진부의 침대를 잡으며.
세 진 : 아버지! 세진이예요! 내 말 들려요, 아버지!
의 사 : 안정하셔야 됩니다. 좀 비켜 주세요.
의사, 세진을 밀어내고 간호사들과 침대를 밀고 간다.
세진, 기가 막히고 허탈한 표정으로 가는 침대를 본다.
#3. 병원앞
세진, 핸드폰 하고 있다.
세 진 : 아줌마! 엄마 괜찮으세요? (속상한, 사이) 물두 한모금 안 드세요? (돌 것 같은 표정 짓다가) 안돼요. 엄마 절대로 병원에
오시게 하면 안돼요. 엄마까지 또 쓰러지세요. (사이) 제가 지금 가께요. (전화 끊으려다가) ....아줌마, 고맙습니다.
#4. 병원앞 도로
세진,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 쉽게 잡히지 않는다.
세진, 젠장하며 신발로 도로 바닥을 차는데, 이때, 세진의 앞으로 와서 멎는 찬석의 차.
세진, 의아해서 보는데. 찬석, 조수석쪽 창문 열고, 고개 빼고 보며.
찬 석 : 어디까지 가세요?
세 진 : (힘없이 보는)
찬 석 : 이 시간에 택시 잡기 힘들어요. 비싸게 안 받아요. 타세요.
#5. 찬석 차안
찬석, 세진을 조수석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세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다.
찬 석 : 밥 한끼만 사요.
세 진 : (그 소리에 찬석을 돌아보고)
찬 석 : 택시비요.
세 진 : (다시 창밖을 보며 힘없이) 제가 지금 농담 받아 줄 기분이 아녜요.
찬 석 : 농담 아닌데요.
세 진 : (주머니 뒤져서 만원짜리 하나 꺼내서 기어옆에 놓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 준다)
찬 석 : (피식 웃는데)
세 진 : (창밖을 보는데, 자꾸만 비질 비질 울음이 새어나온다. 참으려 애쓰지만... 흐느낌도 새어나오고)
찬 석 : (곁눈질로 슬쩍 보다가 차 옆에 있던 증정용 티슈를 세진의 무릎에 얹어준다)
세 진 : (티슈를 내려다 보다가 뽑아서 눈물을 닦는다) 저 보지 말구, 앞만 보구 가세요.
찬 석 : (피식 웃고 앞을 보고 운전해 가다 흘끗 세진의 주머니에 꽂혀 늘어져 있는 핸드폰 줄을 본다.
잠깐 시선주다 앞을 보고 운전해 가는)
#6. 세진집 대문앞
찬석의 차, 와서 멎는다. 찬석, 얼른 차에서 내려 세진쪽 차문을 열어준다.
세진, 침울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다.
찬 석 : 안녕히 가세요.
세 진 : (시선을 들지 못한 채 꾸벅 고개 숙이고 대문으로 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찬석, 세진이 들어 간 대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주머니에서 세진의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을 열어보면 초기 화면에 “한 세진”이라고 씌여 있다.
찬석,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스친다.
이런 찬석을 차안에서 지켜 보고 있는 어떤 시선.
#7. 하형사 차안 (세진집 일각)
근처에 세워진 하형사의 차. 하형사, 운전석에 앉아 있고, 문형사, 조수석에 앉아 있다.
하형사 : 저거...이 형사 아닙니까?
문형사 : (서늘하게 보는)
하형사 : 여긴 웬일이지? 방금 이 형사 차에서 내린 여자 한 세진이 맞죠? (내리려는데)
문형사 : 됐어, 아는 체 하지 마.
하형사 :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문형사 : (대체 무슨 꿍꿍인가 서늘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이때, 자신의 차에 올라 세진의 대문 앞을 떠나는 찬석의 모습 보인다.
#8. 호숙마을 근처 바닷가 (밤)
현기, 깜깜한 밤 바닷가에 나와 상념에 잠겨 있다. 저멀리로 깜박이는 등대불 보인다.
먼발치에서 그런 현기를 지켜 보고 있는 호숙. 뛰는 가슴을 누르며 자신의 감정이 스스로 용납이 안된다는 듯
고개 흔들며 한숨뱉고 돌아서려다 “엄마야!”하며 깜짝 놀라 멈춰 선다. 호구가 앞에 서 있다.
호 숙 : 아이고, 놀래라! 문디 자슥! 배도 안한 아 떨어지것다.
호 구 : 안 자구 여긴 왜 나왔어?
호 숙 : (당황하며) 으응...고마...잠도 안오고 바람 좀 쐴라꼬... 드가자. (하고 가려는데)
호 구 : (호숙을 잡는다) 현기 형, 곧 떠날 사람이야.
호 숙 : (표정)
호 구 : 괜히 마음 주지 말라구.
호 숙 : (자신의 감정 들킨 것 같아 당혹해하다가 오히려 화를 내며) 안다! 내도! 내 주제 파악은 니보다 내가 더 잘한다.
내도 총각은 안 좋아한다!
호 구 : (쓰게 웃는)
호 숙 : (괜히 궁싯거리는) 사내라 카모 갱끼가 들리는 사람한테 뭐라캐쌌노? 머시마가.
(호구를 흘겨 보고 부지런히 걸음 재촉해서 집으로 가버린다)
호 구 : (가는 호숙 보다가 현기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현기의 뒷모습이 몹시 안스럽다)
현기, 담배 연기를 밤하늘로 길게 날린다.
#9. 호숙마을 어시장 (이른 아침)
새벽의 어시장. 배에서 갓내린 생선과 꽃게, 어패류들을 다라이에 담아서 파는 활기찬 아낙네들의 모습 보인다.
그들 속에 호숙의 모습도 있다. 호숙, 자기 앞을 지나쳐 가는 관광객인 듯 보이는 한 부부(40대 중반 정도)를 부르며.
호 숙 : 언니예! 오빠예! 이리 오이소! 이리 좀 와 보이소!
호숙, 안되겠다 싶어 아예 일어서 두 부부의 손을 끌며.
호 숙 : 우럭이랑 돔이랑 직이는 놈이 들어왔어예. 안사도 좋으이까네 와서 구경이나 좀 하이소!
부부, 어쩔 수 없이 와서 구경한다.
호 숙 : 이거 다 3만원 해가꼬 뜨리미로 드리께예. 집에 손님이 와서 빨리 들어갈라꼬 본전도 안 받고 파는 깁니더.
부부중 여자, 한쪽에 치워지듯 놓인 작은 다라이에 든 커다란 광어에 눈길 주며.
여 자 : 저 쪽에 있는 거 자연산 광어죠? 저거 주세요.
호 숙 : (얼른 치마 자락으로 숨기며) 이거는 안 파는 깁니더.
#10. 호숙 주방
콧노래 부르며 날렵한 솜씨로 광어회를 뜨는 호숙...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서려 있다.
호숙 뒤로 보이는 밥상엔 갖가지 다양한 음식들이 잔치상처럼 차려져 있다.
#11. 호숙집 작은방
호구, 큰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 호구의 뺨을 톡톡치며 흔들어 깨우는 손...호숙이다.
호 구 : (짜증내며) 아우, 왜? 왜 그래?
호 숙 : 아저씨가 없어지뿟다. 화장실에도 없고, 바닷가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없다. 호구야.
호 구 : (눈을 비비고 일어나며) 뭔 소리야, 그게? (하다가 옆을 본다. 현기가 누웠던 자리, 이부자리만 얌전하게 개어져 있다)
호 숙 : (걱정스런)
#12. 세진집 일각
중년신사, 세진집 주위에 나타난다.
정장 양복을 입고, 드문드문 흰색 염색을 하고, 안경을 쓰고, 영낙없는 중년 신사로 변장한 현기,
감시하는 사람이 없나 날카롭게 눈길로 훑다가 잠복하고 있는 하형사의 차를 발견한다.
하형사 차안. 문형사, 팔짱을 낀 채 고개 젖히고 잠들어 있고,
하형사, 눈은 뜨고 있지만, 이미 잠에 취해 몽롱한 상태같다.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조는 하형사.
표정이 싸늘해진 현기, 태연하게 걸음을 옮겨 간다.
#13. 동 근처
세진집옆 모서리를 돌아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선 현기, 암담한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 짓고.
#14. 수미방
수미, 링거 꽂은 채 핼쓱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고,
세진, 수미곁에 붙어앉아 수미의 손을 꼭 잡은 채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수미, 악몽을 꾸는지 고통스럽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식은땀 흘리다가 비명을 지른다.
세 진 : (그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며) 엄마...엄마 왜 그래?!!
수 미 : (그제야 눈을 뜨고) 세진아.
세 진 : 나쁜 꿈 꿨구나? (밖에다 대고) 아줌마. 엄마 깨셨어요. 미음 좀 갖다 주세요. (피식 웃으며 수미의 머리칼 다정하게
넘겨주며, 밝게) 대체 누구야? 대체 언놈이 우리 엄마 꿈속에 나타나 괴롭히는 거야?
수 미 : (눈가가 그렁해지며) 느이 아빠가 우릴 두구 자꾸 어디루 갈려구 그러잖아. 아빠 어떠셔? 어떻게 되셨어?
세 진 : (울컥하지만 참고) 아버지 너무 걱정 안해두 돼, 엄마...가볍게 조금 다치셨는데, 병원 치료 받구 곧 퇴원 하실거야.
수 미 : 정말이야?...정말이지?
세 진 : 정말이지, 그럼... (수미의 눈가를 훔쳐 주며) 우리 엄마 심약해서 클났네, 진짜. 완전히 애기네, 애기.
수 미 : (세진의 손 꼭 잡으며) 세진아. 엄마 무서워. 무서워.
세 진 : 무섭긴 뭐가 무서워. 세진이가 있는데.
이때, 가정부, 미음 그릇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온다.
세 진 : 야, 아줌마가 맛있는 깨죽을 쑤셨네요. (죽을 불어 식히며) 그만 일어나세요, 사모님.
수 미 : 나 병원에 갈래. 나 느이 아빠한테 데려다줘, 세진아.
세 진 : (잠깐 멈췄다가) 아빠가 엄마 보기 싫대.
수 미 : ...(어이없는)
세 진 : 엄마 틀림없이 또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구 울구 짜구 그럴텐데, 그거 보구 싶지 않대. 피곤하대.
수 미 : (문득 기분이 상하는 듯) 니 아빠가 그런 말을 했어?
세 진 :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아빠가 애정이 식었나봐.
수 미 : (뿌우한) ....나두 뭐...이제 느이 아빠 별루야. 나두 별루 보구 싶지 않다 그래. 영감탱이.
세 진 : (그런 수미 모습보며 쓰게 웃다가 현기증 느끼는)
#15. 하형사 차안 / 세진 집 일각
하형사,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문형사, 눈을 뜨고는 시계보다가 문득 하형사 보고는 툭 때린다. 하형사, 흠칫하며 일어난다.
문형사 : 잤냐?
하형사 : 아닙니다.
문형사 : 몇 시부터 잔거야?
하형사 : 교대하구 부터 계속 깨어 있었는데, 좀전에 잠깐...
문형사 : 군기가 빠졌어, 자식이.... (시계보다가) 별 낌새 없었지?
하형사 : 네.
이때, 세진, 대문을 열고 나온다.
하형사 : (E) 나오는데요.
세진, 힘겨운 듯 대문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더니 발걸음 옮겨서 간다.
문형사 : 한세진인 내가 맡을테니까 하형산 일단 서로 철수해. (차에서 내린다)
#16. 골목
세진, 걸어내려 가고 있다. 그 뒤를 미행하는 문형사. 그들 뒤로 몸을 숨기고 세진과 문형사를 지켜보고 있는 현기.
이때, 크락션 울리며 세진의 앞으로 와서 멎는 찬석의 차.
세진,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문형사, 표정이 얼핏 굳어 한쪽으로 숨는다.
찬석, 차에서 내리며 세진의 핸드폰 들어 보인다.
현기의 표정, 싸늘해진다.
세 진 : (아차하는 표정 짓고) 차에 두고 내렸어요? 정신이 없어서 잃어버린 것두 몰랐네...저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찬 석 : (조수석쪽의 문을 열어준다)
세 진 : ?
찬 석 : 카풀합시다, 우리.
세 진 : .....
찬 석 : 병원에 가시죠? 저두 지금 거기 가는데.. 친한 친구가 그 병원에 입원하구 있어요.
세 진 : ......
찬 석 : (손을 선서하듯 들고) 차비 달란 소리 안할께요. 밥 사라는 소리 절대 안 합니다.
세 진 : ......
세진을 실은 찬석의 차, 골목을 떠난다.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는 문형사...‘저 자식 대체 뭐야?’ 하는 표정.
현기, 주먹을 불끈 쥔다.
#17. 찬석 차안 / 길
찬석, 운전하고 있고, 세진, 피곤한지 시트에 기대어 눈 감고 있다. 하룻밤 새 얼굴이 훨씬 초췌하고 핼쓱해져 있다.
찬 석 : 밥 먹었어요?
세 진 : (그대로 눈 감은채)
#18. 병원앞 / 찬석 차안
찬석의 차, 와서 멎는다. 찬석, 뭐라고 말을 시키려고 하는데,
창밖쪽으로 고개 돌리고 있던 세진, 말할틈 주지 않고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안전벨트 풀고 내리려다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하나 꺼내 기어옆에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빠르게 내려 그대로 병원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찬석, 만원짜리와 세진을 번갈아 보며 피식 웃는다.
이때, 핸드폰 울리고, 찬석, 핸드폰 받는다.
찬 석 : 네, 반장님.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찬석의 차, 병원을 떠난다.
찬석의 차 떠난 후, 뒤이어 와서 멎는 택시....현기(중년 신사로 변장한), 내린다.
#19. 중환자실안
세진, 세진부가 누워 있는 침대앞으로 온다. 세진, 세진부의 손을 잡으며 안타깝게 본다.
세 진 : 늦게 와서 죄송해요...아빠! 괜찮으신거죠? 곧 일어나실 거죠? 세진이 너무 걱정 안해두 되는 거죠? (가슴은 먹먹해 온다)
저편 중환자실 문 앞에서 그런 세진과 세진부를 보고 있는 현기. 세진부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 먹먹한 표정.
#20. 강력반 사무실
찬석,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차반장(E) : (버럭) 너 대체 뭐하는 자식이야?
찬 석 : (고개 돌려 보면)
차반장, 노기 어린 표정으로 찬석을 보고 있고, 그 옆으로 문형사, 날카롭게 노려 보며 서 있다.
차반장 : 너, 한세진이랑 사귀냐? 둘이 어떤 관계야?
찬 석 : 유혹을 좀 해볼라 그랬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차반장 :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는 표정)
문형사 : 야! 이 찬석!
찬 석 : 저 강 현기 만난 적 있습니다. 강현기도 절 잘 알고 있구요.
차반장 : (점점 더 기가 막힌다)
문형사 : (서늘한 표정으로 보는)
찬 석 : 시간을 좀 앞당기기 위해섭니다. 무작정 기다리기보단 제가 한세진이 옆에서 추근대는거 알면,
아마...좀더 일찍 나타날겁니다.
차반장 : 그게 무슨 말뼉다구 같은 소리야?
찬 석 : 한세진인 이미 결혼할 남자가 있습니다. 강현기의 일방적인 짝사랑입니다. (차반장 책상앞으로 와서 주머니에 들어 있던
세진의 사진을 펼쳐 보이며) 정면으로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멀리서 지켜보며 줌 렌즈로 찍은 겁니다.
차반장 : (그 소리에 사진을 들어서 관찰한다)
문형사 : (같이 본다...표정)
찬 석 : 신분으로 보나 뭘로보나 어울릴 수가 없는 커플입니다... 다가가진 못하고 그냥 멀리서 가슴 앓이만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뭐 그런 사랑 같습니다. 이런류의 사랑이 원래 더 지독하다면서요?
차반장 : (찬석을 빤히 본다)
문형사 : (그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열패감 느끼는)
차반장 : 한세진일 미끼로 강현기를 유인하겠다?
찬 석 : 제 멱살을 잡기 위해서라도 곧 나타나겠죠. 자기 때문에 한세진이가 이용당한다는 걸 알기만 하면
조만간에 나타날겁니다....전 백형사님이 기다리셔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책상에 있던 서류 챙겨서 인사하고 나간다)
차반장 : (어이가 없는) 차아! 저 자식 저거 정말 무서운 놈이네, 저거?
문형사 : (표정이 굳어있는)
#21. 슈퍼 (살인사건 났던 곳 근처에 있는)
명섭, 주인에게 담배를 사며 은근히 묻는다.
명 섭 : 얼마전에 요 앞 건물에서 살해 당한 사채업자 아시죠?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 좀 만나 볼 수 있을까요?
#22. 어느 가게
파라솔 벤치 명섭, 한 남자(40대 중반)와 맥주잔 놓고 앉아 얘기하고 있다.
명 섭 :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며 최대한 공손하게) 죄송하지만, 그 날 그럼 어디에 계셨습니까?
늘 나가시던 기원에두 그 날은 나오지 않으셨다구 하던데...
남 자 : (기분 나쁜 표정 역력해서) 이 영감탱이가 정말 누굴 지금 범인으루 모는 거야, 뭐야? 당신이 형사야?!!...
꼴난 맥주 한잔 사 먹이구.. (하더니 앞에 놓인 맥주잔의 맥주를 명섭의 얼굴에 확 끼얹어 버리며)
아나. 당신이나 많이 처먹어.
이때, 저편에서 차를 세우고 있던 차반장과 문형사, 그런 명섭의 모습을 본다.
차반장 : (차에서 내리며 놀라서) 선배님!!
명 섭 : (그 소리에 당황해서 돌아보고)
남 자 : (기분 나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가버린다)
명 섭 : (서둘러 소매로 얼굴에 묻은 맥주를 닦는다. 애써 태연한 표정 짓는)
차반장 : (다가와서) 무슨 일입니까? 저 잔 누굽니까? 여긴 어쩐 일이세요?
명 섭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눈치 살피며) 아냐...아무 일도 아냐. 아무 일도 아냐....
(괜히 무마하려고) 어떻게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할텐가? 아, 근무중이라 안되나?
문형사 : (차반장을 따라와 서며 명섭을 날카롭게 보는)
#23. 정비소 (현기가 일하던)
찬석과 백형사, 탐문 수사하고 있다.
현기와 함께 일했던 사장, 직원,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다.
백형사 : 강현기, 평소 생활 태도는 어땠습니까?
직 원 : 그 형 되게 좋은 사람이었어요, 사람이 참 따뜻하구.. (하는데)
사 장 : (O.L.) 개뿔이 좋구 따뜻해? 난요 그 자식이 언젠가 대형 사고 크게 한번 칠 줄 알았어요.
그 자식 눈을 봐라. 얼마나 무섭냐? 딱 사람 하나 죽이게 생겼잖아.
찬 석 : (흠칫 보다가 서늘한 시선으로 둘러보는)
백형사 :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없습니까?
직 원 : (생각하다가) 친구는 아니구, 장 호구라구요... 할리우드 가서 영화배우가 될거라구 깝치고 다니는 놈이 하나 있는데요..
찬 석 : ......
#24. 호구 비디오 가게 앞
호구의 차, 와서 멎는다. 호구,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가게 열쇠를 연다.
이때, 호구의 어깨를 잡는 손. 호구, 놀라서 돌아보면, 현기, 서 있다. (중년신사 복장)
호 구 : (바로 못 알아보고) ...혀엉.
현 기 : (빙긋 웃는)
#25. 호구방 (가게안에 있는)
호구, 기가 막힌 표정으로 현기 보며.
호 구 : 무슨 소리예요, 그게?! (하다가 자기 소리가 너무 크다 싶어) 서울에 계속 있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현 기 : 할 일이 있어.
호 구 : 무슨 할 일요?
현 기 : .....세진이 아버지가 뺑소니 사골 당했어.
호 구 : (흠칫 보는)
현 기 : .....그냥 단순한 사고가 아닌 거 같애. 뭔가 있어. 짐작 가는 놈이 있다.
호 구 : (답답하게 보는) 형.
현 기 : 정말 미안한데, 니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김병철이라는 공장장이 있는데,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집이 어디구,
자주 가는 곳이 어딘지 좀 알아봐 줘.
호 구 : (답답한 표정 짓다가) 세진씨 그만 잊으면 안돼요?
현 기 : .....
호 구 : 이젠 세진씨하구 형 안되는 거잖아요.. (답답해서 감정 약간 격앙되어) 물론 예전부터 이미 어차피 가망없는 관계였지만...
그만 잊으세요. 여잔 많아요.
현 기 : 호구야.
호 구 : (답답한) 그 사람들이야 죽든지 살든지 형이 지금 그거 걱정할 처지예요? 형 이러다 잡히면... (하다가 울컥해서) 세진씨는
자기 때문에 형이 이런 꼴 당한 거 알지도 못할텐데, 알아주지도 않는 여자 때문에 형 인생은 이게 뭐예요, 대체?!!
현 기 : 부탁한다. 호구야.
호 구 : 싫어요. 안해요. 형이 나더러 죽으라면 그건 하겠는데, 이건 안해요.
그 여자 때문에 형 인생 망치는 일, 절대 도울 수 없어요. 죽어도 안해요!!
현 기 : 그 아이... (감정이 복받쳐 잠시 멈췄다가, 담담하게) 세진이...
호 구 : (보는)
현 기 : 내 동생이다.
호 구 : (흠칫하는데)
현 기 : 내 동생이야.
이때, 가게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백형사(E) : 계십니까? 주인, 안 계세요?
긴장하는 현기와 호구.
#26. 비디오 가게앞
백형사와 찬석, 서 있다.
백형사 : (구멍사이로 들여다 보고) 안에 누가 있긴 있는 거 같은데?
찬 석 : (가게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데)
이때, 가게문 열리며 호구, 잔뜩 힘이 빠지고 아픈 모습으로 나온다. (연기 하는 것이다)
호구, 찬석을 알아보지만, 시치미 떼고 모른척 한다.
호 구 : (몹시 아픈 표정 지으며) 죄송한데요, 제가 몸이 많이 아파서 오늘은 영업 안하는데요. (기침도 하고)
백형사 : 장호구씨 계십니까?
호 구 : 제가 장 호군데요.
백형사 : (신분증 보여 주며) 저기 우린 경찰인데 뭐 좀 물어볼게 있어 왔어.
호 구 : 어우, 무슨 소릴 듣고 오셨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는 불법 비디오 취급 안해요.
찬 석 : 강현기라는 사람 알고 있죠?
호 구 : (태연하게) 현기 형요? 잘 알죠... 참! 소문 들었어요. 그 형 사고 ?? 대체 왜 그랬대요? 그 형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찬 석 : (O.L.) 요사이 만난 적 없어요?
호 구 : 사건 나던 날 아침에 잠깐 봤죠... 혹시 만나시면 저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나도 그 형 꼭 좀 만나야 될 일 있는데..
돈 받을 것도 있구. (하며 다시 과장되게 기침하고)
백형사 : ....(한심하게 보다가) 몸이 많이 불편한 거 같은데, 그만 들어가 몸 조리나 해라. 조만간에 한번 더 찾아오께.
호 구 : 예, 죄송합니다. 가세요, 그럼. (하고 몸을 가게 안으로 넣으며 문닫으려는데)
찬 석 : (그 문을 탁 잡으며) 잠깐 집안을 좀 살펴 봐도 될까요?
호 구 : (긴장하는)
#27. 호구방안
현기, 긴장한 표정으로 문 앞에 바짝 붙어 앉아 있다.
#28. 호구 비디오 가게안
찬석과 백형사, 들어와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둘러본다. 호구, 속으론 식은땀이 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 짓는다.
호 구 : 뭐 내가 형을 숨기기라두 했을까봐 그러세요? 뒤져 보세요. 샅샅이 뒤져 보세요, 그럼!
백형사 : (찬석에게 여긴 없다고 가자고 눈짓하는데)
찬 석 : 여기 가게에 딸린 방도 있죠? 안내 좀 해 줄 수 있어요?
호 구 : (긴장하는데)
이때, 가게문 열고 미자, 바지를 쥐어 잡고 뛰어 들어온다.
미 자 : 삼촌! 나 똥! 설사...설사할 거 같애!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호 구 : 너 또 학교 땡땡이 치구 조성모 만나러 왔어?...쟤 뛰어 간데로 가 보세요.
찬 석 : .....
#29. 비디오 가게 앞
찬석과 백형사가 탄 차, 떠난다. 호구, 보고 서 있다가 안도의 한숨 내뱉고.
#30. 비디오 가게안
호구, 들어서면, 현기, 비디오 케이스 빼서 읽어 보고 있다.
호 구 : (한숨 푸 내뱉고) 제가 도울 일이 뭐라구요?
현 기 : (보는)
이때, 미자, 나온다.
미 자 : (현기를 몰라보고) 아우, 싸는 줄 알았네.
호 구 : 너 임마,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맨날 가수나 보러 다니구, 자알한다. 커서 뭐가 될라 그래?
미 자 : 성모 오빠 보러 온 거 아냐. 현기 오빠 찾으러 왔어.
현 기 : ......
미 자 : 우리 엄마, 현기 오빠 없어져 가지구 난리 났어, 삼촌... 가게 문도 안 열구, 버스 정류장에서 계속 기다리구 있는데...
현기 오빠 집이 어디야?
현 기 : (표정)
#31. 호숙 마을 버스 정류장
호숙,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다. 이때, 버스 한 대와서 멎고, 손님들 내린다.
호숙, 벌떡 일어나서 내리는 손님들 살펴 본다...현기는 없다.
호숙, 맥빠진 표정으로 털석 주저 앉고, 버스는 떠난다.
#32. 중환자실
세진, 세진부의 손을 꼭 잡고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33. 병원 휴게실 (밤)
찬석, 휴게실에 앉아 환자와 보호자 몇 명과 함께 티브이를 보고 있다.
찬석옆에는 다리에 기브스를 한 사내 아이(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앉아 있다.
사내 아이, 입을 헤 벌리고 정신없이 티브이에 심취해 있다. 티브이 화면에 다혜의 모습 나온다.
인서트 - 티브이 화면 다혜가 찍은 화장품 CF 방송되고 있다.
찬석, 다혜를 미소로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정신없이 티브이에 심취해 있는 사내 아이를 본다.
찬 석 : 차 다혜 누나 되게 이쁘지?
아 이 : (시익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는 텔레비젼을 보고)
찬 석 : 나, 차 다혜 되게 잘 안다?
아 이 :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찬 석 : (장난스럽게) 이건 너만 알어. (목소리 낮춰) 엉아가 저 누나 애인이야.
아 이 : (찬석을 아래 위로 훑어보고 별 이상한 놈 다봤다는 표정 짓다가 엉덩이를 밀어 찬석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찬 석 : (피식 웃다가 피곤한지 목을 주무르며 중환자실쪽으로 시선을 준다)
이때, 핸드폰 울리고.
찬 석 : (핸드폰을 열고 귀에 대는데) 네.
다 혜(F) : (울먹이는 목소리) 오빠아.
찬 석 : (놀라서) 왜? 무슨 일이야?
다 혜(F) : (계속 훌쩍거리며 운다)
찬 석 : (흠칫) 너...우니?
다 혜(F) : (계속 울기만) 어엉엉...
찬 석 : ....(걱정스런) 어디야? (사이) 알았어. 지금 가께. 그래, 지금 바루 간다.
#34. 다혜 아파트
다혜,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서 훌쩍이며 울고 있다.
한쪽 옆에는 통장이 놓여 있고, 바닥에는 빈 맥주캔이 두 개 뒹굴고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리더니 찬석, 문을 열고 들어온다.
찬 석 : 뭐해, 너? 문두 안 잠그구...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맥주캔 보고) 술 마셨냐?
다 혜 : (괜히 더 서러워서 울고)
찬 석 : 얘 줌 봐라... (다혜옆으로 와 앉아 다혜 어깨를 잡으며) 뭐야, 너? 무슨 일이야? 보리밭에만 가두 취하는 애가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무슨 일인데, 엉?!!
다 혜 : (꺽꺽 울음 간신히 삼키며 옆에 있던 통장을 찬석에게 내민다)
찬 석 : 이게 뭐? (받으며)
다 혜 : (울먹이며) ...오늘 아버지 엄마 사고 보상금이 나왔어....생각두 안하구 있었는데, 무슨 돈이 3억이나 나왔더라.
찬 석 : (펼쳐서 본다)
다 혜 : (비죽거리며)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이 돈으루 뭘할까... 넓은 평수 아파트루 옮길까.. 비싼 외제차를 한 대 살까....
그 생각하다가... (하며 다시 목이 메이는 듯 울고)
찬 석 : (착잡한 표정으로 다혜의 어깨를 위로하듯 잡는)
다 혜 : (터져 나오는 울음 꾹꾹 누르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 돈이 우리 부모님 목숨 값인데.. 난 철딱서니 없이
이 돈을 엇다 쓸까 그 생각만 하구 있었잖아... 나 미친 년이지, 오빠? 세상에 이런 나쁜 딸이 어딨니? (하며 울고)
찬 석 : (다혜를 가만히 안아주며 다독인다) 그런 생각두 할 줄 알면 미친년 아니짐마. 나쁜 딸 아니야.
다 혜 : (훌쩍이고 울다가 구토기 느끼고 욱하고 토할 듯한 표정 짓는데서)
#35. 다혜 아파트
다혜, 잠들어 있고, 찬석,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 베개도 바로 놓아준다.
찬석의 등, 구토기가 묻은 부분을 물로 씻어낸 듯 둥그렇게 물자욱이 묻어 있다.
찬석, 다혜의 머리를 쓸어올려주며 안스럽게 보다가 시계를 본다.
#36. 중환자실
세진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세진의 안색, 훨씬 초췌해져 있다.
세진, 힘겨운지 기도하듯이 고개를 앞으로 굽히다가 얼른 뒤로 다시 젖힌다. 세진의 코에서 코피 흐르고 있다.
세 진 : (짜증나는 표정 되어 손등으로 아무렇게나 코를 문지른다)
이때, 세진의 이마를 누르며 머리를 뒤로 젖히는 손. 고개를 젖힌 세진의 눈에 비치는 찬석의 모습.
#37. 병원 휴게실
세진, 앉아 있는데, 찬석, 탁자위에 초밥 봉투를 놓는다.
세진, 대꾸할 기력도 없다는 듯 멍하니 찬석을 본다.
찬 석 : 아무래도 오늘 밤 넘기기 힘들겠어요.
세 진 : .....(얼핏 굳어 보는)
찬 석 : 아버지 말구 그쪽.
세 진 : .......(어이가 없는)
찬 석 : 간호사들한테 소문 났던데요? 보호자 출입 금지된 중환자실에 우겨우겨 들어간 못 말리는 고집 불통이라구.
세 진 : (기운없이 보는)
찬 석 : 들어요. 엊저녁부터 한끼도 안 먹었죠?
세 진 :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듯 하다가 그대로 픽 쓰러지며 앞으로 꼬꾸라져 버린다)
찬 석 : 이봐. (의식 잃은 세진을 안으며) 정신 차려! 한 세진!!
세 진 : ......
#38. 세진 병실
3인용 정도의 병실. 세진, 의식 잃고 누워 있고, 찬석, 그런 세진을 지켜 보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39. 병실밖
찬석, 병실문을 닫고 나오는데, 저편에서 기준, 허겁지겁 뛰어온다.
기준, 찬석과 시선 마주치지만, 다른 환자 보호자라 생각한 듯 무시한다.
기준, 병실 호수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찬석, 병실 복도의 창문 앞으로 가서 어둠이 짙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핸드폰을 꺼내 전화한다.
다 혜(F) : 차다혭니다. 메시지 남겨주세요.
찬 석 : 열쇠는 우편함에 넣어뒀어...머리맡에 숙취약 사뒀으니까 일어나면 꼭 챙겨 먹구....또 전화하께.
찬석, 핸드폰 닫고, 담배 꺼내 물고 불붙이려다 금연 표시 발견하고, 라이타 다시 집어 넣고 맨 담배를 물고 창밖을 응시한다.
#40. 경찰서 외경 (아침)
#41. 강력반 사무실
사무실 게시판에 붙는 현기의 수배전단. 백형사, 압정으로 꽂고 있다.
백형사 : 그 자식 참 인물 한번 훤칠하게 생겼다. 꼭 내 소시적 모습 같네.
하형사 : (옆에서 비웃듯이 보며) 소시적에 이렇게 오똑한 코와 큰 키가 다 어디루 갔어요?
백형사 : 인생살이가 고달파서 코도 내려 앉고 키도 줄었다, 임마... 이 자식은 선배가 그럼 그렇다고 알아듣지 꼭 토를 달아요.
우리 때는 이런 거 하극상이었어, 쨔샤.
찬석, 팔꿈치 세워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머리를 쿵 책상에 박아버린다.
(켜져 있는 컴퓨터엔 현기의 인적사항이 나와 있는 화면이 떠 있다)
백형사와 하형사, 그 소리에 돌아보고.
찬 석 : (몹시 아픈 듯 이마 만지며, 그래도 잠이 깨지 않는 듯 어리벙벙한 표정인데)
백형사 : 몇시간이라도 제대루 누워서 좀 자.
찬 석 : 세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하며 나가다가 현기의 수배 전단을 본다. 표정)
#42. 경찰서 휴게실
세수를 한 듯 얼굴에 물방울이 송송 묻어 있는 찬석, 잠을 깨려고 뺨을 때리며 자판기 커피를 뽑고 있다.
이때, 문형사, 들어오다가 찬석과 눈이 마주친다. 찬석, 꾸벅 인사하고. 문형사, 그대로 들어가려다 찬석쪽으로 온다.
찬 석 : (커피를 빼며) 커피 한잔 하실래요? (동전 넣으려는데)
문형사 : 강현기하구 느이 아버지 어떤 관계야?
찬 석 : (흠칫하며 보는)
문형사 : 두 사람, 아주 각별한 사이 같던데...왜 그런 말 안했어?
찬 석 : (동전 그대로 넣으며, 하는 수 없이 흘려버리는 느낌으로 말하는) 아버지가 형사 생활 하실 때 앵벌이 고아 소년 하날
검거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소년이 강현기였습니다.... 블랙이시죠? (블랙커피 버튼 누른다)
문형사 : 강현기가 누명을 썼다구 진범을 잡겠다구 동분서주하구 다니는 모양인데...
그것 때문에 우리 반장님이 아주 곤란해지셨어.
찬 석 : (무슨 소린가 돌아보는)
문형사 : 강 현기와 그 정도 밀접한 관계라면...한 세진이가 아니라 느이 아버지 뒤를 캐보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찬 석 : (날카롭게 쏘아보는데)
문형사 : (뽑아진 커피를 빼며) 커피 고마워. (하며 가버린다)
찬 석 :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한손에 움켜잡고 찌그러 뜨린다. 커피, 그대로 흘러내린다)
#43. 현기집 (서울)
계단 조금스럽게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발....호구다.
#44. 현기집 옥상
호구,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와 현기집 문 앞에 선다.
출입문 유리, 깨져 있다. (찬석이 깬 것이다)
호구, 당황하며 깨진 유리 사이로 장갑을 낀 손을 집어 넣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간다.
#45. 현기방
호구, 현기방 구석구석을 뒤진다. 세진의 앨범과 신탁 통장을 찾지만, 없다. 난감한 표정 짓는.
#46. 현기집 대문앞
호구, 걱정스런 표정으로 힘없이 터덜터덜 나오는데, 호구의 어깨를 잡는 손.
호구, 깜짝 놀라 돌아보면, 명섭이 서 있다.
호 구 : 아저씨!
명 섭 : .....(조용히 하라고 입에 손가락 대 보인다)
#47. 명섭 차안
명섭과 호구, 나란히 차에 앉아 있다.
명 섭 : 앞으로 이 근처엔 나타나지 마. 너 오기 바로 전에 형사들 철수 했다. 다시 올거야.
호 구 : (가볍게 한숨 뱉고)
명 섭 : (담배 피우려고 담배 갑을 꺼내는데 빈갑이다. 한손으로 구기는데)
호 구 : 담배 드릴까요?
명 섭 : 아냐. 끊어야지.
호 구 : (표정 살피다가)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많이 곤란하셨죠?
명 섭 : (씁쓸하게 웃고) 현기는 잘 지내냐?
호 구 : 현기 형 지금...
명 섭 : (O.L.) 됐어. 말 하지 마. 어디 있는지 말 할 거 없어.
호 구 : ......
명 섭 : 내 아들 놈이 현기 쫓구 있다, 지금.. 내가 꼬질르기라도 하면 어떡 할라 그래?
호 구 : .....(망설이다가 결심한듯) 도와주세요, 아저씨... 현기 형이 진짜 일을 크게 하나 저지를 거 같아요.
명 섭 : (흠칫) 무슨 소리야, 그게?
호 구 : 현기형 막을 사람 아저씨 밖에 없어요. 도와주세요.
명 섭 : (무슨 소린가)
이때, 저편 담벼락에 숨어 명섭과 호구를 지켜보고 있는 찬석의 모습 보인다.
#48. 담벼락 근처
찬석, 암담함에 눈을 감는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설마했던 문형사의 말이 맞았다는 허탈감...마음이 복잡하다.
다시 눈을 번쩍 뜨는 찬석...이를 앙문다.
#49. 카페 밖 거리 (밤)
호구,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카페를 올려다 보는.
#50. 카페
중년 신사 차림을 한 현기, 바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현기 뒷편으로 공장장과 일행으로 보이는 서너명의 남자들, 즐겁게 술 마시고 있다.
현기, 예전에 세진부에게 했던 말을 문득 생각하는.
#51. 플래시백 (회상, 3회 #26.공중전화 박스)
현기, 전화하고 있다.
현 기 : 사장님 회사 곤궁에 빠뜨린 거 다 공장장의 계략입니다. 납품하는 물건에다 의도적으로 불량품을 집어 넣어 수출선과
거래선을 끊구, 회사가 위기에 몰렸을 때 헐값으로 사들이려고 했습니다. 사채 업자들의 배후에 공장장이 있습니다.
세진부(E) : 뭐야? 당신 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공장장을 모함하는 거야? (하는데)
현 기 :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드실 겁니다. 사채업자 깡패들까지 끌어들인 걸 보면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어설프게 덤벼들었단 사장님이 도루 당하십니다.... (잠깐 멈추었다가, 빠르게)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52. 카페 (현재)
현기, 싸늘한 표정으로 위스키잔을 움켜 잡는다.
현기 뒤로 즐겁게 웃고 있는 공장장의 모습 보인다.
#53. 건물 주차장
공장장의 차, 서 있고, 기사,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들어 있다.
이때, 차창문을 두드리는 손. 기사, 깜짝 놀라 일어나 보면, 현기, 서 있다.
기 사 : (창문 내리고) 무슨 일이십니까?
현 기 : 김병철 공장장님 차죠? 공장장님이 잠깐 올라오시랍니다. (눈빛이 싸늘하게 빛난다)
#54. 찬석 빌라앞
명섭, 옷을 꿰입으며 핸드폰 하며 내려온다.
명 섭 : 그래, 알았다. **동에 있는 ***클럽... 그래, 어딘지 알아. 지금 바루 가마.
명섭, 핸드폰 닫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바로 앞에 찬석이 서 있다.
찬 석 : 어디 가십니까?
명 섭 : (당황하는) 으응...저기...동료 놈이 술 한잔 하자 그래서...
찬 석 : ***동에 있는***클럽, 거기에 강현기가 있습니까?
명 섭 : (안색이 하얗게 변한다)
찬 석 : (유들유들하게) 강현기한텐 제가 가볼테니까, 아버진 쉬세요. 모처럼 비번이신데. (돌아서는데)
명 섭 : 찬석아.
찬 석 : (발걸음 떼려다가 다시 명섭을 보고) 설마 이번에도 아버지 아들 엿먹이구,
강현기... 그 살인자 자식을 빼돌리진 않으시겠죠?
명 섭 : .....(당황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찬 석 : (서늘하게 보다가 그대로 차로 걸어가 차에 오른다)
명 섭 : (그대로 넋나간 사람처럼 굳은 듯 서 있다)
찬석의 차, 빌라 앞을 떠난다.
#55. 카페앞 거리
술이 거하게 취한 공장장, 일행들과 나와 헤어지려 하고 있다.
공장장 : 잘 가요. 김사장. 또 봅시다, 오 전무.. 다음번엔 부부 동반으로 필드 한번 나가는 겁니다.
공장장, 일행들을 다 보내고, 서 있는데, 공장장의 차, 앞으로 와서 멎는다.
공장장, 뒷문을 열고 탄다.
#56. 공장장 차안
공장장, 뒷자리에 털석 눕듯이 앉으며 졸린 듯 눈을 감는다.
현 기(E) : 기분이 아주 좋으십니다, 공장장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사...현기다.
공장장 : 그래, 좋다. 좋아...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을 번쩍 뜬다)
현 기 : (서늘하게 웃으며) 사장님께선 뺑소니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계시는데,
공장장이란 분이 이렇게 술이나 드시구 즐거우셔도 되는 겁니까?
공장장 : (기함을 하며) 너 누구야? 누구야, 임마!!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현 기 : (도어락을 눌러 버린다)
#57. 찬석 차안 / 카페앞 거리
찬석, 차를 운전해 오고 있다. 저 앞으로 공장장의 차 보인다. (공장장의 차에 현기가 있다고 아직 생각 하지 못한다)
찬석, 차에서 내려 클럽으로 올라가려다 문득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다.
(차 실내가 어두워 안에 누가 있는지 분간 못하는 상태다)
#58. 공장장 차안 / 거리
공장장, 놀라서 문을 두드리며.
공장장 : 문 열어, 이 문 열어, 어서!!
현 기 : 한 가지만 대답하십시오. 한사장님 뺑소니차로 친 거 당신 짓이죠?
공장장 : 그...그게 무슨 소리야?
현 기 : 당신이 택해! 어디루 갈까?...경찰서로 갈까? 나랑 같이 저승으로 갈까?
공장장 : (흠칫 놀래다가 차문을 두드린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이때, 공장장의 차 조수석 있는 곳으로 와 서는 찬석, 문을 두드린다.
현기, 찬석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 당황하며 바로 차를 출발 시켜 간다.
찬석, 갑작스런 차의 출발에 당황하다가...혹시...하며 표정이 굳어 자기 차로 빠르게 오른다.
#59. 거리
찬석, 공장장의 차를 쫓아 간다. 찬석, 무전기 꺼내서 무전을 한다.
찬 석 : 여기는 와이 투, 엑스 원 나와라...용의자가 탄 서울 ****(차량번호) 검은 색 그랜저 승용차가
현재 **동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지원 바란다.
찬석, 차에 비상등을 얹는다.
#60. 공장장 차안
현기, 운전하고 있다가 비상등을 얹고 자신을 쫓아 오는 찬석의 차를 발견 한다. 난감한 표정 짓는 현기.
공장장 : (경찰이 따라 오는 것 같자 힘을 얻어) 세워! 어서 차 세워, 이 자식아!! (뒤에서 현기의 어깨를 흔드는데)
현 기 : (공장장이 흔드는 바람에 핸들을 잘못 잡아 차가 휘청하자, 버럭) 죽구 싶지 않음 가만 있어!!
공장장 : (움찔하고)
현 기 : (속력을 밟아 간다. 모든 계획을 망쳤다는 생각에 입술을 앙물고)
#61. 도로 / 찬석 차안
찬석, 현기를 추적해 가는데, 다른 차량들이 많아 쉽게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저 앞으로 우회전 신호받아 우회전해 가는 현기의 차 보인다.
찬석의 차, 우회전 차선으로 이동하는데, 신호 바뀐다. 찬석, 차를 멈춘채 핸들을 손으로 쾅 치고.
#62. 도로 / 찬석 차안
우회전해서 현기가 간 방향으로 운전해가던 찬석, 공장장의 차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때, 저 앞으로 공장장의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앞으로 패트롤카 와서 멎고, 문형사와 하형사, 백형사가 내리는 모습 보인다.
찬석, 한쪽에다가 차를 대고, 공장장의 차가 있는 쪽으로 간다.
공장장의 차안, 운전석의 현기는 보이지 않고, 공장장만 뒷 좌석에서 바들 바들 떨고 있다.
백형사 : 한발 늦었어. 벌써 튀었나봐.
문형사 : (찬석을 못마땅하게 보는)
찬 석 :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문형사의 눈길을 느끼고 주먹을 불끈 쥐다가
화를 못 이겨 주먹으로 차를 쾅 내려친다)
#63. 세진 병실
세진, 악몸을 꾼 듯 흠칫하며 눈을 뜬다. 링거 방울 떨어지고 있다.
다른 침대에 환자들은 모두 잠들어 있다. 시계를 보면 새벽 3시를 지나고 있다.
세진, 어두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64. 병원 주차장 / 찬석차안 (아침)
찬석, 차를 가져와 세운다.
찬석, 뭔가 생각하는 듯 서늘한 표정 짓다가 조수석에 둔 포장한 죽을 들고 차에서 내려 병원쪽으로 간다.
찬석을 스쳐 방송국차 와서 멎고, 다혜와 스텝들 내린다. 피디로 보이는 사람, 다혜에게 말한다.
피 디 : 입원실 앞에 작가가 있으니까 먼저 가서 대본부터 보세요.
다 혜 : 네.
#65. 엘리베이터앞
찬석,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휴게실에서 같이 티브이를 보던 사내 아이도 목발을 짚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찬석, 사내아이에게 싱긋 웃으며 아는 체를 해보이지만, 사내 아이, 냉담한 표정 짓는다. 찬석, 뻘쭘하고.
잠시후, 엘리베이터문 열리고, 찬석, 아이와 함께 올라탄다.
이때, “잠깐만요!” 소리치는 다혜의 목소리 들린다.
찬석, 다혜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 짓고, 다혜도 놀라고 반가운 표정 짓는다.
아이도 다혜를 알아보고 입이 벌어진 채 할 말을 잊고.
#66. 엘리베이터안
다혜, 10층을 누르려는데 이미 10층이 눌러져 있다.
찬 석 : 어쩐 일이야, 여긴?
다 혜 : 가수가 입원을 해서 인터뷰 따러 왔어.
찬 석 : 몸은? 좀 괜찮아?
다 혜 : (힘겹게 웃으며) 아직 속이 좀 메시꺼워....근데, 오빠는 여기 웬일이야? 이 병원에 범인이라두.. (하는데)
찬 석 : (사내 아이 의식하며 눈길 준다)
다 혜 : (알아채고, 자기는 얼어붙은 듯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향해 웃으며) 안녕.
아 이 : (황홀한 표정으로 믿기지 않는듯) ...안녕...하세요.
찬 석 : 것봐! 엉아가 거짓말한 거 아니지?
아 이 : (고개 끄덕이고)
다 혜 : 무슨 소리야?
찬 석 : 이 자식이 날 미친 놈 취급하잖아.
다 혜 : (어리둥절한 표정 짓다가 찬석의 팔짱끼며) 어쨋든 이런데서 만나니까 너무너무 반갑다, 오빠.
이때, 엘리베이터 10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문 열린다.
사내아이, 내리고, 찬석, 내리려는데, 바로 옆 엘리베이터앞에 세진, 고개를 떨군 채 기운없이 기다리고 있는 옆모습이 보인다.
찬석, 다혜와의 모습을 들킬까 싶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
다 혜 : 안 내려?
찬 석 : (다혜를 잡고 난처한 표정 짓는데)
아이, 의아한 듯 돌아보고.
이떼, 세진쪽 엘리베이터 열리고, 세진,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찬석,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문을 다시 열며 그제야 다혜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찬 석 : 아침 안 먹었지?
다 혜 : 응.
찬 석 : (들고 있던 죽 봉투를 다혜에게 주며) ...그러다 속 다 버린다.
다 혜 : 다른 사람 줄려구 산 거 아냐?
찬 석 : 니가 먹어.
다 혜 : 오빠. (감동한 표정으로 보는)
이때, 저편에서 “ 차다혜씨” 하고 작가가 부른다. 찬석과 다혜, 얼른 모르는 체 하는.
#67. 중환자실
세진, 세진부 앞에 와 앉아 수건으로 손을 닦아주고 있다.
세 진 : (밝게) 아빠, 좀 있음 아빠 생일인데...그때까지는 꼭 의식이라두 차리세요. 이번 생일엔 세진이가 미역국두 끓여 드리구,
생크림 케잌두 만들구... 근사하게 파티 열어드릴려구 준비하고 있었단 말예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막하고 서글픈 표정으로 본다. 그러다 현기증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쥔다)
#68. 병원앞
세진, 바깥으로 나가려고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세진의 옆으로 와서 함께 걸어가는 찬석.
찬 석 : 얼결에 초상 하나 치는 줄 알았네, 참.
세 진 : (걸음 멈추고 찬석을 본다)
찬 석 : 하두 잘난첼 해서 무쇠로 만든 로보튼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요?
세 진 : (표정없이 보며) 아침..먹었어요?
#69. 식당
병원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백반집이다.
세진, 열심히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버티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고 있는 것 같다.
찬석, 그런 세진을 보다가 굴비살을 발라 세진의 밥그릇 위에 올려준다.
세 진 : (잠깐 멈칫하다가) 저 신경 쓰지 말구 그 쪽이나 드세요. (다시 먹는다)
찬 석 : (전 하나 집어 먹다가) 어우, 이건 진짜 맛있다. (하며 다른 전을 세진의 밥 그릇 위에 놓아준다)
세 진 : (흘끗 보다가 더 대꾸 않고 전과 함께 밥 먹는다)
찬 석 : 것봐요.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들으니까 얼마나 이뻐요. 아우, 착하다.
세 진 : (대꾸하기도 싫다. 그대로 밥을 먹는)
찬 석 : 음식은 고루고루 먹는게 좋대요. (하며 나물을 세진 밥숟갈 위에 올려 준다)
세 진 : (아무말 없이 먹는다)
찬 석 : (그런 세진을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고 본다. 생각보다 쉽게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70. 호숙 동네
호숙, 힘이 탁 풀린 모습으로 양손에 낙지와 멍게, 해삼등이 든 바께스를 힘겹게 들고 간다.
이때, 호숙이 든 바께스를 낚아채는 손...현기다.
호숙, 당황하며 놀란다. 현기, 빙긋이 웃더니 다른 손의 바께스도 받아 들고 앞서 걸어간다.
그대로 걸음 멈추고 서서 현기를 바라보는 호숙의 상기된 표정.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