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과 걸었던 프라하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건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그 풍경 앞에서 함께 웃었던 사람,
낯선 골목을 나란히 걸었던 발걸음,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따뜻해졌던 순간이다.
프라하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블타바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강 건너 프라하성이 저녁 햇살에 물들고
오래된 건물들의 붉은 지붕 위로
노을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당신은 아름답다는 말을 여러 번 했고
나는 풍경보다 그 말을 하는 당신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평범한 저녁이
훗날 가장 그리운 순간이 될 줄은.
다음 날 새벽, 사람들로 붐비기 전의 카를교를 걸었다.
옅은 안개가 강 위에 머물고
돌다리 위의 성인상들은 오랜 세월을 견딘 얼굴로
조용히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여행에서는 말이 없어도 좋은 순간이 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시간,
걸음이 조금 느려도 기다려주는 사람,
차가운 바람이 불면 말없이 옷깃을 여며주는 사람.
당신과의 여행이 그랬다.
구시가 광장에서는 천문시계가 울리는 것을 기다렸고
작은 카페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었다.
길을 잘못 들어 낯선 골목을 한참 헤매기도 했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주문해 서로의 접시를 바꾸어 먹기도 했다.
그때는 그저 여행 중의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소한 장면들이 모두 마음에 남아 있다.
여행은 끝났지만
프라하는 내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날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면
카를교의 안개가 다시 피어오르고
블타바강의 물결이 천천히 흐른다.
그리고 사진 속 당신은
그날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나는 이제 안다.
우리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은
프라하라는 도시만이 아니다.
그 도시를 함께 걸었던 시간이며
아무 걱정 없이 웃었던 우리이며
아직 이별을 알지 못했던 그날의 마음이다.
세월은 사람을 멀어지게 하지만
함께한 여행의 기억까지 데려가지는 못한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순간은 더 선명해지고
그 사람은 더 깊이 그리워진다.
프라하에는 여전히 카를교가 있고
블타바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
구시가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붉은 지붕 위에는 저녁 햇살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시 그곳에 간다 해도
예전의 프라하를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의 프라하에는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프라하는
아름다운 여행지가 아니라
한 사람을 가장 깊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도시다.
여행은 끝났지만
당신과 걸었던 그 길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이면
가만히 눈을 감고 프라하로 돌아간다.
당신이 내 곁에서 걷고 있던
그 따뜻한 시간 속으로.
첫댓글
황금인생을 만드는 다섯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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