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 그렇게도 아까운가
/윤행원
우리 정부의 배려로 만 65세 이상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전철을 탈 수 있다. 나라에서 노인복지를 위해서 마련된 제도다. 요즘에 와서 국토해양부에서는 이 문제 개선책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심 중이라고 신문에서 떠들고 있는 걸 보게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전철적자의 주(主) 요인(要因) 중 하나라고 노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전철의 영업 손실은 모두 9,200여억 원인데 만약 무임승차 승객이 요금을 낼 경우 손실에서 약 3,3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임승객엔 장애인, 국가유공자도 있지만 80% 이상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서울 지하철 도시철도의 경우 2008년 영업 손실이 3,734억 원인데 무임승차를 요금으로 환산하면 손실액의 60%(2,218억 원)에 달한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 순전히 노인 무임승차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하철 공사들은 “무임승차에 대한 비용부담이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노인단체 등에선 “방만한 경영에 따른 적자를 노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화를 내면서 반박을 한다. 마치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전철 적자의 주범인양 탓하는 게 괘씸하고 고약하다. 이 세상 사람들 태어나면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어쩔 수 없다. 누구나 세월이 가면 노인이 되고 죽는다.
특히 오늘날의 60대 이상인 세대들은 한국전쟁 이후 지지리도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1960년대 초 고작 67불의 국민소득을 오늘날 2만 불 이상으로 끌어 올린 억척같은 산업 공로자다. 그 때는 지금의 아프리카 몇 나라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런 가난한 나라를 오늘의 세계 선진 20개국의 하나로 만든 주인공들이다.
특히 65세 이상 된 오늘의 노인들은 그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들 생계를 위해 척박한 국내 산업현장에서, 외로운 해외 벌판에서 불철주야로 뛰어 온 역군들이다. 자기네 세대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 공부를 더욱 많이 시키려고 온 몸으로 불사르면서 살아온 세대다. 그렇게 허둥거리면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오다 보니 막상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제대로 못하고 늙어버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또 한 번 따져보자. 무임승차 요금이 너무 많다고 하는데 만약 유임승차로 한다면 그런 적자가 메워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하루 용돈 일 만원 쓰기도 어려운 노인들이 많은데 유료라고 한다면 전철타고 한가롭게 다닐 노인들이 지금처럼 같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가.
아마 짐작컨대 지금의 삼분지 일 정도가 유료 전철을 타고 나들이를 하겠지만 나머지는 집에서 아예 외출 할 엄두도 못 낼 것이 아니던가. 그러다 보면 가족 간의 불화도 더욱 생길 것이고 신경성 병 치례도 해야 할 것이니 그때의 국민 의료부담을 생각하면 그 돈이 그 돈이 된다고 생각은 안 하는가. 어쩌면 국가가 당연히 배려해야 할 '노인행복권'에 대한 큰 침해라고 생각이 안 드는가. 노인 복지는 둘째로 치고라도 말이다.
또 탑승 시간을 두고 말한다면 아침저녁 출퇴근 붐비는 시간에 외출에 나설 노인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고, 노인들의 특성상 한나절 한가한 시간에 주로 다니게 되어 출퇴근 하는 젊은이들에게 방해도 별로 되지 않을 것이다. 기왕 다니는 전철인데 말이다.
그런 고마운 세대에게 베푸는 정부정책상의 복지일진데 전철적자의 부담감을 지하철 당국자에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원만한 해결을 적극 보여야 한다. 요즘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아이들 무상급식엔 일 년에 약 이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그 십분의 일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그런 요란을 떨고 있으니 기가차고 한심할 뿐이다.
노인 무임승차라고 하면서 마치 큰 시혜(施惠)를 베푸는 척 하지 말고, 오늘의 나라 부(富)를 일군 세대들이 당당이 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조선일보(2010년3월19일)
윤행원: 수필가/ 시인/ 칼럼니스트
........................................................................................
언젠가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서 사회적인 말이 많았다.
하도 요란해서 칼럼을 써서 조선일보에 寄稿한 적이 있는데
時宜 적절함 때문인지 며칠 뒤에 조선일보에 揭載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또다시 거론이 되고 있는데...허기야 요즘은
‘지공선사’들이 너무 많다보니 조금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때 일이 생각나서 여기에 올려 봅니다
-석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