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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의 클래식 여행 비발디 3-바이올린협주곡 사계와 플루트 협주곡 제3번, 붉은 방울새
63세에 비엔나에서 극도의 빈곤 속에서 객사한 비발디
죽음과 동시에 그 영광과 화려한 시대의 막을 내린 베네치아
-활기찬 봄의 기쁨을 노래하고,비발디의 여름은 그리 무덥지 않으며
술취한 마을사람들의 풍경을 그린 가을, 바이올린 독주로 매서운 겨울을-
방울새
우리나라에 있는 <비발디>라는 이름이 붙은 콘도에 들려보니, 아마도 여름에 수영, 겨울에는 스키 등 계절마다 즐겁게 놀 수 있다고 이름을 붙였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곳곳에 잘 정리된 아름다운 공원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 길도 좁고 공원도 조성되지 않은 도시에 아파트와 상가만을 세운 복잡한 중소 도시들이 대부분이다. 이젠 여기에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고 여기에서 비발디의 음악이 울려 퍼지도록 해보자.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공원, 비발디 공원을 상상하면서.
제1곡 <봄La Primavera, Allegro E장조 작품8-1>은 봄이 오니 사람들은 기뻐하고, 자연에는 새싹이 돋아나는 정경을 밝게 표현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의 첫머리는 너무나 잘 알려진 부분이며, 화려하고 약동감 있는 리듬이 봄이 왔다는 느낌을 주는 아름답고 활기찬 선율의 악장이다. “봄이 찾아왔다. 작은 새들이 기뻐 지저귀면서 돌아와서 축하해주고 있다. 물의 흐름과 바람에 불리어 천둥소리가 울린다. 시내의 졸졸거림, 바람이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봄을 알리는 천둥소리가 굉음을 울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그리고 폭풍이 지나가고 작은 새들이 멋진 소리로 노래한다.”고 하는 시가 비발디 자신이 악보에 쓴 봄의 소네트이다.
「제2악장」은 “꽃피는 목장에서 나뭇잎들은 즐겁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따뜻한 양지에서 충실한 개를 곁에 두고 노곤히 낮잠을 즐긴다. 충실한 개는 가끔 허공을 향해 짖는다.”라는 장면이다. 바이올린 합주로 점16분음표로 나타내는 것은 나뭇잎과 풀잎들의 속삭임, 탕탕 끊기는 비올라는 개 짖는 소리, 제1바이올린 선율은 목동을 위한 자장가이다. 봄날의 나른함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제3악장 Allegro」의 춤곡테마는 리토르넬로ritornello형식으로 3차례 변화·반복을 거듭한다. 요정과 양치기들은 전원풍의 피리소리에 맞춰서 춤추며 봄을 즐기는데 희망에 찬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봄이 모습을 드러내는 느낌을 준다.
제2곡 <여름L‘eatate, G단조 작품8-2>은 더운 여름날을 묘사한다.
‘여름’은 더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비발디의 여름이 우리나라의 여름 폭염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탈리아의 여름은 습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에 이 곡을 들어보니 가을의 느낌을 주는 것은 음악 속에서 만나는 폭풍과 뻐꾸기 울음소리로 숲속의 시원함을 받아서 일까? 하여간 비발디의 여름이 숨 막힐 정도로 덥지는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제1악장, Allegro non molto」의 장면은 “태양 볕이 뜨거운 계절, 사람도 가축도 활기를 읽고 축 늘어졌다. 푸른 들마저 무덥게만 보인다. 멀리서 뻐꾸기가 울기시작하고,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이에 답하듯 노래한다. 가끔씩 산들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상냥하게 분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폭풍이 몰아친다. 양치기는 소나기가 올 듯해 불운을 한탄한다.”이다. 여기서 리토르넬로ritornello형식으로 합주사이에 독주가 3회 나온다. 빠른 32분음표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폭풍이다.
「제2악장 Adagio」 “불길한 번개와 천둥이 요란하고, 짐승들은 두려움에 떤다. 불안한 양치기는 달려드는 파리 떼에 시달려 피곤한 몸을 쉬지도 못한다.”에서는 현의 트레몰로Tremolo로 강하게 연주되는 Adagio와 Presto의 대비로 번개의 번쩍임과 천둥소리를 보여준다.
「제3악장 Presto」은 “양치기의 걱정이 현실이 된다.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퍼붓듯이 쏟아져 다 익은 곡식에 내리쳐 다 짓밟고 만다.”이다. 날씨의 격렬함이 트레몰로와 안절부절 못하며 강하게 움직이는 베이스부분, 분주한 현 바꿈을 위한 손놀림으로 나타난다.
제3곡 <가을L‘autunno, F장조 작품8-3>에서는 결실·수확의 계절을 묘사하고 있는데, 어릴 때 고향에서 농사일을 항상 보았기에 마음속에 결실의 계절을 상상할 수 있다. 그 느낌 아니까!
「제1악장 Allegro(마을사람들의 춤과 노래)」“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마을사람들은 춤과 노래로써 수확을 서로 기뻐한다. 기쁨은 술로 인해 한층 무르익어간다. 이윽고 모두 잠에 빠져든다.”에서는 리토르넬로형식으로 술 취한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독주바이올린의 빠른 패시지passage로 제시된다.
「제2악장 Adagio molto(잠자고 있는 술꾼)」은 “상쾌하고 맑은 공기, 잔잔한 산들바람은 달콤한 잠으로 마을사람들을 휴식으로 끌어넣어 피로를 씻게 한다.” 수확과 축제가 끝난 후 상쾌한 가을밤의 달콤한 잠을 노래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사냥)」은 “동틀 무렵 사냥개를 앞세운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을 들고 숲속으로 나간다. 짐승들은 놀라 도망가고, 사냥꾼과 개는 그 뒤를 쫓는다. 이윽고 지쳐버린 짐승들은 끝내 갈 바를 잃고 헐떡이며 쓰러진다.” 총소리와 개 짓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16분음표와 32분음표가 쫓기는 짐승들을 상상하게 하며, 현악기의 크레센도crescendo는 개들과 사냥도구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들린다.
제4곡 <겨울L’inverno, F단조 작품8-4>에서는 추운겨울이지만 난로가 있는 실내는 따뜻하다는 느낌을 준다고들 하는데, 더 추운겨울을 느끼게 하면 좋을 듯하다. 악장구성은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으로, 각 악장은 빠르기와 성격의 대조가 뚜렷하다. 형식으로는 1악장과 3악장은 리토르넬로 형식, 2악장은 A-A'의 2부 형식으로 구성된다.
각 악장의 첫머리에 소네토를 제시하고 있는데, 2악장은 곡의 시작 부분에서만 소네토를 제시하고 또한 하나의 주제선율을 포함하고 있으나 반면, 1, 3악장에서는 곡의 진행 장면마다 소네토를 제시하고 또한 여러 개의 주제 선율을 제시한다.
「제1악장 Allegro non molto」는 “차가운 눈 속에서 사람들은 몰아치는 바람에 추워서 발을 구르다가 뛰어간다. 엄청난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리며 맞닿는다.”라고 표현한다. 바람의 묘사는 바이올린 독주가 나타나며, 자주 반복되는 모티브motive가 추워서 발을 구르는 장면이다.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는 트레몰로tremolo로 처리된다.
「제2악장 Largo」에서는 “난로 곁에서 한가한 나날을 보내는데, 창가에서는 찬비가 들판을 적신다.”로 나타내고 있다. 추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이 조용한 선율로 그려진다. 피치카토pizzicato는 빗방울을 연상하게하며 비올라의 지속음은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제일 좋아 하는 부분은 "봄"이 아니라 "겨울" 2악장이다. 왜 좋은지는 들어보지 않고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다시 들어보자. 시작부터 아름다운 선율에 스스로 빠져들면서 피치카토로 이어지는 겨울의 빗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아름다운 화음이 계속 돌아가는 일정한 반주가 인상적이기도 하고, 겨울날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은 추운 겨울의 느낌이라기보다 평화로움 그 자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3악장 Allegro」은 “얼음판 위를 걷다가 모두 미끄러진다. 다시 일어나 마구 달린다. 얼음이 깨져 금이 갈 때까지. 창밖에 바람소리가 들린다. 남풍과 북풍이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이것이 겨울이다. 어쨌든 겨울은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가!”라고 설명할 수 있다. 미끄러짐은 조심스러운 속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다. 훈훈한 남풍과 거친 북풍이 서로 부딪히는 장면을 이루며 대단원이 마무리된다.
<플루트 협주곡Concerto for flute 제3번, 붉은 방울새Il gardellino 작품10-3>
비발디는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당시의 음악이 주로 현악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대부분 바이올린위주의 곡이었다. 그렇지만 바순bassoon·첼로cello· 오보에oboe·플루트flute·비올라viola·리코더recorder·만돌린mandolin을 등을 위한 다양한 협주곡을 만들어 협주곡의 범주를 넓혀놓았다. 그는 플루트협주곡을 최초로 출판한 작곡가이기도 하며, 작품10의 6곡은 1729∼1730년경에 출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첫3곡은 ‘표제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바이올린협주곡-조화와 창의의 시도, 작품8>의 부산물이라고 평가되고, 작품10-1은 작품8-5와 마찬가지로 ‘바다의 폭풍우’이며, 작품10-2 ‘밤’은 작품8-3 ‘가을’과 관련되어있으며, 작품10-3 ‘붉은 방울새’는 작품8-1 ‘봄’과 연관성을 가진 듯 목가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제1악장 Allegro, D장조 4/4박자」은 플루트의 음으로 방울새가 우는소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합주부가 힘차게 주제선율을 연주하면 독주 플루트가 화답하고 다음에 플루트가 트릴trill과 매력적인 선율을 이용해 새소리를 묘사한다. 스타카토나 음정이 비약하는 모티브로 새 울음소리를 모방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표제음악은 아니다.
「제2악장 Largo D장조 12/8박자」은 시칠리아노siciliano풍으로 연주되는 전원적인 목가이다. 쳄발로 반주에 맞추어 독주플루트가 아름다운 시칠리아 춤곡풍의 음악이 이어진다.
「제3악장 Allegro, D장조 3/4박자」론도rondo풍의 피날레 인데 여기서도 짧은 트릴trill의 모티브motive가 많으며 새의 울음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합주부가 활기찬 동기를 연주하면 독주 플루트와 제1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새소리를 묘사한다.
45세 무렵 비발디는 안나 지로라는 여가수를 알게 되어 순회공연까지 함께 다녔기에 사제로서 미사를 빼먹는 일은 더욱 잦아졌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베네치아에서의 그의 평판은 갈수록 땅으로 떨어졌고 결국 그는 고향을 떠나 유럽 각지를 전전하게 되었다. 이런 비발디가 자작 오페라 상연을 위해 이탈리아 각지와 비엔나와 암스테르담으로 다녔다는데, 1741년 비엔나로 간 비발디는 빈곤에 허덕이다 별세하게 되었고 그 곳의 빈민묘지에 안치되었다. 비엔나에 간 목적은 황제 카를 6세Karl VI의 후원을 받으러 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인기도 떨어지고 수입도 없이 가난에 허덕였다고 한다.
이런 그가 나이 63세에 비엔나에서 극도의 빈곤 속에서 객사하였으니, 피붙이라고는 없었던 그를 기다리는 곳이라고는 변두리의 쓸쓸한 빈민묘지 뿐이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에 이르는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료가 없어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38년에야 발견된 사망신고에 의하면 1741년에 빈민묘지에 묻혀 졌다는 기록이 있다는데, 병명도 알 수 없고 다만 신분에는 신부라는 기록뿐이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비발디가 말년에 빈곤에 허덕이다 비엔나의 공동묘지에 묻히고 묘는 남아있지 않으니 모차르트와 흡사하다. 그는 작곡가·음악선생·바이올린연주가·성직자로서 커다란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말년에 이렇게 인기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온 세상에 빛나는 작품을 만들었고 다른 여러 곡들도 참신한 작품이라 호평 받는 작곡자였다.
근대 협주곡의 완성자인 그는 500여곡의 다양한 협주곡을 작곡해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의 구성을 제시하였고, 또한 그가 사용하였던 합주와 독주가 교대하여 여러 번 되풀이하는 리토르넬로형식’은 고전파이후의 바이올린협주곡에 적용하게 되었다. 그가 바이올린협주곡에 기여한 업적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비발디의 말기는 왜 이렇게 쓸쓸하고 외로웠던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이 후에 비발디의 이름은 잊혀져있었으나, 비발디의 협주곡 악보를 구해 공부했던 바흐가 편곡한 비발디의 작품이 유명해 지면서 비발디는 세상에 다시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비발디는 바흐에게 큰 영향을 주었기에 바흐는 비발디를 가장 존경하여 그의 작품을 일종의 고전으로 삼아 공부하였다.
그의 작품은 다양하지만 특히 토렐리와 알바노니가 개발한 독주협주곡 양식을 정착시킨 작곡가이다. 이렇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집중했지만 바순, 첼로, 오보, 플루트, 비올라, 리코더,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도 작곡해 협주곡의 범위를 넓혀놓았다.
후대의 작곡가들은 그의 작품에 표현된 간명한 주제, 명료한 형식, 생명력 있는 리듬과 음악적아이디어의 논리적 흐름을 열심히 배우고 모방했던 것이다.
베네치아는 비발디의 죽음과 동시에 그 영광과 화려한 시대의 막이 내려지면서, 그의 신선한 선율과 활기찬 리듬, 독주와 오케스트라 음색의 능숙한 처리, 형식의 명료함을 구가했던 그의 음악 또한 사려졌으니, 그 이후에도 베네치아는 예전처럼 음악의 도시로써 복귀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비발디의 음악은 쾌락의 도시였던 그 시대의 활기와 로망이 넘치는 분위기를 생생하게 지금도 전하고 있으니, 비발디는 역시 대단한 음악가로 이탈리아 바로크음악의 거장이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