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중독 극복하기
신문을 보니 요즘 웰빙 바람을 타고 운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천지 사방을 둘러보아도 들리는 소리는 웰빙의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자는 구호에 맞춤 양복을 입은 식으로 모두들 운동을 하면서 운동중독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운동 열풍과 운동 중독
환자의 증가로 재미를 보는 곳은 헬스클럽과 신발 가게와 병원이라고 한다. 정말로 재주는 뭐가 부리고 돈은 뭔 놈이 버는 식이다.
운동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자나깨나 운동을 생각하고, 하루라도 운동을 빼먹으면 무슨 난리가 날 것처럼 불안해하고, 우울증 환자와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뭐 알콜 중독이나 골초가 행사를 거르면 금단 증상이 오는 것과 같고, 한 참 당구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
강의실의 녹색 칠판이나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그러나 운동의 중독증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병적인 중독증과는 엄연히 차원이 다르니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하고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라고
운동이든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인 것을 어찌하랴. 운동만큼은 이 원칙에서 제외시켜 주었으면 좋겠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원칙이 있으니 세상에 절대 예외는 없다는 것이다. 하긴 사람의 세상살이도 엄밀히 따져보면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우리가 어떤 일을 눈감고 넘겨주는 것 같지만 언젠가 그것이 불손한 일이라면 책임 추궁을 당하기 마련이고, 요즘 뉴우스의 정치범 경제범들의 말로를
보면 그것을 절로 알고 이해하고 조심하게 된다. 그래도 예외의 법칙을 적용하려고 애를 쓴다면 동물의 왕국을 열심히 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동물의 세계에 예외가 있는지 눈을 씻고 찾아 보라. 동물의 세계는 잔인하고 무서운 것 같지만 인간의 세상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동물의 세계에는 무소유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처럼 필요 이상의 물건이나 재화를 창고에 쌓아두지 않는다.
세상이 이럴진대 몸에 좋은 운동을 하는데 예외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억울하다 하소연하지 말라. 운동중독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손실은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과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직접적으로는 가정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운동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마라톤을 하고, 주위의 많은 동료 마라토너들이 지나친 운동으로, 즉 운동 중독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소한 이 정도의 원칙만 지키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게 있다. 먼저 몸의
신호에 충실하라. 운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혼자 하더라도 몸에서 들려오는 신호에 충실하면 지금 자신의 운동이 과한지 부족한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몸은 반드시 무슨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으면 미리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의 신호에 충실히 따르면 절대
과도한 운동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운동을 못하게 되는 중독 환자로 발전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운동의 목적을 명확히
하라. 자신의 운동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지, 몸매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지 운동의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 지나친
운동을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라. 운동량을
조절하는 능력은 참 중요하다. 달리기를 해 보면 무한정 뛰고 싶고, 매일 뛰고 싶을 때가 있는 데 이럴 때 자신의 운동 능력을 미리 알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게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운동하면서 운동량을 체크하고, 몸의 신호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 달리기의 경우 시간으로 체크하는 경우 무조건 많이 뛰고 싶어하지만 이미 실력 향상으로 같은 시간대의 운동을 해도 전보다 많은 운동량을
소화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전에는 한 시간에 10Km를 뛰었는데 요즘은 한 시간에 13Km를 뛴다면 그만큼 운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을 시간으로만 체크하면 실수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동의 양이 아니라 운동의 질이 문제가 된다. 이때는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부상을 입거나 중독으로 인한 폐해를 당할 염려가 없게 된다. 운동하는 시간이 문제가 아닌 같은 시간에 얼마의 운동량을 소화했는가에 관심을
두면 된다. 마찬가지로 숫자로 운동량을 체크하는 팔굽혀펴기 같은 경우도 자신의 운동이 필요로 하는 수준에 맞게 숫자를 정해서 운동을 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팔의 힘이 늘었다고 해서 무한정으로 팔굽혀펴기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마라톤에 필요한 근력
정도를 유지하기 위한 팔굽혀펴기를 하므로 마라톤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100-200개 사이의 팔굽혀펴기를 해 왔다. 지금은 고정적으로 매일
200개 씩 한다. 마라톤에 필요한 근력을 얻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두꺼운 팔뚝이 마라톤에 방해만 되기 때문에 맞춤
운동을 하는 것이다. 네 번째 운동 자체를 즐겨라. 이 말은 운동을 하면서 경쟁심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특히 마라톤의 경우 기록
경기이기에 기록 욕심과 경쟁심이 생기기 쉬운 운동인데 이것을 제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한다.
어떻게 운동을 즐길 것인가. 마라톤의 경우 냅다 뛰는 것만이 마라톤이 아니란 사실을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조건 뛰기만 하므로 내가
뛰는 길에 무엇이 있는지, 진달래가 아카시아가 꽃을 피웠는지 이미 말라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냅다 달리기만 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생활 속의
달리기가 마음속의 달리기로 정착될 때 나의 주변과 자연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달리기를 막연한 운동으로 구분 짓지 말고 자신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길 수 있고, 앞에서 말한 몸의 신호에 충실하게 반응하게 되므로 운동으로 인한 부상과
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운동을 즐기다 보면 한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마음놓고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식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충만한 자신감으로 인하여 삶의 활력이 덤으로 얻어지게 된다.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한다면 얼마나 고달프고 슬픈 일인가. 앞에서 여러 가지 운동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지만 왜 우리가 운동을 하는지, 왜
우리가 마라톤을 하는지 심사숙고하는 게 운동중독을 예방하는 제일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몸이 운동을 하는 것이지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리가 아프면 달리기를 쉬는 게 바로 운동하는 마음이고, 운동중독을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운동은 마음이 아닌 몸의 꽃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몸이 피면 마음이 핍니다. 몸의 소리에 충실한 게 제일
중요합니다. 신문을 보고 생각나 적어보았습니다. 즐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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