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인 ‘차브(CHAV)’는 어원상으로는 ‘농촌 하층 계급 출신의 일탈 청소년’을 의미한다. 악취향의 패션을 즐기고 싸구려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취향을 떳떳이 공개하는 하위의 청년문화다.
영국에서는 이미 2004년 최대의 유행어가 되어 옥스퍼드 대학사전에 오를 정도다. 옥스퍼드 대학사전 편집자인 수지 덴트는 2004년 최대 유행어는 ‘차브’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신조어가 1949년의 신조어 ‘빅브러더’, 58년의 ‘비트닉’, 65년의 ‘미니스커트’, 그리고 2002년의 ‘악의 축’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차브’와 함께 ‘차브족’ ‘차브 패션’도 관심을 모은다. ‘차브족’이란 싸구려 금붙이를 착용하고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으며 야구모자를 쓴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번쩍거리는 금장식을 좋아해서 커다란 고리 귀고리와 두꺼운 목걸이 등을 착용한다. 또 하얀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야구 모자와 유명 기업의 로고가 크게 쓰인 티셔츠도 차브족이 선호하는 품목이다. 결국 차브족의 ‘패션’은 세련미와는 동떨어진 저급하고 값싼 취향의 패션인 것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차브는 ‘양아치’이며 그들의 옷차림은 ‘양아치 패션’인 셈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차브’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고 의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던 차브 현상이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고, 차브 패션이 21세기 쿨(Cool)의 모델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차브는 ‘아이’를 뜻하는 19세기 집시 언어 ‘Chavi’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후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