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연장 外資유치 총력 유럽최고 R&D허브 도전
◆ 열린사회 열린한국 / (5) 활력 되찾는 프랑스 ◆
프랑스 파리 외곽의 12지구. 오후 5시면 모든 사무실의 불이 꺼지는 파리의 일 반적인 겨울 풍경과 달리 세느강 건너편 12지구에 있는 거대한 현대식 건물에 는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에도 대부분의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바로 여기에 프랑스 경제ㆍ산업의 미래를 진두지휘하는 재정경제산업부가 위치 해 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박물관으로 유명한 루브르 궁전의 리슐리 외곽에 있었던 재정경제산업부는 파리 동부 재개발 붐을 타고 이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티엔느 코팽 재정경제산업부 산업ㆍ정보기술ㆍ조직담당 차장은 "프랑스의 미 래는 유럽지역의 연구개발(R&D) 허브로 도약하는 것"이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이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 경제권으 로 바뀌면서 프랑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EU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 며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함께 하는 R&D 투자를 늘리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 간 프랑스는 끊임없는 산학연 R&D를 통해 교통, 에너지, 우주, 항공산업을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기초과학에 중점을 둔 이공계 인력 양성과 과학 인력을 우대하는 사회 분 위기는 이공계 기피가 만연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 크다.
KTX로 잘 알려진 프랑스 알스톰은 TGV 차량에 쓰이는 못 하나도 연구소와의 R& D를 통해 무게를 낮춘다.
파리 남부 툴루즈에 본사를 둔 에어버스는 복층 비행기 A380을 만들면서 이곳 의 모든 항공관련 연구소와 1개 이상의 공동 프로젝트를 했을 정도다.
◆R&D 규모 한국의 2배 넘어=프랑스의 R&D 투자규모는 2003년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GDP)의 2.22% 수준. 금액으로는 345억유로(약 48조6000억원)가량 된다.
이스라엘과 스웨덴, 핀란드가 GDP의 4.0%로 가장 높고, 일본 3.1%, 한국 3.0% 순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5개 국가 평균은 GDP의 2.0% 규모다. G DP 대비 R&D 투자비율로 보면 프랑스보다 우리나라가 높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2003년 우리나라 GDP(721조원)의 3%는 21조6000억원으로 프랑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재정경제산업부에서 한국과 일본지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크리스티앙 뱅상티 씨는 "프랑스를 포함한 EU는 2010년까지 국가별 R&D 투자를 GDP의 3%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며 "미국 일본 한국에 비해 프랑스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파리5지구의 옛 '에콜 폴리테크닉' 건물에 들어선 프랑스 교육부.
최고의 이공계 그랑제콜(고등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닉이 지난 76년 파리 교외 의 로체르로 캠퍼스를 옮기면서 그 자리에 교육부가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업무를 함께 하고 이공계를 중시하는 프랑스 의 교육풍토를 감안하면 프랑스 교육부로서는 최적의 입지인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기술부문 총괄책임자인 장 자크 간느뱅 씨는 "프랑스의 R&D 연 구는 정부가 중심이 돼 85개 대학과 250개 전문기술학교, 1300여 개의 연구소 실험실이 공동으로 R&D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놨다"며 "최근에는 하 이브리드 자동차 개발과 관련한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 교육부 내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하나인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한 번 충전하면 대략 70~100㎞를 달릴 수 있으며 파리시에는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바이오 산업에 미래 건다=현재 프랑스가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아 중점적으 로 R&D 예산을 투입하는 분야는 바이오테크놀로지(BT) 산업이다.
BT산업 육성정책에 대해 간느뱅 씨는 "프랑스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정부 차 원에서 공장이 필요 없는 BT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며 "BT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일정 기간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면제받는 등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투자진흥청의 베르나 이브토 부대표도 "프랑스에는 이미 BT산업과 관련 해 350개의 기업과 600개의 연관기업이 있고 2003년에만 22억9700만유로(약 3 조2600억원)가 관련 연구에 투입됐다"며 "박사급 인력 1000여 명을 포함해서 1 만3000여 명의 연구진이 BT산업에 종사하는 등 BT산업에 거는 프랑스의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파리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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