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전분교에 대하여
박 승 규(해남신기교회 목사)
지난 2003년 4명의 학교에서 2009년 현재 50명의 학교로 성장한
해남군 마산면에 있는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2003년 4명의 신입생들과 한분의 교사가 5000평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출발한 용전분교가
헌신적인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서
해가 갈수록 성장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해남읍과 다른 면에서 약 30여명이 용전분교로 전입학을 했습니다.
얼마전 국회의원실을 통해 전국의 본교보다 큰 분교의 실태를 조사했더니
6개 학급이면서 본교보다 큰 초등학교는 광주에 있는 학교(내년 본교 승격 예정)와
용전분교 2곳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까지 꾸준히 성장하던 용전분교는 2009년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7분의 교사 중 교감선생님 포함 5분의 교사가 전근을 가시고
겨우 1년 용전분교에 계셨던 2분만 남겨놓았습니다.
그 전까지 용전분교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학부모와 지역 어르신들이 교육청에 요청해서
경험 있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왔지만
계속된 교육청의 압력으로 전근을 가시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교육청은 규정대로 했다고,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전남교육청을 대표해서 전국교육혁신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농촌교육혁신의 선구자로 자랑하던 용전분교가
언제부터인가 교육청이나 교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본교(30여명)보다 큰 분교를 지켜보아야 하는 교장이나 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는
지금 현재 너무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볼 때, 없어졌어야 할 학교가 원래대로 가는 것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교육여건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현실을 교육 때문에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 좋은 사례를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농촌은 어려워지고 따라서 농촌학교도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폐교정책에 앞장섰던 교육당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농촌교육의 실패를
농촌 현실에 돌리기 위해 용전분교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자신들은 법대로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를 위장전입으로, 교육행정을 어지럽히는 불순분자로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7년 동안 묵묵히 농촌교육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애쓴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을
조금이라도 위한다면 큰 학교 위주, 본교 위주의 제도를 바꾸고
작지만 모든 교육 주체들이 하나 되어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과거 어려운 시절에 교육을 통해 희망을 만들었던 선배들처럼
이 어려운 농촌에 희망의 교육으로 꽃피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용전분교는 학부모도 지치고 선생님들도 지쳐있습니다.
내년 입학생은 몇 명이나 될 지 마음이 답답합니다.
많은 시설 투자를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냉난방 시스템 없어도 됩니다.
마음 편하게 행복하고 자유로운 학교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작아도 희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데
왜 그 작은 소망이 무참히 짓밟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뜻있는 교사님들도 용전분교로 오십시오.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신 학부모들도
용전분교에 관심을 가지시고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용전분교 학부모 참 어렵습니다.
수시로 모이는 학부모 모임,
학부모가 함께해야 이루어지는 많은 행사들,
통학의 문제, 피로가 많이 쌓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농촌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15년간 한 교회와 지역을 섬기고 있는 저로서는
교인들과 교육희망을 꿈꾸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무어라고 말해야 합니까?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해야 합니까?
특히 교육은 포기하라고 말해야 합니까?
혹시 귀농을 꿈꾸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해남으로 오십시오.
완벽하지 않지만 척박한 농촌을 탓하지 않고 희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가르쳐 주시고 우리가 먼저 걸어갔던 것들은 함께 나누겠습니다.
학령기 아이들이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학교도 멋지게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지역에서도 성심껏 돕겠습니다.
살 집도 함께 구해봅시다.
땅도 구해드리겠습니다.
이 일은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축복은 말할 것도 없고
어렵지만 함께 힘을 모아 현실을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교육과 교육을 둘러싼 현실을 바꾸어가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1등할 수 없는데 1등해야 행복하다고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에만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부족해도, 여건이 어려워도 함께 손잡고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자라나도록 가르치고 경험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농촌학교가 어려워지는 것은 열악한 농촌현실 때문이기만 합니까?
학교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학부모 책임입니까?
제도권 안에서 학교발전은 불가능합니까?
모든 학사일정을 교장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학교가 좋아집니까?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