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전 발산재를 기점으로 월아지맥(준봉산~만수산~보잠산)을 걸은 적이 있다.
오늘 그 종점인 월아산을 산행함으로서 30여km의 월아지맥에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치자.
맥을 체계적으로 타지는 않았지만 몇십 년을 잡식성 산행을 하였으니 그 꼭지점을 띠그래프로 잇는다면 1대간 9정맥은 물론이고, 단맥과 기맥을 대부분
잇게 될 것이다.
월아산(月牙山 483.3m)은 국사봉과 장군봉 사이 질매재에서 떠오르는 보름달이 절경이어서 '아산토월(牙山吐月)'이라고 부르며 ‘진주 12경’으로 꼽는다.
월아산이란 이름도 이 ‘아산토월’에서 따왔다.
달을 토(吐)해낸다 했으니 이보다 절절한 싯적 표현이 있겠는가?
그 달뜨기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월아산 장군대산(봉)과 국사봉을 잇는 고갯마루인 질매재이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단순한 달뜨기에 불과하겠지만 진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달맞이를 한다.
질매재에서 떠오르는 달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질매재에서 달뜨기를 즐기기 위함이다.
월아산은 진주를 방어하는 동쪽 울타리로 문산읍, 진성면, 금산면 경계에 있다.
조선시대 임진란 때도 방책이 세워졌고 한국전쟁 때에도 낙동강 전선이 형성됐다.
그 울타리 역을 맡은 봉우리가 장군대산(봉)이고 그 다음봉이 국사봉이었다.
어느 봉우리가 주봉인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겠지만 높이가 조금더 높은 장군봉을 주봉이라고 치자.
지형도에서는 국사봉을 월아산, 장군대봉을 장군대산으로 부르지만 진주 사람들은 대부분 두 봉을 하나로 묶어 월아산이라 부르고 있다.
국사봉 전망바위나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면 가히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지리산은 물론이고 자굴, 방어, 괘방, 와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물줄기와 강변으로 발달한 농경지가 은빛물결로 다가온다.
조망이라면 방송시설이 들어선 장군대산도 빠질 수가 없다.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이 목책성(木柵城)을 쌓고 왜적을 격퇴한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진성IC에서 아주 가까운 월아산 동쪽을 기 종점으로 삼았다.
필자는 재작년 막내딸한테 가서 청곡사를 원점회귀로 다녀온 바가 있다. 산행기 ☞ http://blog.daum.net/bok-hyun/772
코스: A) 월아가든(고도90m)-토담집-돌탑봉-전망대-국사봉-질매재(250m,생태통로)-돌탑봉-월봉-장군봉-462봉-갈림길(주의)-용고미-월아식품(고도40m)(4시간)
B) 질매재(달음산고개)하차-돌탑봉-월봉-장군봉-462봉-갈림길(주의)-용고미-월아식품(2시간 30분)
산행궤적
월아가든~월아식품(7.66km, 3시간 45분)
고도표
월아가든~월아식품
<참고 개념도> 금호저수지~국사봉~질매재~장군봉~청곡사
진성IC에서 내려 금방 월아식품을 지나고, 월아가든 앞에서 차를 멈춘다. 들머리인 월정소류지 제방은 빨간 화살표 방향.
월정소류지 제방의 뚝길을 걸어 좌측 임도로 능선에 올라 붙는다.
소류지 너머 질매재가 잘록하다. 질매란 길마의 경상도 사투리로 소 등에 얹어 물건을 운반하는 데 쓰는 연장를 말한다.
월정소류지 제방을 걸어...
좌측 임도를 따르면...
흙을 돌과 함께 쌓은 토담집 폐가가 나온다.
좌측 방송국 시설물이 올려다 보이는 곳은 장군봉.
살짝 당겨 보았다.
이정표는 국사봉과 월정저수지.
그리고 우측으로 경남체육고와 경남과학고를 가리킨다.
이 능선을 따르고, 장군봉 하산길 갈림길에서 좀더 크게 원을 그린다면 월정을 원점으로 조금더 크게 회귀할 수 있을 것.
돌아보니 남쪽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변에 솟은 산은 방어산과 괘방산.
방어산 앞자락 남강이 좌로 휘어져 돌아가도록 막아선 나즈막한 봉우리는 심방산(156m). 일일이 짚어보기는 장군봉으로 미루고...
MTB(산악자전거) 코스임을 알리는 푯말.
좌측 돌탑이 있는 곳으로 살짝 올랐더니...
장군봉이 있는 건너편 산줄기가 자세히 보인다. 장군봉 8부능선을 횡으로 긋고 있는 것은 장군봉에 이르는 임도.
따라서 질매재에서 임도를 따라 걸으면 고도차 없이 어렵지 않게 장군봉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씀.
장군봉에서 좌측으론 하산할 능선.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뭔가 잘못된 푯말.
북쪽 덕곡리로 남강이 휘어돌고, 우측 멀리론 의령 벽화산인 듯.
의령쪽 방면.
시계가 좋다면 멀리 지리산도 조망될 텐데...
당겨 보았지만 희미한 윤곽만...
국사봉의 고스락이 눈앞에 다가온다.
돌탑봉(416.1m)을 살짝 내려서자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탑들.
완만한 능선에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더니...
잘록한 질매재 건너로 내내 장군봉이 어서오라 손짓한다.
지리산은 그 신비스런 모습을...
고개를 좌로 돌리며 눈을 닦고 보아도 감추고 있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 우측 자락에 들머리인 월정소류지와 그 아래로 날머리인 월아식품은 가늠된다.
국사봉 고스락에 올랐다.
국사봉 고스락 또한 제법 넓어서 산불감시초소와 전망데크가 세워져 있고, 안내도와 돌탑을 세워 그 위용을 더하고 있다.
국사봉 안내도.
국사봉에서 질매재는 1km의 거리.
전망데크에서의 조망은...
진주시내가 훤하게 트여있고...
안내판과 비교하며 산군들을 살펴본다.
안내판엔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며, 풍수지리에서 동쪽은 비봉형(飛鳳型), 서쪽은 천마형(天馬型)이란다.
동쪽 봉우리는 재상을 낳으니 국사봉 國師峰))이요, 서쪽 봉우리는 장군을 낳는다고 장군봉(將軍峰)이 되었다.
안내판과 비교를 해가며 지리를 흠모하다...
그만 포기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정상주를 곁들인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그리고 인증을 한 국사봉.
바라보는 곳은 우리가 올라온 능선과 방어산.
다시 채비를 차리고...
질매재를 향하다 올려다 본 장군봉.
딱 15분 만에 질매재에 내려선다.
필자는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좌측 생태통로를 이용하였지만 이 길은 산짐승들의 길.
연리지님이 이정표를 확인하고 올라오는데 내려가자고 하였다. 결국 나중에 만나게 되지만...
생태통로를 건너 우측으로 꺾어... (이정표의 장군대봉은 임도를 말하지만 나중에 우리와 임도에서 만난다.)
화살표 방향의 파란 철문을 총해 장군봉으로 올랐다. 이는 선답한 부산일보의 트랙에 충실하였기 때문.
돌아보니 길 옆 작은 주차장과 생태통로가 보이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다 이용안내 푯말을 보니 ...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니 문을 닫아야만 할 것.
철문 앞에서 돌아본 모습.
'아서 성선생' 묘지를 지나고...
결국은 포장임도와 만나게 되는데...쯥. 포장 임도를 조금 오르다...
우측 산길로 갈아탄다.
이 등로는 제법 가파른 길.
왠 '월봉쉼터길'
오만 소원이 난무하는 돌탑 앞에서 한마음 여성분들이 소원의 돌탑 하나씩을 올렸다.
약 20분 만에 이윽고 올라선 돌탑봉.
여기서도 온갖 소원들이 난무하고...
이 지점의 이정표.
금방 다시 만나는 돌탑 두 기가 있는 곳에서...
"어디를 급히 가시는가?"고 묻는다. 처음엔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는데...
봉우리에 월봉(月峰)이라는 글자를 써 넣었다. 이는 필자가 가진 맵에 월봉이라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
고도차가 거의 없는 평이한 산길을 조금 가다보면...
청곡사 갈림길 이정표 지점 벤치에서 남과 북이 만찬에서 건배주를 들었다는 한라산 소주로 정상주를 곁들이게 되었고...
좌측으로 내내 보아왔던 방속국 시설물이 있는...
장군봉에 올라왔다. 저쪽에 계란을 닮은 돌하나.
순옥 씨는 달랑 들었는데...
미옥 씨는 끙끙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옥 씨의 잔꾀가 숨어 있다는 말씀.
말씀인즉슨 이 소원바위는 들어 올리지 못해야만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ㅋㅋ
장군봉 전망데크에서 시계가 그리 맑진 못하였지만 가슴이 뻥 뚫리도록 산하를 굽어본다.
파노라마로 촬영하였다.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볼 수 있음>
안내판과 차근차근 비교해 보면...
자세히 볼 수 있어.
좌측 통영에서부터 남해와 고성 하동까지...
뿌연 가스가 시야를 막아서지만 이럴 땐 상상의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하고...
북쪽으로 지리산도 제 모습을 감추었으니 지난 날 시계가 열리던 날의 감흥을 유추해 보아야만 할 것.
지난번에 못했던 기념사진을 찍고...
포장임도에 내려서선 우측으로 휘어돌며...
임도를 따르다...
곡각지점에서 능선길로 접어든다. 좌측 임도로 계속 내려가면 질매재.
이 하산길은 상대적으로 좀 거친 길.
한 차례 작은 오르막을 치고 올랐더니 462봉. 봉우리 밑 낙엽더미에 묻힌 서래야님의 코팅지를 들고와서 돌멩이로 눌러 두었다.
자료에 근거하지 않는 그의 막무가내식 작명이 거슬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작은 정성이 녹아 있는 게 아닌가?
10분 만에 만난 갈림길. 주의지점이다.
안감사님이 리모델링한 바라케이트를 넘어가면 경남체육고와 과학고가 있는 월정마을에 닿는다.
그러면 산행거리를 조금 길게 할수 있고, 월정마을 원점회귀를 할 수도 있으니 개인 산행일 땐 그것이 낫겠다.
등로는 조금 거칠지만 보드라운 작은 솔숲 육산이라서...
어려움 없이...
함양 박씨 묘를 지나고...
비석엔 '숭정기원후5회중광작...'
숭정(崇禎)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제 16대 의종(毅宗, 1628~1644)의 연호.
‘숭정기원후’는 명나라가 1645년 망했기 때문에 청의 연호를 사용해야 되지만 비문 등 비공식 문건에는 청나라에 대한 반감으로 명의 연호를 사용하여
숭정기원후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도로에 내려서면...
용고미 마을.
돌아본 모습.
우측 과수원길로 오르면 용고미소류지.
용고미가압장을 지나면...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인 삼거리에...
월아식품이 있다.
우측 2차선 도로는 월아가든과 질매재로 가는 길.
월아식품의 바람막이 양지바른 곳에서 뒷풀이가 준비되고 있다.
월아식품 벽에 걸린 온도계는 영상 9도.
-견딤에 대하여-
산은 제 무게를 견디느라
스스로 흘러내려 봉우리를 만들고
넘치지 않으려 강은 오늘도
수심을 낮추며 흐른다.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왜 견딤이 아니랴
꽃순이 바람에 견디듯
눈보라를 견디듯
작은 나룻배가 거친 물결을 견디듯
엎드린 다리가 달리는 바퀴를 견디듯
적막과 슬픔을 견딘다.
폭설로 끊긴 미시령처럼
생의 건너에 있는
실종된 그리움의 안부를 견딘다.
<남 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