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야구못해…자유계약으로 풀어달라"
이종범(31ㆍ주니치 드래곤즈)과 이토 오사무 대표와의 면담은 11일 오전 나고야 구장에서 이뤄졌다. 형식은 이토 대표가 최근 이종범의 이적 요청에 대한 사정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둘 외에 통역 최인호씨, 니노미야 2군 감독이 함께 했다. 또 말미에는 때마침 2군 경기장을 찾은 시마노 1군 종합코치가 참석했다. 극단적인 대화까지 나왔다는 이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를 이종범의 설명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_이종범 : 팀에서 내가 필요한 선수인 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기용할 것이라면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
_이토 대표(이하 대표) : 물론 우리 팀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스카우트 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 없다.
_이종범 : 그러나 요즘 대우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 내가 실력이 모자라 2군에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한 번 나를 제대로 써보기라도 했느냐. 가끔 대타나 한번씩 쓰고, 그나마도 두어 번 못 치면 출전 기회도 없다. 그렇게 해서 잘하는 선수가 어디 있느냐.
_대표 : (묵묵부답)
_이종범 : 작년 연봉 계약할 때 이런 상황이 오면 다른 팀에 보내주기로 하지 않았느냐.
_대표 : 지난 월요일(9일) 드래프트 회의 때 각 팀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지나가는 얘기로 제의해 본 적은 있다. 그러나 지금 시즌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원이 찬 상태라서 모두들 곤란한 눈치였다.
_이종범 : 그러면 자유계약으로 풀어 달라. 한국으로 돌아가겠다. 한국에 가면 주니치와는 관계 없는 일 아니냐. 여기서는 더 이상 야구를 못하겠다. (그러면서 이종범은 "오늘 경기도 나갈 필요 없다"며 유니폼을 갈아 입으러 라커룸으로 자리를 떴다.)
이 때 이토 대표도 자리를 떠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기자실로 왔다. 기다리고 있던 한국 특파원들에게 "한국으로 가면 해태가 보유권을 갖는다. 조만간 해태에 사정을 설명하겠다"라고 말해 복귀 트레이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절묘하게도 이 시점에서 시마노 1군 코치가 나고야 구장에 나타났다. 이토 대표가 그를 데리고 다시 이종범을 만나러 갔다.
_시마노 코치 : 조금만 더 참아라.
_이종범 : 어디 한두 번이냐. 감독이나 코치들이나 내게 한번이라도 제대로 기회를 줘봤느냐.
_시마노 코치 :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한번만 더 기다려라. 곧 기회가 있을 것이다.
_이종범 :그동안 많이 참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_시마노 코치 : 그 정도 심정인 지 몰랐다. 나를 믿고 한번만 더 참아라.(통역 최인호씨가 "호시노 감독이나 야마다 수석코치 같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의 말이냐"고 묻자 "그것은 아니지만 잘 되게 하려고 일하는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시마노 코치는 이후 1군 경기가 열리는 나고야 돔으로 돌아갔고 오후 5시쯤 다시 통역 최인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1군 복귀가 가능한 날이 언제인 지 묻고 "(1군)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잘 얘기가 되는 중이다. 주말까지 책잡힐 행동을 하지 말고(훈련이나 원정 경기에 빠지지 말라는 뜻) 기다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