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요루바 사람들은 주머니 속에 늘 콜라 나무 열매를 넣고 다닌다. 한가로이 그늘 아래 앉아, 콜라 열매를 우물거리던 노인들의 모습은 내 기억에 아련한 풍경으로 남아있다. 한동안 나는 요루바 노인들이 콜라 열매를 씹는 독특한 방법을 흉내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알밤처럼 생긴 모양과는 달리 쓰디쓴 맛만 내는 콜라 열매를 그들처럼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다.
요루바 사람들은 쓰디쓴 이 콜라 열매를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나누어 먹는다. 주머니 속, 손때 묻은 콜라 열매를 꺼내 둘로 나누어 먹는 일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콜라 열매가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서로 반목하고 싸우던 사람들이 화해한 후, 화해를 상징하는 의례적 행위로 이 열매를 나누어 먹을 때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조사하는 동안, 나는 늘 주머니 속에 콜라 열매를 넣고 다니며, 낯선 요루바 사람들에게 천연덕스레 이 열매를 권하곤 했다. 비록 주머니칼로 깨끗하게 잘라서 나누어 먹는 얼치기 방식이었지만, 그래도 콜라 열매를 나누어 먹으려는 시도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해 주었고, 때로 심통부리는 연구 조교를 달래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콜라 열매 맛이 더 이상 쓰디쓴 맛이 아니라 쌉싸름한 맛인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손이 부쩍 주머니 속으로 자주 들어간다. 무심코 콜라 열매를 찾다가 빈 주머니속에서 허전함을 느낀다. 요즘처럼 서로에게 각을 세우는 다툼이 많은 우리 사회에도 콜라 열매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덜 무안하게 사과하며 쌉싸름한 화해의 맛을 나눌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