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일 금요일에 6월 숲탐방지인 땅끝 해남으로 사전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김세진 처장과 회원활동가 산들바람샘, 각시둥글레샘, 그리고 저 반딧불이가 동행했습니다.
효천역에서 9시에 만나 먼저 들른 곳은 영암 무위사 가는 길목에 있는 오설록다원입니다.

6월의 녹차밭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미현씨, 나는 이렇게 비오는 날은 녹차밭에 가고 싶더라." 하던 미용실 원장 말이 생각나더군요. 녹차밭의 바람개비는 녹찻잎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장치랍니다. 녹차를 마실 수는 없으나 그냥 너른 차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초록물이 드는 것 같았어요.
근처에 호남 3대 정원이라는 백운동정원이 있는데 공사를 하는 것 같아 지나치고, 드림스쿨로 선정되어 학교숲 개장을 앞두고 있는 해남 북평중학교로 목적지를 정하고 달려갔습니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학교숲을 보고 학교 수목을 둘러 본 후, 학교 관계자와 잠깐 면담을 하고 오늘의 주 탐방지인 땅끝 천년숲길의 시작점으로 향합니다.



땅끝 전망대로 향하는 모노레일 탑승장 입구에서 코스를 확인하고 바다를 낀 채 걸어봅니다. 자연 흙길을 원하는 사람에겐 인공의 냄새가 나는 데크길이 거슬릴 수 있으나 가족 단위로 탐방하기에는 안전할 것 같았습니다.

아주 가끔 약간 경사진 계단이 나타나지만 지팡이를 짚고 절둑거릴 정도가 아니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갈길은 먼데 자꾸만 이름 모를 나무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습니다. 꾸지나무, 꾸지뽕나무, 닥나무를 구별 하느라고 걸음을 멈춥니다.


600미터 정도 가면 토말탑이 나옵니다. 배 형상으로 만들었고 사진 찍는 명소가 되었더군요.

토말탑 울타리에 하얀 해당화가 외롭게 피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었고요.


애초에 점심 도시락을 먹으려고 계획했던 댈기미해변을 향해 오토캠핑장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가는 길에 쉼터가 여러 곳 나오는데 쉼터마다 해설판이 붙어 있었어요.

왼쪽으로 계속 바다를 끼고 도는 이 길은 정말 매력있었습니다. 쥐똥나무, 광나무, 돈나무가 향을 풍기고, 보리밥나무며 떡갈나무, 굴피나무, 사스레피나무, 소사나무 등이 어우러져 깊은 산에 온 느낌이 납니다.

그 중 단연 으뜸은 어미의 몸통이 잘려나간 자리에 새 줄기를 세우고 자라나는 떡갈나무 잎입니다. "우와~~"하는 함성과 함께 줄자로 재어 보니 40센티미터입니다."비가 내리면 투두둑투두룩 소리가 나겠다"며 김밥 10줄은 말고 떡도 한되는 쌀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저~어기 우리의 점심 식사 자리인 댈기미해변이 보입니다. 영어 U자 모양으로 파인 몽돌 해변이라고 해서 몽돌을 볼 생각에 걸음이 빨라졌지요.

그런데 아뿔사, 군사 훈련지로 변했는지 철조망이 쳐져 있고 방공호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점심 먹으면 딱 좋겠다." 던 우리의 당초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으니 비상 사태가 벌어졌지 뭐예요.

우짜면 좋겠노? 하면서 길 끝까지 나오니 부대로 진입하는 입구입니다. 이곳까지 버스는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니 버스를 어디로 대야 하나?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일단 택시를 불렀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사이에 우리 샘들은 말오줌때, 닥나무, 팥배나무 등을 자세히 보면서 카메라에 담고 메모하고 열공입니다. 수목에 밝은 처장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택시를 타고 갈산마을을 지나 차를 세워둔 모노레일추자창으로 갔습니다.

형제바위가 있다는 가시둥글레샘의 안내로 갈두해변으로 가니 초등학생 친구들이 조그마한 게를 잡고 놀기에 얼굴 좀 빌려달라고 하고 한 컷 찍었습니다.

코스 변경은 불가피한 일이고 마침 갈두 해변이 삼남길의 시작점이니 이곳을 들머리로 할면 어떨까 의견을 나누었지요.

나란히 선 바위는 형제바위라네요. 형과 아우 같나요?

노화나 보길도로 가는 여객선이 운항되는 항구이고요. 미주 보고 있는 바위는 무엇처럼 보이시나요? "바위 아니고 섬입니다." 하는 처장님 말씀에 거창한 전설이라도 있을 법해 기대하던 마음이 사라집니다. 다른 들머리는 없을까? 의견을 나누다가 전망대로 가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전망대 주차장에서 하차 후, 1코스는 전망대에 올라 토말탑(땅끝탑)으로 와서 모노레일 지점으로 가는 코스,2코스는 전망대 주차장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가 토말탑으로 가서 모노레일 지점으로 오는 코스. 두 코스 중 택일하여 걷기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렇다면 점심 먹을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송호해변으로 가 보았습니다.

곰솔의 수형이 멋진 송호해변입니다.

여름에는 운치를 더했을 파라솔이 지금은 찢겨진 채 줄지어 서 있고요.

해안쪽으로 향한 큰 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어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해먹을 쳐서 잠시 휴식을 한 후에 전망대로 가서 산책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화장실 칸도 여러 개고 화장지도 있고 깨끗하였습니다. 야외에 수도 시설도 있고요. 돗자리 깔고 점심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들 합니다.

하도 유명해서 어딘지 다 아시죠? 각시둥글레샘 친정과 근거리인 미황사에 들러보았습니다. 미황사는 단독 코스로도 매우 훌륭한 장소일 것인데 몇 년 전에 생명의숲에서 탐방 갔던 곳이라 단독 코스는 이르다고 해서 이번 탐방에 잠깐이라도 들러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달마산 아래에 자리하여 딱 보아도 명당이다 싶었습니다. 템플스테이 온 학생들이 많아서 고요함은 없었지만 절에 오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더군요.

7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미황사를 나오는데 저 환한 멀구슬나무꽃이 또 발길을 잡더라고요.

지나던 길에 갯일을 마치고 나오는 아낙들을 보았습니다. 바닷길이 갈라지면 들어갔다가 물이 차기 전에 나와야겠지요? 저들의 저녁 반찬은 무엇일까요?
해는 지고 배는 고프고 집으로 오는 길에 성전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현관문을 여니 10시입니다. 이곳에 다 적지는 못했지만 중간중간 멈추고 들른 곳을 합하면 얼마나 긴 여정이었는지 정말 피곤하더군요.
연신 하품을 하면서 운전하느라 고생하신 처장님 생각하면 세발의피인데요. 얼마나 피곤했던지 곤히 자느라 등짝이 침대에 붙는 줄도 몰랐어요. 아침에 침대에서 등짝 떼는 데 한참 씨름했습니다.
6월 숲탐방은 6월 18일 해남땅끝마을 쳔년숲길입니다. 시청에서 출발하여 오설록다원과 백운동정원을 들러 송호해변에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 후, 바다를 꿈꾸는 숲길은 땅끝 전망대에서 시작하여 삼남길 시작점인 갈두해변으로 돌아나오고요. 버스로 이동하는 길에 미황사를 잠깐 들러보는 코스가 될 예정입니다. 6월이라 뜨겁지 않을까 걱정이시겠지만 숲길은 뜨겁지 않습니다. 푸른물을 실은 해풍이 기분 좋게 불어오거든요.
그럼 6월 18일 토요일 숲탐방 때 뵙겠습니다.
첫댓글 수고 많으셧네요
일이 있어서 남해 숲탐방 답사를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남해의 여러 길들을 하루 종일 고민하고 다셨을 모습이 눈앞에 훤~하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 숲탐방도 정말 기대됩니다.
(답사와 후기를 쓰기만하다가 샘이 쓰신 글을 읽으니 새롭고 재밌네요.ㅎ)
미처 수정 못한 오타는 애교로 봐 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