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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작가·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글을 쓰는 문화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문득 대전의 예술문화 시설을 떠올려본다. 지난 1980년대 초 시청·법원 등 행정기관이 선화동 시대를 마감할 무렵에 함께 밑그림이 그려진 둔산대로에 위치한 대전예술의전당이 얼른 떠오른다. 대전시립미술관, 연정국악원, 이응노미술관도 떠오른다. 모두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적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는 공연시설이나 전시관들이다.
사람들은 대전을 문화적 전통이 빈약한 도시라고들 말한다. 경부선 철도 부설과 함께 생성된 현대도시이며 공주에서 도청이 이전되면서 발전되기 시작한 신생도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전후 폐허 상태에서 복구된 도시라는 착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대전에는 예술문화 공간이 매우 빈약한 거도 사실이었다. 문화시설이라고는 대전시 공민회관(현 여성의집), 예술가의 집, 연정국악원의 근원지가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신도시가 설계되면서 다양한 공연예술 공간이나 전시 공간이 시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 예술의 기초요, 기반이 되고 있는 문학 영역이 내내 배제되고 있다. 문학 작품이 있어야 다른 예술 장르가 융성해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문학을 진흥하고, 연구하고. 창작을 도우며 동시에 문학작품을 전시하면서 시민들이 작품이나 그 작품을 창작해내는 문인들을 만나 감흥을 얻고 함께 감동을 불러일으킬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후 2006년 당시 대전 동구청장에 입후보한 현 이장우 대전시장이 동구문학관 설립을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시립도 아닌 구립문학관 설립이라는 신선한 공약을 걸고 나온 것이다. 동구문학관은 가시화됐고 바로 실행에 옮겨졌지만 그가 2010년 동구청장 재선에 실패하면서 동구문학관 설립은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염홍철 대전시장이 당선되면서 마침내 대전 동구 용전동에 위치한 대전시립문학관이 설립됐다. 하지만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고, 시설 규모가 워낙 협소해 시립 문학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런 중에도 박헌오, 강태근, 박진용 그리고 현재 이은봉 관장을 거치면서 대전 문인들은 물론 일반시민들에게 분명한 문학의 방향을 제시했고, 목적한대로 문학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런데도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힌 것이 사실이다.
다시 이런 시점에 문학관 설립 창안자인 이장우 시장이 재선 국회의원의 경력을 쌓아 대전시 수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대전문학관을 사랑하면서 시설을 확장하고, 새로운 컨텐츠를 담고 싶어 하는 대전 문인들이나 시민들은 가슴을 설렐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의외로 대전은 생각보다 문화예술의 전통이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문화 예술의 불모지가 절대로 아니다. 역사적으로 선사유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여기에 한글 문학의 대가인 김만중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가 있다.
규방문학의 효시인, 김호연제가 있고, 우리 고시조 문학의 방향을 확실히 제시한 신흠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근대로 들어와 탁월한 문학가요, 언론인이요, 사상가인 신채호를 낳은 대전이다. 현대로 들어와서는 한국문학의 중심이요, 세계문학 발전을 도모할 문학인들이 수없이 자리하고는 웅지를 틀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연간 100만, 200만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문학관이 적지 않다. 필자는 리모델링 수준의 문학관이 아닌 둔산대로에 서 있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규모의 문학관이 자꾸 눈에 밟힌다. 업적을 남긴 시인과 작가들의 문학비가 서 있으면 더욱 좋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의 시립문학관 설치에 대한 필자의 소망이 자못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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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송 김명환 시이님, 제 칼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럼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