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좋은 항아리를 고르는 일은 장을 담그는 과정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 대부분의 음식이 발효식품이었던 그때, 사람의 손맛을 지난 다음에는 음식의 맛을 죽일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항아리였기 때문이지요. 일본에서는 정종을 담고 보관하는 용기로 항아리가 주로 쓰이고 있는데 단연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최상품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흔히들 '숨쉬는 항아리'가 좋은 항아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좋은 항아리에 간장이나 된장을 담가놓으면 항아리 표면의 여기 저기에 흰색의 소금꽃이 피는 것입니다. 예전엔 할머니들이 간장이나 된장독에 피는 소금꽃을 보고 항아리의 됨됨이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광명단 유약으로 만들어진 항아리는 숨구멍이 막혀 소금꽃이 피지 못하니까요.
살아숨쉬는 좋은 항아리가 만들어지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큰 요인들 중에 유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약이나 잿물을 입히지 않고 섭씨 1,280~1,300도에서 80시간 이상 장작가마에 구워 만드는 푸레독은 자연정수능력이 뛰어나 수질정화용으로는 그만이지만 지금은 만들어지는곳이 거의 없어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군요. ▣ 천연유약(잿물유약) 옹기
유약은 도자기 표면에 발린 유리질을 말하며 이 유약은 불을 때던 중 장작의 재가 기물에 앉아 녹는 것을 보고 중국인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약 만드는 방법은 중국, 일본과는 달랐습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처럼 돌(장석, 도석)을 물레방아로 분쇄해 재를 섞어 유약을 만들었습니다만, 그것 보다는 물토라는 천연물질에 재를 섞은 것이 우리나라 옛 도자기의 유약이었습니다.
잿물유약(釉藥)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약토와 재를 섞어 만든 천연유약을 입혀 구우면 표면이 매끄러우면서 바람이 통하여 숨은 쉬면서 물이 통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장독대는 부엌과 가까운 뒤뜰 높직한 곳의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었던 것입니다.
간장, 된장, 김치 등 발효식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 저장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따라서 독이나 항아리에 음식물을 오래 저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바람이 통하고 숨을 쉬게하여 그 속의 저장물이 쉬거나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항아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유약 처리를 하지 않은 옹기는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쌀독 등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발효식품이나 액체류의 저장용기로는 천연 잿물유약으로 처리된 옹기가 적합합니다. 잿물유약 황토옹기는 황토색과 철분의 산화색인 철색이 든 다양한 다갈색조를 띄고 있습니다. ▣ 광명단(光明丹)유약 옹기
광명단 또는 산화연이라고도 합니다. 사삼산화납을 주성분으로 한 안료로 광택이 쉽게나고 용융점이 낮아서 60~70년대에 옹기의 유약으로 많이 쓰다가 납성분의 독성때문에 사용이 금지 되기도 했습니다.
광명단은 납을 주성분으로 한 화공약품으로 옹기에 입혀 구우면 붉은색, 검은빛이 도는 붉은색이 나고 표면이 유리알 같이 매끈매끈하고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산(酸)과 열(熱)에 약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담아 두거나 열을 가하면 납성분이 음식물에 녹아나오게 됩니다. 소량이라고는 하지만 먹어서 이로울 것은 없겠지요. 또한, 광명단유약 옹기에 포함된 납유약은 옹기에 스며들어 모든 바람 구멍을 막아 옹기의 본래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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