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 생생 해야 할 일이니
요즘은 젊은이들이 애기를 가지면
태명을 먼저 짓는게 유행인가 봅니다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만큼 자녀 사랑이 지극해 졌다는
하나의 반증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나도 올 한해 준비 과정을 거쳐
년말이나 이천 십일년 초에 태어 날
내 애기?에 대한 태명을 미리 생각해서
몇가지 지어 보았습니다
하나는 '할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쉬운 불교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열반당 도깨비의 노래 혹은 이야기'
라고 미리 지어 보는 것입니다
일단 이름이 지어 지고 보면
세상에 나오기를 꺼려하여
게으름을 한없이 피는
책의 원고 정리와 수정등이
삼신 할매의 손바닥에 맞아서
몽고 반점이 생기기 전에
얼른 나와야겠다 싶어
서두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려서 잠시
마곡사 가까이에 있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 머물며
대부분 친인척 들이지만
농사를 업으로 살아가는
마을 분들과 같이 자랐습니다
논둑으로는 긴 뱀들이
한 식구처럼 지나 다녔고
먼 산골짜기 긴밭에
콩을 수확하러 간 할머니를 찾아
혼자 어스름한 언덕을 오르기도 하며
어느 때는 송아지가 더 크기 전에
멍에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며
감나무에 송아지를 묶어 놓고
코뚜레를 하려고 준비하시는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와
코가 억지로 뚤리면서
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던
송아지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또 시간이 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청해 듣는 재미에다가
동네 같은 또래의
위 아래 형과 동생들이 모여서
냇가에 멱을 감으며
벼라별 장난을 다 치는 등
지금 돌아 보면 그 시절의 삶 자체가
하나의 연속극같은
소설이요 동화였던 것입니다
대부분 아실 이야기지만
뽕나무와 대나무와 참나무가
방귀 하나로 서로 다투는 이야기며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조선을 구하러 오다가
조선 산하의 정기가 너무 좋아
인물이 많이 날것을 염려하여
긴 칼을 번쩍 치켜 들어서
명산의 맥을 끊고 왔다느니
일을 하다가 먼발치에 사람을 부를는 때
낫이나 쇠스랑 등으로
까불러서 부르지 말거라
날카로운 살이 가서
사람을 해친다는등의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이 들어 보기 어려운
고래적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어려서 '하나 더' 를 외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었던
어른들이 해주신 이야기가
내 마음에 하나 둘 각인이 되었다가
내 삶의 밑바탕이 되고
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웠던 날들인지.
지금도 귀신 불 이야기등
무서운 이야기 들은 날 밤에는
밖에 오줌 누러 나가지도 못하고
마음 졸였던 생각등과
냇가에서 물장구 치며 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나는 오늘에사 이야기지만
카페를 처음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디인지 하는 란에다가 아라비안이라고
적어 본적이 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도 역시나
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꼬리 물고
계속되는 이야기들의 모음인것처럼
일반인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불교에 접할수 있는 글을 써보고
그것을 계속 이어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오년여를 넘어 간 것입니다
내용과 수준이 있는 입문서나
전문적인 불교학을 다루는 책은 많으니
내가 만들어 보고자 하는 글과 책은
그저 아이들이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누워
편안하게 옛날 이야기를 들어 가며
마음 한구석에 불교에 대한 호기심과
꿈과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
그 근본 바탕에는
우리 불교가 이 삶을 통해서
낱낱이 구현되고 실현될수 있는
아주 쉽고도 간명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떡한 사람은 줄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을 먼저 먹는다는 말처럼
제목이라도 먼저 지어 두자 하고 생각하다가
오래전 열반당 도깨비라는 글을
한번 적어 본 것이 생각이 나서
요즘은 제목도 조금 튀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반당 도깨비의 이야기나 노래로
미리 제목을 정해 두는 것입니다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며
은나와라 뚝딱 금나와라 뚝딱 하면
원하는 것이 하나씩 현실로 나오듯
내가 듣고 보고 알았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편안하게 읽고 보는 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아가의 태명을 짓고 나면
아가는 때가 되어 자연히 나오듯
나도 책 이름을 먼저 짓고 나면
책은 인연이 되는 때에 저절로 나올것이니
그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 거미가 꽁지에서
거미줄이 끊임없이 나오듯 진행해 갈것입니다
어느 때는 내가 쓰고도
마음에 덜 드는 글이 없지 않지만
다른 분들 운영하는 카페에 갔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하나를 읽다 보면
참 좋다 이글을 누가 썼지 하고 보다가
마지막에 원효사 심우실에서 라고 나오면
아하 이런 글도 썼던 적이 있네 하고
자소하는 경우도 있으니
인터넷상의 글로 그치지 않고
책으로 내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옥석을 가리고 그릇을 만드는
줄탁의 과정에 있어서
시간과 공력이 더 필요한듯 합니다
오랜 도반이자
내게 선지식인 아우님은
세세 생생 해야 할 일이니
쉬엄 쉬엄 건강 챙겨가며 하세요
라고 격려를 보내 오기도 하니
그런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서
그저 하는 날까지 또 힘이 되는 날까지
아라비안나이트는 계속 될것입니다
구구하면 필유입처
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오래 오래 가다 보면
반드시 이르러 가는 곳이 있다
하시는 말씀이니
우리 불자들에게야 이르러 갈곳은
열반의 저 언덕이로대
저언덕에 이르는 방법은
한걸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할아버지는 이야기 하다가 막히면
산 꼭대기에 소나무에서 솔방울이 떨어져
데굴 데굴 데굴 데굴 데굴~~~~
지금도 데굴 데굴 구르고 있다거나
혹은 물에 퐁당 퐁당 빠진다 하시며
재촉하는 어린 이야기꾼을 달래시더니
내가 이제 유치원 아가들에게
데굴 데굴 하며 이야기를 들려 주니
인생 유전이 뭐 별것 없습니다
내가 지은게 내가 받는 것이요
어려서 마음에 심은 것을
이제는 간추려서 내놓을 따름인게지요
ㅎㅎ
밑천이 다 되어 가니
다만 그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체유심조라
마음 하나 있으면 노프로블럼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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