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술.’
영천 천곡 산수유주 제조자 이현준씨(41)가 내세우는 기치이다.
술은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 한적한 시골 산기슭에서 만들어진다.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지 500평, 건물 300평에 발효실, 숙성실, 저장실, 병입실, 실험실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산수유주를 생산하는 제조공장의 정식 명칭은 (주)갓바위주조이다. 이씨는 팔공산의 갓바위 부처가 ‘정성을 다하면 한가지 소원만은 들어준다’는 효험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의 소원은 음식과 한방이 결부돼 건강에 좋은 술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도 ‘갓바위’를 넣었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흑미의 덧술 사용에 나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산수유주는 흑미를 덧술로 사용한 몇 안되는 전통주 중 하나다. 침전물만 잘 걷어내면 안토시안계 색소가 내는 빛깔이며, 특이한 과일향이 술의 맛과 멋을 더해준다.
발효원으로 누룩 대신 일본제 ‘고치(koji)’를 쓴다. 밀가루나 쌀에다 균을 발효시킨 것이다.
산수유주를 숙성하는데는 약 3개월가량 걸린다. 이씨는 더 숙성할 수도 있지만 석달 숙성이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숙성은 섭씨 7도가량의 저온에서 이뤄진다.
술은 300㎖, 700㎖ 등 두가지이다. 유리병과 도자기 등에 담겨져 시중에 판매된다. 산수유주는 이마트·롯데마트·농협 등을 통해 전국에 팔려나간다.
얼핏 보면 ‘아주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씨에게도 고민이 많다. 그는 우리나라 주류 유통구조 속에서 좋은 전통주를 빚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고 토로했다.
판매망이 대리점을 통한 대형 할인마트인 만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유통업체의 까다로운 판매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품질의 전통주는 좋은 원료에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판매망은 가격 인하와 대량 생산, 보관 관리까지 해야 하는 악조건이 있다.
그럼에도 이씨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웰빙시대를 거쳐 ‘로하스’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소비자들의 술 선호도를 맞추면 앞으로도 전통주의 맥을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영천|백승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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