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0일(수) 12시 30분, 덕수궁 돌담 길에 자리한 낙자 전문 식당
" 무교동 낙지"에 3학년 8반 건아들 10 명이 모였다. 2023년 5월 반창회가
열리는 곳이다. 반창회 후 중식이 끝나면 덕수궁 산책으로 계획이 짜여저
있었다.
새로 선출 된 3학년 8반 반창회 유창수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작용한
결과물이다.
종래의 각반 반창회는 2개월 또는 분기별 모임을 갖고, 중식으로 반창회를
가늠하는 단순한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 즉 식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임이다.
단순히 수인사와 친구들의 동정을 알아보는 정도의 모임에 불과하다. 2개월
3개월, 4개월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고작 한 두시간 대화를 나누고 미련없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고작이다. 과연 이런 모임이 제대로 된 모임인가?
날이 갈수록, 또 나이가 찰수록 살아 생존하여 옆에 있는 친구야말로 귀중
해 지는 보물단지가 아닌가? 팔순이 지난 연령대에는 부귀도, 명예도
아무 의미가 없는 지푸라기에 불과하다. 팔십대의 연령 층에게는 부귀
명예를 행사 할수도 없고 누가 인정 해 주는 이웃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심금을 털어놓고, 과거를 같이 했던 추억담을 짚씹어 보고,
또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옆에 있는 친구가
가장 필요하고 고마운 보배가 아닌가?
새로 선출 된 유창수 회장도 이런 점을 헤아렸으리라. 식 후 한적한
그리고 젊었은 때 누구나 한번쯤은 거닐어 보았음직한 덕수궁
한적한 길을 거닐며 오늘 모인 친구들끼리 자유로운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오늘의 모임은 특별한 의미도 있다. 신구 회장의 실질적인 업무
인수 인계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모임에서 신구 회장의 교체가
확정되긴 했지만, 실무적인 절차는 오늘에 이루어젔다.
신어균 회장은 지난 7년간 8반 동료들의 결집을 도모하고 모임을 활성화
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초창기에는 회원들의 참석율도
저조했고 작은 행사에도 모두가 무심하게 지내는 등, 타 반에 비유하면
열악한 정도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은 타반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로 참여율도 높고, 결집열도 대단한 반면 상호 협조하는 협동
정신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신어균 회장의 부단한 노력과
인내, 희생 정신 그리고 그의 리더쉽이 이루어 낸 결과이다.
신어균 회장은 오늘 모임의 식사 값을 본인이 부담하였다. 유명식당
" 무교동 낙지 " 의 10인 분 식대가 만만치 않으나, 회장 직무를 종결하면서
동료들에게 마지막 봉사를 할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공언과
함께 식대를 본인이 기꺼이 부담하였다 동료들을 마지막까지 배려하는 신회장의
진심을 보는 듯 하다.
새로 선임 된 유창수 회장 역시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몇년전 동기회 총무이사의 직함을 수행 할 때, 동료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 운영,
세계 제일의 조선소 울산 현대 중공업 답사, 현대 자동차 공장 답사 때 보여 준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이미 동료들 두뇌에 각인 되어 있는 바이다. 과거의 그의
실적으로 보아 금후 반창회 회장으로서의 그의 역활이 크게 기대된다
중식 후 일행은 덕수궁 경내로 발길을 옮겼다. 경내 입구에서는 경비원이
입장자의 신분증을 조사한다. 우리 일행의 신분증을 검사한 경비원은 친절하게
경내로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경노임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머지 않은 곳에 커피 점이 있었다. 좌석이 실내 실외에 많이 놓여
있었으나 이미 많은 인파로 빈자리가 없었다. 일부는 길가에 놓여있는 벤취에
걸터 앉았고 일부는 길거리 응달진 곳에 서성이고 자리 나기만을 기다렸다.
유회장이 커피를 사 갔고 동료들에게 올 때쯤 여기 저기 빈자리가 나와 일부는
겨우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가랑 잎으로 더러워진 연못이긴 하나 주위에 늘어선 푸른 잎 나무 가지들이
무성한 정경을 바라보며 진한 커피를 마시니 나름대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청명한 날씨에 초록색 나무 잎들로 둘러 싸인 장소에서 한가로이 진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추억 담을 주고 받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출연한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이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가저 본적이 언제였던가?
머리 속에 뒤 엉켜있던 온갖 잡념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귓볼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마음은 넓은 허공을 마음 껏 헤멘다. 이런 느낌이 힐링인가 보다.
일행은 다시 자리를 옮겨 산책길에 올랐다. 삼삼 오오 그릅지어 걷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모두가 편한 모습이다. 각자 나름대로 이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걷다가 의자가 있으면 걸터 앉아 쉬어가고 몇마디 주고 받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유 회장은 동료들을 쫒아 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한다.
일행이 드디어 국제 현대 미술관 덕수궁관에 도착하였다. 모두가 지친 듯
하나 둘 높게 쌓인 화강석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여기가 종착역인듯
더 가자는 사람이 없다. 앉은 그대로 사진 몇장을 더 찍었다. 그리고 누군가
외첬다. 쉬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두 사람이 20분 정도 걸려
아이스 크림을 종이 빽아 담아왔다.
한참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경내 경비원인 듯한 사람이 엄중하게 경고
한다 " 이곳 뿐만이 아니라 국내 5대 궁 어느 궁에서도 식품 반입이 일체
금지되어 있습니다 " 이런 분위기에 분노 할수는 없고 점잖게 사과했다
" 이번만 먹고 앞으로는 절대 반입하지 않겠습니다 "
아이스 크림 먹는 행사가 오늘의 휘날레처럼 되어 버렸다. 자연 스럽게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 온 길을 되짚어 나간다.덕수궁 정문에
도달하여 모두들 석별의 정을 나누며 한 동안 헤어지기를 아쉬어 한다.
무거운 발길을 옮기며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첫댓글 오정일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반창회 상황을 소상히도 밝히고 옛 학창시절을 되세겨 보는 듯 롭네요.
'롭네요'를 '새롭네요'로 정정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읽고 새삼스레 8반만의 끈끈함을 다시 알깨워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