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 심장판막질환
작곡과 지휘 넘나든 천재 음악가…자신의 심장 박동은 지휘 못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1860~1911년)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한 시대 음악을 장식했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지휘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해, 27세에는 빈 궁정극장 지휘자 명예를 얻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교향곡에 담아내려는듯, 갖가지 악기를 동원한 방대한 악기 편성과 거대한 구상을 펼친 9곡의 교향곡도 남겼다. 지나치게 독특한 연주로 당대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오늘날 말러의 교향곡은 수많은 마니아를 내고 있다.
말러는 세상 뜨기 4년 전 세균 감염에 의한 심장판막 질환이 발병했다. 심방세동 진단도 받았다.
이는 좌심방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일시적으로 박동이 멈추는 여파로 뇌경색이나 급사 위험이 생긴다.
이후 말러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걸음걸이 수까지 세면서 천천히 걸었다고 한다.
심방세동은 대표적인 고령화 질환으로 60세 이상에서는 100명 중 4명, 80세 이상은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박진규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말러처럼 심장판막 질환이 생기면 심방세동이 일찍 발생하게 된다”며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판막 질환으로 혈류 흐름이 원활치 않으면 조금만 활동해도 쉽게 지치고 숨이 찬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변변한 치료제도 없었기에 안정을 취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는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약물이나 시술이 보편화되어 있고 심장판막 질환도 조기 진단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자에 맞춰 걸었던 말러, 엇박자 심장박동은 스스로 지휘 통제할 수 없었으니, 그의 음악은 왠지 고독하고 장엄하면서도 고요하다. 51년의 짧은 생애가 미완성으로 끝난 10번 교향곡처럼 아쉽다.
[출처]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명작 속 의학> - 31.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심작판막질환) -작곡과 지휘 넘나든 천재 음악가… 자신의 심장 박동은 지휘 못했다. /조선일보.2022. 10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