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미국 월드컵은 브라질이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득점 없는 무승부를 기록한 뒤 결국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 실망스러운 결승전으로 그 빛이 바래고 말았지만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골이 터지면서 열기를 더해 갔으며 놀랄 만한 사건도 많았다.이전의 16번의 월드컵 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둬 본 적이 없었던 불가리아는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준결승에 올랐다.
한편 1986년 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영웅으로 떠오른 디에고 마라도나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본국으로 돌아가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또한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며칠 만에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1994 FIFA 월드컵™ 수상결과
주최국인 미국은 2회전에서 브라질에 지고 말았지만 1회전을 통과함으로써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브라질은 대회 최강팀이었으며 비록 결승전은 싱겁게 끝났지만 우승할 자격이 충분한 팀이었다..
우승은 브라질에게로
농구, 야구, 미식 축구에 비해 축구 인기가 시들한 미국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15회 월드컵 대회에는 엄청나게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우승은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브라질에게 돌아갔으며 이로써 브라질은 네 번째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였다.
제15회 월드컵 개최지로 미국이 선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서 '축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대회 유치에 있어 최대 라이벌이었던 모로코로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930년 월드컵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에서 본선 경기가 개최된 적이 한 번도 없어 유리한 조건이기는 했지만, 모로코에는 경기장이 단 두 곳에 불과하는 등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를 유치하기에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주앙 아벨란제 FIFA 회장은 축구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대회 개최지를 미국으로 선정했다. .
1994년 월드컵 지역예선에는 사상 최대의 147개국이 참가하였으며 이 중에는 오랫동안 제외되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축구 강국들이 예선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잉글랜드, 1992년 유럽 챔피언인 덴마크, 포르투갈과 폴란드 등이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며 프랑스도 불가리아와의 예선전 최종 경기에서 마지막 순간 한 골을 빼앗겨 탈락하고 말았다. 또한 보스니아와 내전 중이던 유고슬라비아도 제외되었다. 이로써 모두 24개국이 제15회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게 되었다.
월드컵 뒷이야기
카메룬이 러시아에게 6-1로 패배했을 때 한 골을 성공시킨 카메룬의 선수는 다름아닌 로제르 밀라였다. 이 골로 그는 월드컵에서 최고령 득점 선수로 기록되었다. 월드컵 역사에서 최연소 득점자는 축구왕 펠레이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그는 만 17세의 나이로 웨일스전에서 브라질에 승리를 안겨 준 골을 넣었다.
한 시간 만에 불후의 명성을 얻은 사례도 있다. 1994년 러시아의 올레크 살렌코는 대회 초반에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곱 번째로 출전한 국제 경기에서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맞아 6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다섯 골을 성공시키며 6-1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두 팀 모두 2회전에 진출할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큰 의미는 없는 경기였다. 그는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쳐야 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한 달 동안 진행된 월드컵 대회는 3,587,538명이라는 놀라운 관중 수를 기록하였다. 1승에 승점 3점이 주어지는 1회전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에 올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트라이커 사에드 오와이란은 대회 최고 슛이라 할 수 있는 멋진 골을 터뜨렸었다. 한편 러시아는 카메룬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올레그 살렌코가 다섯 득점을 거두는 신기록을 세우며 맹활약을 펼쳤으나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로제르 밀라를 비롯한 '불굴의 사자들' 카메룬팀도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밀라는 42세 1개월 8일로 최고령 득점 선수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브라질은 유럽 7개팀과 함께 준준결승에 진출하였으며 이들 유럽팀 중 이탈리아와 함께 결승까지 올랐다. 이탈리아는 1회전에서 이미 탈락의 위기를 맞았으나 가까스로 16강에 진출했었다. 16강전에서 이탈리아는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경기 종료 90초 전까지 1-0으로 지고 있었으나 남아 있는 열 명의 선수만으로 마침내 기적적인 승리를 이루어 냈다. 이들의 구원자는 로베르토 바조였다. 이러한 바조의 활약에 힘입어 이탈리아는 계속해서 준준결승에서 스페인에 2-1로 이겼으며 준결승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꺾어 파란을 일으켰던 불가리아를 2-1로 물리쳤다.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준준결승은 이 대회의 명승부로 둥가를 비롯한 브라질팀이 2-0으로 리드해 나가다가 결국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베베토, 마징요, 호마리우가 며칠 전에 갓 태어난 베베토의 아들 마테우스를 흔들며 달래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이 재미있는 장면은 전세계에 방영되었다.
결승전에서는 이미 월드컵에서 각각 세 차례씩 우승한 경험이 있는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다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하게 되었다. 그러나 흥미진진한 명승부가 될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양팀은 거칠고 재미없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게다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게 되었다. 승부차기를 위해 경기장에 선 이탈리아의 구원자 로베르토 바조는 반드시 골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가 찬 볼은 푸른 캘리포니아 상공으로 높이 날아가 버렸고 브라질은 24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브라질은 네 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품에 안은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FIFA 월드컵 공식 수상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