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성을 쌓아 올린 ‘유월항쟁’도 어느 듯, 39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래된 기록을 ‘눈빛’ 이규상 대표가 불러낸 것이다.
먼지 쌓인 필름을 다시 살펴보니, 분노와 흥분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최루탄을 정면으로 맞아 땅바닥을 긴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눈물, 콧물 범벅되어 몸부림쳤던 그 지긋지긋한 악몽이 되살아나는데,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젊은 그 시절이 그립다.
사실, 이 사진은 ‘87민주항쟁’ 40주년을 맞은 내년에 출판할 계획이었으나,
‘눈빛’ 이규상대표가 내 나이 팔순인 올해로 앞당긴 것이다.
40주년이나 팔순 같은 년 대가 무슨 소용 있겠나 마는,
목숨 잃은 열사들을 생각하면 날이면 날마다 다짐하고 추념해야 할 일이다.
상기하자! "유월항쟁"
1987 조문호 사진전
2026. 6. 3-6. 15 / 갤러리 인덱스
1987 조문호 사진집
-동자동 사는 서울시민 Jo씨의 민주항쟁 동참기-
이 책은 한 사진가가 시대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기억의 증언이며,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 기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건을 ‘정리’하거나 ‘해석’하려 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최루탄 냄새와 군중의 함성, 공포와 흥분이 뒤엉킨 거리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복원한다. 독자는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1987년의 서울 한복판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문호는 제도권 언론의 사진기자도 아니었고, 운동권 조직의 공식 기록자도 아니었다. 그는 민중(소시민)의 시각에서 민중을 기록해온 흔치 않은 사진가다. 당시 생계를 위해 어느 협회지 편집장을 맡고 있었지만, 조직 내부의 권위주의와 기득권의 횡포를 피해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시위 현장을 쫓아다녔다. 따라서 이 책은 한 시대를 살아낸 사진가의 자전적 기록으로 확장되며,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대와 맞서는 실천의 도구가 된다. 1987년을 온몸으로 통과한 조문호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그해 벌어졌던 민주화운동의 실체와 진실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가 있다.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