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해 봐요 <푯대를 향하여> 20240913
나에게는 비교하는 습관이 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우쭐해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고는 우울해한다.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고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로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교하는 습관은 결국 나를 해친다. 내가 열심히 해도 비교의 대상은 끝이 없으며 나이가 들면 지금 가진 것들도 빛바랠 것이다.
시각장애인 판사 김동현의 “모든 해 봐요”라는 책을 읽으며 비교하는 습관을 넘어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비교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모든 해 봐요”의 저자는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그는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라는 장에서 자신을 시각장애라는 어려움을 넘어 꾸준히 마라톤을 달리며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게 한 태도를 밝힌다.
“나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좀 더 열심히 해서 내 기록을 깨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주하겠다는 의지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하나씩 돌파해 나가면 결승점이 보인다.”
저자는 옆 사람이 아니라 결승 지점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달렸다면 마라톤을 금세 포기했을 것이다. 그에게 마라톤은 옆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었다. 목표가 있었기에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할 수 있었고 목표를 향해 달리며 조금씩 자신을 넘어서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을 경쟁자 이상으로 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꾸준히, 기쁘게 달리기 위해서는 옆 사람을 앞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표를 위해 달려야 한다.
나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을까? 마라톤과 다르게 인생의 목표는 뚜렷하기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나는 헤매기도 한다.
때로는 열심히 노력하다 내 목표가 비교에서 나오는 만족감임을 알고 화들짝 놀란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비교하는 생각이 끈질기게 따라온다. 목표를 향해 달려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목표가 남보다 더 멋지고, 남보다 더 빠른 것이 될 때가 있다.
비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목표는 행복이다. 하지만 성취감과 행복을 위해 달리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있다. 일상을 살며 얻는 기쁨과 성취감이 목표가 된다면 그것들에 휘둘리게 된다. 내 행복과 성취의 기준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과 비교에서 나오지 않는지, 나의 목표가 영화나 광고에서 등장하는 이상적인 삶은 아닌지, 쉽게 흔들리는 것을 위해 달리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야 한다. 어느새 행복하기 위해 허덕이며 불안해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할 수도 있다.
때로는 헤매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목표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예수님을 믿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믿음을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해서 판단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의 믿음,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 믿음은 절대평가이다.
믿음을 지키고 그것을 전하는 것은 필사의 발버둥이다. 마라톤을 뛰는 것이 힘든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길도 고통스럽다. 하나님께서 동행하심을 믿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나의 목표가 하나님의 목표라면 그것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을 막을 사람은 없다. 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기에 나는 염려 없이 달릴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을 향해 달리는 것은 하나님과 함께 달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목표에 쫓기지 않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린다.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사도 바울에게는 죽음조차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완주 지점이었다. "모든 해 봐요"를 읽으며 내가 옆사람이 아니라 목표를 바라보는, 푯대를 향해 달리는 사람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