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거나 어제라도, 여기에 글을 올렸어야 했습니다.(이번 글은 공백이 길어졌네요.)
그런데 그 것도 제 성격 탓이겠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았습니다.
불안한 상태로 여전히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오늘,
남궁 선생님 안녕하세요?
미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그림 보냈습니다.
하는 문자를 받고나서야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미국에서 갈 곳이 없었던 제 그림을 실어오는 일,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배에 화물을 실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포장이 끝난 상태로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거기 현장을 떠났기 때문에......)
그래서 겨우 뭔가 마음 한 쪽이 안정이 되어, 스스로도 불안했던 며칠 간의 침묵을 깨게 되었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개인적으로 제가 할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답니다.
그저, 미국 현지에서 저와 이 일을 하는 분과 '카톡'으로 문자와 사진을 주고 받는 일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그 쪽에서 하는 일을 점검 확인하고, '이런 식으로 해 달라'고 지시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모든 결정권이 저에게 있었기 때문에, 현지의 상황에 따라(그들의 보고) 제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야만 일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쪽(절 도와주던 분)도... 그 일을 맡아서 해주는 업체의 사람들이 와서 해 주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약속 잡고, 진행사항을 저에게 전달해 주는) 일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다만, 모든 게 제 책임이었기 때문에(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기에) 제가 긴장한 상태로 그 일에(미국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어서) 꼼짝없이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일의 핵심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이 일을 하다 보니,
저는 그동안 겁에 질려 마치 '5분 대기조'처럼 미국 쪽에서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불안에 떨고 있었을 뿐,
(복잡할 그림 포장, 그리고 그림이기 때문에(예술품, 고가품(?), 그래서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등) 운송과정과 선적 등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거기에 따른 경제적인 책임 등, 앞이 막막하고 깜깜하기만 했기에)
실제적으론, 한국에서 돈을 마련하는 일 말고는 그저 이렇게 한국에 앉아서 지시하는 게 전부였답니다.
허긴, 그 현장에 가서 제가 직접 그들과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용 문제' 말고는 현지에서 업체가(이런 일만 전문적으로 해 주는 교포) 다 알아서 해 주었고, 저는 돈만 계산해주면 되는 일이었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싱겁기만 한......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중에도, 중간에서 그 일을 도와주는 분에게,
'의외로 빠르게' 라던지, '쉽게 했네요!' 하는 제 뜻을 자주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그 그림들이 배에 실린 뒤, 일정 기간이 흐르고 난 다음 여기 제 아파트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던 제가 짧은 시간에 그 일을 처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미국에서의 절차도 그렇지만(그게 제일 큰 걱정거리였거든요.), 한국에 화물이 도착하면 또 그걸 일일이 부산(?)에서 실어와야 하는 문제 등에 미리 지레 겁을 잔뜩 먹고 있었는데(옛날 제가 스페인에서 살다가 돌아올 때는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 과정을 알고 있던 제가 겁에 질려 있었던 건데......)
무엇보다도 제 지난 작품들이 갈 곳이 없어 허공에 붕 떠 있다는데(그것도 외국에서), 어찌 서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늘 얘기합니다만,
돈에 대한 감각도 둔하고 또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 제가,
갑자기 그 돈을 마련하려다 보니(결국은 빚이었지만) 그 역시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거나 이렇게 서울에 앉아서 지시만 하는 걸로 끝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요,
아, 세상은... 돈만 있으면, 이렇게 다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었던 거고,
이제는 다 늙은이가 돼서 그런 일을 치른(겪은) 다음에야, 제가 놀라면서 현 세태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최근에 저를 멘붕상태로 몰고 갔던 삶의 굴곡 하나는 이렇게(어설픈 삶을 살아가는 제 스스로 진이 빠진 상태로) 마무리가 돼가는 모양샙니다.
(그 짐을 제가 받는, 앞으로 한 달? 안 쪽으로 끝날 것 같긴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