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스윙이 어때서?
야이 야이야 내 골프가 워때서 스윙에 문제가 있나요
스윙은 하나요 에러도 하나요
스윙만은 정말로 일품인디 눈물이 나네요
내 스윙이 워때서 장타하기 딱 좋은 폼인디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스윙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골프가 워때서 홀인하기 딱 좋은 폼인디
야이 야이 야 내 골프가 워때서 스윙에 문제가 있나요
스윙은 하나요 오비도 하나요
캐디만이 정말 이해하네요 눈물이 나네요
내 골프가 워때서 스윙하기 딱 좋은 폼인디
어느 날 우연히 렌즈 속에 찍혀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스윙이 워때서 골프하기 딱 좋은 날인디
골프하기 딱 좋은 폼인디
아웃코스 420야드 파5, 4번홀.
최사장이 티잉그라운드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 버린 OB볼을 멀거니 바라보며 간드러지게 한곡 뽑자 갑자기 티잉그라운드는 봄 햇살 내려앉듯 나른한 침묵이 흘렀다.
최사장의 이름은 최점기다. 올해 갓 마흔아홉을 넘기고 몇 달 안남은 50을 눈앞에 둔 중년 최점기사장. 허지만 최점기사장은 자신의 본명이 불려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왜냐면 그의 이름에 점点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点자는 말소한다 는 點의 한자약자이다. 뜻대로라면 최점기崔点基라는 이름은 최씨가문을 말살하기 위해 만든 사람이다 이런 뜻이 된다.
그의 이름을 아버지가 일부러 그렇게 지었을 리는 없다. 이유가 있었다. 초등중퇴 학력의 아버지가 출생신고하면서 집안을 일으키고 가문을 지켜갈 아들이다 라는 뜻으로 동네어른이 지어준 이름을 출생신고에 자필로 적었는데, 막상 면사무소에서 내 준 출생신고서를 받아 들자 이 지킬占자가 아리송해 졌던 것이다. 예로부터 모르는 것은 몇 번이라도 물어보고 가라는 속담이 있는데 면사무소에서 건네받은 출생신고서를 받아 들자 첫아들 출생신고서도 작성할 줄 모른다는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아 자력으로 작성했다.
처음엔 단번에 崔占基라고 정확히 썼다.
그러나 갑자기 애매모호한 생각이 일어났다.
그래서 占자를 썼다 지우고 点자로 고쳐 쓰기를 네댓 번 한 끝에 마침내 중대결심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중대결심의 결론은.
점占자 때문에 고민하던 아버지는 첫출산 아들녀석 재롱떠는 모습이 떠올랐다. 네 다리 그러니까 손과 발을 웅크리고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占자하고는 사뭇 달랐다. 사지가 포동포동한 아들녀석이 도마뱀처럼 기어 다니는 모습을 방바닥에 머리를 박고 바라보거나, 들어 누워 재롱떠는 모습을 머리맡에서 보면 꼭 点자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맞다. 사람이나 동물은 다 팔다리가 있는데 글자라고 다리가 없으면 될쏘냐?
그래서 占자 밑에 팔다리를 가져다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자라면서 이 점자는 최사장을 곤혹하게 만들었다. 아니, 자신의 운명을 이름이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최사장이 지금은 그나마 가전제품판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살아오는 동안 숫한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는 일마다 꼬이고 비틀어지거나 사기당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수없이 한 후 최점기사장은 자신의 불운이 이름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이 매사에 꼬이는 것은 자신의 이름자 점點의 뜻 때문이라고 굳게 믿게 된 것은, 남대문 지하도를 지나다 생전처음 본 길거리 점쟁이의 말에 현혹되었던 것이 주원인이다. 작명풀이를 하던 점쟁이는 갑자기 무릎을 탁치며 2만원에 인생을 바꿀 묘수가 있다고 했고 최사장은 금쪽같은 지폐 두 장으로 點자의 불길한 징조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 후 호적은 고치지 못했지만 공문서를 제외한 모든 그의 이름을 崔占基로 바꿔 사용했다. 그 결과 신기하게 그의 모든 일들이 잘 풀려 오늘에 이르게 됐고, 그때부터 최사장은 崔占基로 쓰여 지거나 최사장으로 불려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도 최점기사장을 최사장이라 불러 줘야 한다.
오비지역으로 날아간 볼을 바라보며 청승스럽게 한 곡조 다 뽑을 때까지 숙연하게 듣고 있던 진회장이 최사장을 위로하는 뜻에서 말했다.
“노래값으로 패널티 없이 멀간 한 개 줄 거남?”
최사장이 진회장의 말에 발끈했다.
“머씨라고라? 말간이라캤소?”
“그래, 음치스타일이지만 우리를 즐겁게 했으니 멀간 주는 게 마땅한 거 아녀유? 인지상정이지.”
“흐미. 흐므. 내가 그런 동냥 얻게 됐소?"
“싫으면 말고.”
진회장이 말끝을 흐렸지만 눈치빠른 캐디가 최사장에게 얼른 공을 한 개 그의 캐디가방에서 가져 왔다.
최사장이 캐디가 내민 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 이거이 머씨다냐?”
“사장님 공요.”
“아가. 인간이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내가 허벌나게 공을 날렸버렸지만 말이어라. 나도 한때는 잘나가던 사람이어야. 아직 캐디피도 청산하지 않았는디.”
골프가 끝나고 마땅히 지불해야 할 캐디 수고비를 두고 협박성발언을 하자 캐디는 눈을 새치롬하게 치켜세우며 최사장을 향해 주사바늘보다 더 예리하게 응수했다.
“사장님, 캐디피 아까우면 안주셔도 돼요. 허지만 진사장님이 주신 멀리건은 받으세요. 내기하면서 무벌타 멀리건 주는 팀은 아직 못 봤어요. 뒤집어씌우는 팀은 봤어도요.”
“음모말이냐?”
“네 음모요. 내기골프하면서 얼마나 흉물 떠는지 아세요? 오늘 손님 같은 팀은 없어요.”
캐디의 말에 최사장이 비로소 입 꼬리를 풀고 대신 입 꼬리에 콩나물 싹 틔우듯 웃음기를 띄웠다. 그리고 캐디의 공을 받아 들었다.
최사장은 캐디가 준 공에 입을 한번 쪽 맞추고 다시 티라인에 티를 꽂고 노란공을 야무지고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최사장이 올려놓은 공 앞으로 초여름기운이 물씬 묻은 바람이 불어가면서 그 바람결에 아카시아꽃잎이 후두둑 떨어졌다.
최사장이 두 번째 때린 공은 티앙하고 금속음을 토하며 멋진 이륙을 해서 페어웨이 중앙으로 곧게 비행해 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최사장이 스윙을 풀기도 전에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렸다. 박수소리는 최사장과 지금 골프하고 있는 일행 즉 제비, 진회장, 그리고 쁘리쌰가 치는 박수는 분명 아니었다.
박수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모두 고개를 동시에 돌렸다.
카터이동로 옆의 비탈에 박수를 치며 건장한 한 남자가 티잉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최사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굿샷! 굿샷! 파인샷!”
첫댓글 최점기 이름 좋은데요..
골푸의 시작 으로 소설이 시작 되는군요..
잘 보았슴니다.
ㅎ..젠틀맨님 이름 하나 지어드려요? ...ㅋㅋㅋㅋ
위의 골프가방 보면서 젠틀맨님 생각했습니당.....ㅋㅋㅋㅋㅋ
꽃뱀 닉네임이 그래서 많은 남자들 울리는가요~~?
잘보겠슴니다 감사합니다.
일수님...안녕? 못녕은 아니죠?
아마 갈수록 골프를 이해하고 골프가 우리 살림살이하고 너무 닮았다는 것을 느끼실거에요.
친근하게 읽어보세요. 재미나게 쓸께요...오늘도 행복하시구요
골푸를 전혀 모르는데, 소설 이해하기가 될런지 모르겠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