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들이 엄마 힘들다고 김장하지 말라고
하도 간곡하게 부탁하기에
작년 한 해 어물어물 하며 말며 했더니
올여름 김치가 모자라 애를 먹어서
올해는 며느리들 몰래 그냥 김장했어요.
큰애가 조금 해 보내고
작은애가 조금 사보내고
지들 도시 살림 먹는양만 생각하니
즈들 한테야 그것도 많은 양이지만
우리는 워낙에 김치를 많이 먹어서
그거 가지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으니
김장한다는 말도 안 하고 몰래 슬쩍 해 넣었어요.
한꺼번에 하려면 힘드니까
하루 절이고
다음날 양념 준비하고 배추 씻어 놓고
4일 날은 속만 버무리면 되게 다 준비해야 합니다.
동서가 김장 거들어 주고 좀 나누어 가고 하는데
오지 말라면 내 사정은 내 사정이고
동서 입장에서는 김치 아까워 그러는 거 같아 조심 스럽거든요.
무는 쓸 만큼만 씻어 놓고
나머지는 뽑아 갈무리하고요.
그전엔 몰라서 땅바닥에 거적을 깔고 앉아서 속을 넣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서서 넣으니 허리가 좀 덜 아파요.
트럭 바닥이 딱 제격인데 퇴비가 실려 있어서
바구니들을 모아다 급조해서 뚝딱 넣고
편육 만들어 점심 먹고 헤어졌어요.
동서들이 도와주는 건 딱 저 속 넣는 거 두 시간 정도예요.
나머지는 남편이 조금 거들고 3일 동안 제가 혼자 하는데요.
김치를 바로 김치통에 넣지 않고
큰 통에 일단 담아 하루 재워 골고루 양념이 스며들고 국물이 생기면
그때 김치통에 옮겨 담아 김치냉장고로 들어갑니다.
그래야 사진 속 김치처럼 위에까지 물이 잠겨 맛이 변하지 않더라고요.
고춧가루는 무조건 태양에 말려 써서
맛은 몰라도 김치색은 그런대로 봐줄만합니다.
배추 씻고 그 소금물에 뜯어 버린 배추 잎을 골라 절여서 우거지를 덮는데
남편이 부지런하게 싹싹 쓸어다 버려
할 수 없이 커다란 갓 잎을 슬쩍 절여서 덮었어요.
저렇게 해서 김치냉장고 넣고 겨우내 한 번도 안 열어보고 겨울을 납니다.
김장김치가 많이 필요한 건
김치로 먹어서 많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편이 고기를 사철 구워 먹는데 그때 꼭 묵은지를 함께 먹거든요.
김장을 한다는 건 결국 묵은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거 같습니다.
무가 많아서
깍두기를 좀 할까 하다가
깍두기보다는 이게 나을 거 같아 대충 뚝뚝 잘라 심심하게 양념해서
옹기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 놨어요.
첫날은 무만 소복하더니 오늘 열어보니 국물이 한가득이네요.
이게 익으면 은근히 맛있답니다.
그전에 엄마가 늘 이렇게 해 드셨거든요.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누님
누님의 마음 엄마의 마음
부인의 마음이 모든게 느껴집니다
글도 잘쓰시고..
대단하신 누님 ..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김장은 내가 필요해서 하는거니까
달리 방법이 없네요.
한번 해 놓으면 일년은 걱정 없으니까요.
ㅎㅎ 무슨 김치공장 수준이네요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게 보여요`?
하긴 절임배추 조금 사서 하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도 보이겠네요 ㅎ
김치색깔 쥑인다..
애썼어..
이제 먹을일만 남았네..
아무리 거들어준다해도 난 저렇게 많이는 힘들어 못햐..
세통만 있으면 3월까지는 먹을것이고 그담부터는 열무. 얼갈이 햇김치 해먹으니까..
여름에 묵은지는 반통정도만 있음돼..
이번주 금요일날 해넣을려고..
낼 울동네 장서면 쪽파. 무우. 갓 사놓고 9일날 모든준비해서 이튿날 남편과 둘이 해넣을꺼야..
둘이 해넣어도 돼지고기는 삶아야겠지?
사진이 그렇게 찍히기도 했지만
그렇게 우중중한 색이 아니기는 하지
하루 묵여서 냉장고 들여 놨으니
이제 일년동안 김치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집안에서 하는건 추워도 괜찮은데
우리는 한데서 해야 하니
춥기전에 해 넣어서 스스로 흐믓하다 ㅎ
당연히 고기 삶아야지
옷가게 아줌씨는 안와?
갸는 점심먹으러 오라고 해도 시간을 못내는데 모.
예전엔 영준엄마를 불렀는데 이젠 남편과 둘이해도 되드라..
남편이 속을 비벼주니까..
벌써 김장했어요?
참 맛있어 보인다.
한번 먹어 봤으면...ㅎ
춥기전에 하느라고 일찍 했어요.
드셔볼 기회가 생기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림만 봐도 맛있게 보이네요.
진이님네 김치 맛이좋아 잘 먹었는데...
늦은 인사 드리고요.
환절기 두분 건강 유의하시고요 ^^